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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든 철학자를 만나다

이진우 교수의 니체 이야기

by 부소유

가을이 실종된 계절, 도서관에서 이진우 교수의 니체 강연을 들었다. 한국니체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EBS 인문학 특강의 니체 전문 강연자로 활동했던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마치 오래된 친구 이야기하듯 풀어냈다. 강연은 간단한 설문조사로 시작되었다. 니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지, 그의 책을 읽어본 적 있는지. 몇몇만 손을 들었다. 이 교수는 웃으며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청계천 고서점에서 우연히 니체를 만났다고 했다. 한 권에 꽂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는 못했지만, 그 책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연애할 때 되게 좋았던 책이라는 고백에 강연장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70년대 대학가를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향수가 묻어났다. 그 당시에는 실존철학이 엄청나게 유행해서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철학책을 한두 권 안 읽고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는 말. 그 당시 유명한 화장실 낙서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신은 죽었다 - 프리드리히 니체’, 다음 날 ‘니체는 죽었다 - 신’, 그 다음날 ‘너네 둘 다 죽었다 - 청소 아줌마’. 유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니체가 왜 신은 죽었다고 외쳤을까? 이 교수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외가, 처가, 친가 모두 목사들로 가득 찬 가정에서 자란 니체가 기독교를 전면 반대한 이유.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진정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진정한 기독교인은 딱 두 명이다. 나머지는 전부 가짜다. 첫 번째는 예수 그리스도, 두 번째는 프리드리히 니체 자신. 오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교수의 해석은 달랐다. 그것은 그저 맹목적으로 기독교 교리를 믿은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이라는 말. 도덕이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가꾸어나가고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그런 도덕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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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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