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by 부소유

초여름, 삼촌이 피를 토했다. 물류센터 야간 근무 중이었다. 동료들이 119를 불렀고, 삼촌은 응급실로 실려 갔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간암 3기. 오랜 음주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의사는 - 이미 많이 진행됐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완치 가능성은 30% 정도입니다, 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삼촌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굴이 누렇게 떠 있었다. 황달이 왔다. 삼촌이 힘없이 웃으며 - 형, 나 이번엔 진짜 큰일 났나 봐, 하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동생의 마른 손을 잡았을 뿐이었다. 뼈만 남은 손이었다.


삼촌은 쉰한 살이었다. 평생 방황하고 실패하고 가족에게 짐이 되었던 인생. 이제 막 물류센터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빚을 갚아가고 있었는데, 암이라니. 은지는 병실 밖에서 그 소식을 들으며 먹먹했다. 운명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구나. 치료비가 문제였다. 항암치료는 한 회에 200만 원. 최소 6회는 받아야 했다. 삼촌은 보험이 없었다. 평생 불안정한 일을 하며 살았기에 의료보험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 내가 낼게. 걱정하지 마, 하고 말했지만 삼촌은 고개를 저었다. - 형, 더 이상 폐 끼치고 싶지 않아.


고모가 병원에 왔다. 이혼 후 힘들게 살고 있었지만 동생 소식에 달려왔다. - 영철아, 왜 이렇게 됐니. 고모도 울었다. 삼촌이 - 누나, 미안해. 나 때문에 고생만 했지, 하자 고모가 - 무슨 소리야. 우리가 가족인데. 하지만 고모도 치료비를 댈 형편은 안 되었다. 은지는 자신의 저축을 확인했다. 재판에서 승소해 받은 합의금과 프리랜서로 번 돈. 800만 원 정도 있었다. 은지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 아빠, 제 돈 쓰세요. 삼촌 치료비로. 아버지가 - 안 돼. 네 돈이야. 은지가 - 삼촌도 가족이잖아요. 저도 돕고 싶어요.


첫 번째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삼촌은 고통스러워했다. 구토와 탈모, 극심한 피로. 밥을 먹지 못했고, 물조차 토해냈다.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 60킬로그램에서 45킬로그램으로. 거울을 보던 삼촌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 해골이 따로 없네. 병실에는 늘 누군가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고모, 은지가 교대로 간병했다. 삼촌이 - 형, 일 가야지. 나 때문에 회사 빠지지 마, 하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 괜찮아. 연차 많이 남았어, 하고 답했다. 사실 무급휴가였지만 아버지는 말하지 않았다.


두 번째 항암치료 후 삼촌의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 암세포가 줄어들고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삼촌이 - 형, 나 나으면 정말 새 사람 될게.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성실하게 살게. 아버지가 - 그래, 꼭 나을 거야, 하며 격려했다. 하지만 세 번째 항암치료 후 삼촌의 몸이 항암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백혈구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떨어졌다. 의사가 - 치료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삼촌은 절망했다. -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끝까지 민폐야.


어느 날 밤, 삼촌이 은지에게 말했다. - 은지야, 삼촌이 미안해. 너한테 그동안 나쁜 삼촌이었어. 은지가 - 아니에요. 삼촌도 힘드셨잖아요. 삼촌이 - 아니야. 변명이야. 나는 나약했어. 너처럼 강하지 못했어. 은지는 삼촌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마른 손이었다. 삼촌이 계속 말했다. - 너 어릴 때 기억나니? 내가 네 용돈 뺏어간 적 있었지. 천 원인가 이천 원인가. 술 사 먹으려고. 은지는 기억했다. 열 살 때였다. 일주일 용돈을 삼촌이 가져갔던 날. - 괜찮아요. 오래된 일이에요. 삼촌이 - 아니야. 나는 다 기억해. 내가 얼마나 못된 인간이었는지.


네 번째 항암치료를 앞두고 삼촌이 결정을 내렸다. - 그만할게. 더 이상 치료 안 받을 거야. 가족들이 놀랐다. 아버지가 - 무슨 소리야. 아직 희망이 있어. 삼촌이 - 형,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이미 800만 원 썼잖아. 더 이상은 안 돼. 고모가 - 돈은 또 벌면 돼. 생명이 중요하지, 하고 설득했지만 삼촌은 완고했다. - 평생 폐만 끼쳤는데 죽을 때까지 그러고 싶지 않아. 편하게 가고 싶어. 의사도 말했다. - 환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삶의 질도 중요하니까요. 삼촌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더 이상 치료하지 않고 통증만 관리하는 곳이었다. 병실은 밝고 조용했다. 창밖으로 나무들이 보였다. 삼촌이 - 여기가 더 좋네. 편안해, 하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이곳이 마지막 장소라는 것을.


어느 날, 삼촌이 은지를 불렀다. - 은지야, 부탁이 있어. 나 죽으면 화장해줘. 그리고 한강에 뿌려줘. 은지가 - 삼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삼촌이 - 아니야. 준비해야 해. 삼촌은 거의 먹지 못했다. 물만 조금씩 마셨다. 의식도 흐려졌다. 가끔 헛소리를 했다. - 엄마, 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할머니는 이미 5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삼촌은 계속 할머니를 불렀다. 어느 새벽, 삼촌이 의식이 돌아왔다. 맑은 눈으로 아버지를 봤다. - 형, 고마웠어. 형 덕분에 살았어. 아버지가 삼촌의 손을 꼭 잡았다. - 영철아,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삼촌이 고개를 저었다. - 형이 뭐가 미안해. 나야말로... 그리고 삼촌은 눈을 감았다. 51년의 삶이 끝났다. 아버지가 삼촌을 안고 울었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통곡이었다. - 영철아, 가지 마. 형이 미안해. 은지도 울었다. 삼촌은 불행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가족이었다. 장례는 조촐했다. 삼촌의 뜻대로 화장했다. 한강변에서 유골을 뿌렸다. 바람에 날려가는 하얀 가루를 보며 은지는 생각했다. 삼촌도 이제 자유로워졌구나. 평생의 짐을 내려놓고.


삼촌이 돌아가셨다. 암으로. 51세. 평생 방황하고 가족에게 상처 주고 빚만 남긴 인생. 하지만 마지막에는 용서를 구했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모르겠다. 다만 삼촌도 아팠다는 것, 나약했지만 인간이었다는 것. 그것만은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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