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수준이라 나도 모르게 깨어난다.
이번 회차에는 원래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 회사를 퇴사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에 회사가 했던 수많은 악담에 대해서.
하지만 최근 이상하게 꿈에 그 회사 사람들이 자주 나온다.
거의 악몽 수준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1. 악몽으로 반복되는 그 회사
오늘 아침에도 기분이 좋지 않게 깨어났다. 꿈에서 봤던 장면이 어른거린다.
나는 여전히 그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표들은 뭔가를 강요했다.
꿈에서도 힘들게 일을 하고 퇴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연히(?) 대표가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봤다. 내 이름과 함께 "얘 또 칼퇴했어. 미안하지만 여기에 박제할게."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고, 꿈에서도 뭔가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제도, 그제도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꿈에서 그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것 같다.
업무가 잘 풀리지 않았고, 몸은 힘들었다. 그런데 대표들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렸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이미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지만, 개운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2. 악몽의 이유는 프리랜서 계약?
퇴사한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고, 퇴사 직후에는 이런 꿈을 꿨던 적이 없다.
그래서 왜 그런지 생각해 봤다. 바로 떠 오르는 것이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 회사의 일을 하고 있다.
1) 현재 하는 업무: 한국어 자막 작성
지금 그 회사에서 받아서 하고 있는 업무는 영상을 보고, 한국어 자막을 만드는 일이다. 요즘은 AI가 발달되어서, 모든 문장을 내가 듣고 타자를 칠 필요는 없다. AI에게 영상을 전달하고, 분석을 요청하면, 적당한 타이밍으로 잘린 자막이 바로 생성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10분짜리 영상이라면 5분도 안 걸려서 뚝딱 만들어 낸다. 하지만 자막 작성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 작업이 어려운 이유
사실 이 업무는 회사에 다닐 때도 가장 하기 싫은 업무였고,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이다. 그래서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퇴사했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AI가 도와주는데 왜 힘들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유는 영상에 나오는 강사에게 있다.
AI는 사족을 붙이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강사가 말한 그대로를 텍스트로 입력해 주는 것뿐이다. 강사가 말을 깔끔하게 한다면, 이미 작성된 텍스트를 감수하는 정도여서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강사의 입버릇이다.
① 어려운 단어 남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가장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쉽게 가르치는 것'이 강사의 가장 좋은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중학생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가르칠 수 있다면 좋은 선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작업하고 있는 강의의 강사는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나온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도 강사 나부랭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름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국어사전을 뒤지는 일이 있다. 이 정도의 단어라면, 강의를 듣는 사람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할 거 같아서 다른 쉬운 단어로 바꾸기도 한다.
② 완전하지 않은 문장
말로 설명을 하다 보면, 문장이 완전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주어와 동사가 맞지 않거나, 같은 단어가 한 문장에서 여러 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의를 진행하다가 가끔씩 그러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거의 모든 문장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이 표현이라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의견을 말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같은 문장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이 문장을 그대로 자막으로 제작하면 가시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이 표현은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정도로 줄여서 제작해야 한다.
③ 지시어 과다 사용
강의를 하면서 적절하게 '이, 그, 저'를 사용하는 것은 좋다. 같은 표현의 반복을 피할 수 있고, 지시어로만 말해도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강사는 '이, 그, 저'가 대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모르겠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지시어를 그대로 남겨서 자막을 작성하면, 문장도 강의도 이상해진다. 또한 한글 자막은 영어 자막을 만들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에, 엉성하게 지시어를 남겨두면 영어 자막을 만드는 사람이 다시 나를 찾아와서 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강사가 말하는 지시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파악해서, 해당 단어나 문법으로 고쳐야 한다.
④ 습관적으로 붙이는 단어
강사들의 말버릇 중에 유명한 게 있다. "자, 여러분"이다. 이건 나도 강의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그래도 영상 강의를 찍을 때는 최대한 말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하지만, 이 강사는 거의 1분에 한 번은 '자'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한국인들이 문장 속에 습관적으로 많이 붙이는 단어들이 있다. '이제, 약간, 좀, 한번'같은 것들이다. 특히 '이제, 약간'은 요즘은 거의 모든 한국인이 필요가 없어도 문장 속에 넣는 것 같다. 일상 회화에서는 괜찮지만, 강의에서 단어나 문법을 설명할 때, 이런 표현들이 들어가면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조금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도 열심히 지워줘야 한다.
⑤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영상 길이의 6~7배
AI가 받아쓰기해 주는 데는 영상 길이보다는 짧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는 나는 영상 길이의 6~7배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거의 없기는 하지만 심할 때는 8~9배도 걸리는 것 같다. 위에 적힌 내용들이 아니라면, 조금 더 빠른 시간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든 강의가 비슷한 수준이라서 절대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위의 내용을 수정하다 보면, 정말 나의 모든 의식과 지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머리가 점점 아파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회사에서도 이 업무를 할 때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지만, 퇴사 후 익숙한 공간에서 할 때도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3. 오늘은 악몽을 꾸고 싶지 않다.
마감일을 지키기는 하겠지만, 그 회사의 일은 하루에 3시간 이상은 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3시간 이상을 할 수도 없다.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고 있으니, 악몽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2~3개월은 지나야 업무가 끝날 거 같으니, 어떻게든 버텨 봐야겠다. 오늘은 악몽으로 인해서 그렇게 상쾌하지 않게 하루를 시작했지만, 나만의 루틴을 챙기면서 힘을 내 봐야겠다. 오늘 밤은 꿈꾸지 않고, 숙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