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너는 참 욕을 고급지게 하는구나”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면 병이 된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하게 된다. 그게 진짜 쌍시옷을 포함한 상스러운 말이 아니라도 사람을 부끄럽게, 욕되게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면 그건 욕을 한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면 나의 화법은 성공한 것일테다. 하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다면?
모태 아싸였던 나는 괜히 지나가는 말에도 ‘오, 혹시 내 얘기한 것 아닐까’ ‘내 욕한 거면 어떡해’라고 생각했던 그건 스몰 중에도 트리블 스몰마인드를 가진 그런 아이였다. “너랑 있으면 너무 답답해!”라며 나를 떠난 사람들도 한 트럭은 될 것이다.
두루뭉술한 말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대부분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되길 마련이었다. 그 오해는 내탓 네탓의 여지를 낳고 결국 좋았던 우리 사이 안녕~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내곁에 남았다.
어느 순간인가, 이제는 돌려서 말하는 게 너무 답답해졌다. 어느새 나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라고?” 라는 다소 몰인정해보이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이 됐다.
내가 그런 화법을 잘 썼기 때문이었을까. 두루뭉술한 말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이상하게 다 보였다. 그랬기에 되도록이면 짧고 분명하게! 가 나의 모토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중한 사람에겐 그렇게 분명하게 말하기가 안됐다. 자꾸만 “그러니까 말이야. 내 뜻은~”으로 시작한다던지, “그래, 네 말 뜻은 알겠어. 그런데~”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남편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라고?” 이건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왜 남편에게 이 말을 돌려줄 수 없는 것일까. 작정하고 말을 꺼내려 해도 나는 또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로 밖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남편이 말을 했다. “너는 참 욕을 고급지게 하는구나” ‘그렇구나.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면 빙빙 돌려서 말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게 욕이 되는 구나.’ 그날 나는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다 했다.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 침착하게 들었고, “음, 그래. 너의 생각은 잘 알았어”라는 대답이 왔다. 남편도 할 말을 머릿속에서 고르고 있는 걸까. 가능하다면 남편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우리 셋(남편, 나, 아이) 관계에서 그 관계를 망칠까 두려워 한겹씩 무언가를 두르고 있다면 이젠 그러지 않기를. 그것에 가려 서로를 오해하고 망치지를 않기를, 속상한 말을 할 수는 있어도, 참고 참아서 욕으로 되돌려주지 않기를. 이 모든 것이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란 걸 어렴풋이 알겠지만 그렇기에 매순간 잊지 않기를 오늘도 바래본다.
덧.
생각보다 사람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나를 욕할 정도로 애정을, 시간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욕먹을 걱정하지 말고, 설령 욕먹는다해도 한 순간이니, 어깨펴고 당당하게 자기 할말 하고 살자. 어차피 돌려서 말하는 건 결국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