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만히 있자”

by 김경민

그동안 단단히 오해를 했다. 요 얼마간 아이는 생전 하지 않던 칭얼거림에 화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물론 소리를 지르는 것은 기본이다. 순딩 순딩하고 평온하게 36개월을 보낸 우리 부부에게 이런 변화는 심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는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밤이 되자 아이의 짜증은 더욱더 심해졌다. 아이의 말을 요약해 보면


1. 오늘이건 내일이건 모레 건 어린이집은 가기 싫다

2. 나는 아프다

3. 그런데 병원은 가기 싫다

4. 티브이만 보고 그것도 누워서 보고 암튼 다 내 맘대로 할 거다…


한마디로 내 맘대로 할 거다!


아이의 포효와도 같은 선언은 매일같이 이어졌다.

아이가 잠들면 부부의 가족회의는 이어졌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이런 이런 일이 있었지~”

“음~ 그럼 그게 스트레스가 됐나?”


결론: 그럼 내일부터는 ~~~ 해보자!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며 잠든 지 두 시간 뒤.

뿌앵~~~

아이가 울면서 잠에서 깨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직 다 뜨지도 않은 눈을 비비며 분연히 일어나 외친다.


“오늘도 내일도 어린이집 안가!! (엉엉엉)”


계획이 다 무슨 소용이던가.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우리 세 가족은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매일 아침 등원을 맡은 남편도 이제는 잠들기가 무섭다고 내일 아침이 무섭다고 하기가 무섭게 아침의 포효는 또 시작됐다. 그리곤 우리는 백기를 들었다.

그래… 오늘은 아프니까(정당화) 하루 쉬자(결론).


어린이집 선생님께 상담인지 혼나는 건지 알 수 없는 긴 통화를 마치고 어린이집을 하루 쉬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쑥쑥이랑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다 해봤는데 안 돼서… 그냥 둘이 누워 있었어. 한참을 그냥 둘이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애가 그러는 거야.”

“뭐라고 했는데?”

“아빠, 그냥 가만히 있자”


@.@


순딩 순딩하고 늘 사람 말도 잘 알아들으며 딱히 튀는 데 없지 잘 어울렸던 아이라, 밖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던 터라, 당연히 외향적일 것이라 생각했고 분명히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며, 그것에 꼭 명확한 해결 방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부모가 다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생각이 났었기 때문이다. 놀랍도록 깨발랄했던 나는 사실 모든 게 귀찮았다. 자꾸만 뭘 하자는 부모님도, 이거 해봐 저거 해봐 하는 어른들도… 제발 관심 즘… 꺼주세욤… 이라고 말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감정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다. 자꾸만 귀찮게 하는 어른들이 귀찮아서 아침 눈뜨자마자 밖으로 튀어나간 적도 많았다.


그랬던 내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이의 타고난 성품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내 새끼인데… 그렇게 발랄하고 외향적 일리가… 한 번쯤은 의심했어야 했는데… 내 눈앞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그렇게 아이의 속마음을 오해했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속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쑥쑥아, 엄마가 미안하다. 너의 성품, 성질을 오해했다. 지금 보이는 모습이, 그리고 지금이 전부는 아니겠지. 그래도 엄마 편할 대로 생각한 것은 진심으로 미안하다.

앞으로는 진심 열린 귀, 열린 눈이 되어 우리 쑥쑥이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할게.

좀 답답하더라도 엄마가 알아들을 때까지 얘기 좀 해줘.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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