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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킹콩 May 24. 2021

23. 이것이 진정한 군대 육아.

내가 대장이다. 이것들아.


 나는 어렸을 적부터 공부는 못 했어도, 운동을 못 해본 적은 없었다. 딱히 재능이 있거나 체격 조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좀... 에너지가 과하게 넘칠 뿐이었다.


 반면 우리 신랑은 나와는 정반대의 인류종이다. 그의 신체 중에 유일하게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부분은 아마도 뇌일 것이다. 다른 부분은 삶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설렁설렁 스텐션을 취한다.


 도통이는 지 아빠를 닮았다. 외모부터 내면까지 전부 다. 내가 직접 낳지 않았더라면, 신랑이 출아법으로 녀석을 만들었나 의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대로 토리는 나의 복붙이다.

 교실의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 양 끝에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또 다른 맨앞과 맨뒤를 낳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밖에 나가자는 토리, 집에 있자는 도통이. 더 놀자는 토리, 집에 가자는 도통이. 운동이 좋다는 토리, 책이 좋다는 도통이.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두 아이의 성향이 이토록 다르면 육아 스타일을 누구한테 맞추느냐고.

 대답은 지극히도 당연하다. 육아 스타일은 아이들이 아닌, 주양육자인 나한테 맞춘다. 내가 이 집의 주양육자이자 절대 권력, 대장이다. 그러니 녀석들은 좋으나 싫으나 독립하기 전까진 나를 따라야 한다.


 도통이는 하교를 하면, 늘 소파에 파드닥 엎드려서 발을 동가동가 흔들며 책을 본다. 나는 그런 도통이에게 명령한다.


 “책 덮고 일어나. 나가자.”

 

 평소에는 녀석도 군말 없이 따른다. 반항해봤자 소용없음을 잦은 체험으로 학습했다. 그런데 가끔 정말 귀찮은 날은 살짝 반항을 하기도 한다.


 “엄마... 또 어디 가게?”

 “어디든...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거야.”

 “...... 엄마는... 혼자서는 못 나가?”


 하하하. 말발에서 밀린 지 오래인지라 이제는 타격도 없다. 하여 나 역시 논리보다는 권력을 앞세운 지 오래다.


 “꿍시렁 금지. 당장 옷 입고 튀어나와.”


 이렇게 반강제로 외출을 하면 해지기 전까지는 귀가하지 않는다. 이는 물론 아이들의 건강하고 활발한 신체 활동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녀석들을 적극적으로 밖으로 빼는 또 다른 이유. 놈들의 에너지를 밖에서 최대한 방전시켜 놔야 우리의 저녁이 상대적으로 평화롭기 때문이다. 이 또한 아랫집의 평화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도통이가 무려 물놀이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놈들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 종목에 대해서는 다소 진심으로 덤비는 경향이 있다.


 그래, 니들... 물놀이가 하고 싶단 말이지? 후훗.

 나는 그날부터 아이들의 어린이집 하원을 한시로 앞당겼다. 그리고 성남에 있는 모든 물놀이장을 차례로 순회했다. 거의 매일매일. (성남 물놀이장 전체 브리핑도 가능한 수준.)

 그 물놀이장들을 몇 바퀴쯤 돌았을까. 그날도 역시 물놀이를 하러 가려는데 도통이가 애원했다.


 “엄마, 나 이제 물놀이 제발 그만 하고 싶어요.”


 그때가 물놀이장의 폐장을 3일 남긴 때였다. 존댓말을 쓰는 거 보니 녀석이 많이 간절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뭐든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의 철학이다. 이것들아.


 “3일만 버텨. 그 후엔 가고 싶어도 못 가.”


 그래서 녀석들은 할 수 없이 삼일을 더 버텼고, 우리는 결국 성남 물놀이장의 폐장까지 함께 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그 순회를 끝으로 완벽한 물개가 되었다.  거봐. 뭐든 끝장을 보면 결과물이 있다니까.

멋지다. 성남 물놀이장의 돌고래 in 2018 여름

 

 그리고 다음 해, 도통이가 인라인을 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3개를 샀다. 내꺼, 니꺼, 쟤꺼.

그걸 본 도통이가 불안한 듯 물었다.


 “엄마... 엄마 거는 왜 샀어?”

 “응... 나도 탈 거야.”

 “엄마, 인라인 타봤어?”

 “그럼. 타봤지.”


 15년 전에 타국에서 이거 타고 전단지 돌리다가 엎어지고 넘어져서 범국가적으로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타본 건 사실이니. 도통이에게 말했다.


 “도통아, 엄마는 나이가 마흔이야. 허리가 약해질 수도 있는 나이지. (현재 백스퀏 중량을 20 메지만.) 도통이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8살이고.”

 “응. 그런데 그게 왜?”

 “엄마가 쉬기 전까진 너도 못 쉰다. 오케이?”

 

내 뒤를 따르라.  in 2019

 우리는 그렇게 인라인 맹훈련에 들어갔다. 그날 아마도 대략 4시간 정도 탔을 것이다. 그리고 왜인지 도통이에게 사과를 받았다.


 “미안해, 엄마. 그동안 내가 좀 까불었지?”

 

 허허. 그렇다고 내뱉은 말을 도로 주워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 뒤로 우리는 매주 2회씩 꼬박꼬박 인라인을 탔다. 결과는? 당연히 지금은 도통이, 토리 둘 다 기깔나게 잘 탄다. 토리는 형 덕분에(엄마 때문에?) 5, 6세에 인라인과 두 발 자전거를 모두 뗐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엔 토리가 *버랜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때는 무려 할로윈 시즌이었다. 그 말을 들은 도통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녀석은 토리를 방으로 다급하게 끌고 갔다. 그러더니 지딴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너 엄마한테 뭐 하자고 함부로 말하지 마! 엄마한테 말하기 전에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란 말이야! *버랜드에 질리고 싶어? 거기 진짜 힘들어!”


 다 들린다. 도통이 이눔아.

 형이 그러거나 말거나 토리는 확고했다.


 “응! 나 *버랜드 꼭 가고 싶어!”


 오우케이. 접수. 니 뜻이 그렇다면.


누가 봐도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신난, *버랜드 할로윈

우리는 이 날 *버랜드의 폐장과 함께 퇴장했고, 그 후로 매주 꼬박꼬박 방문했다. *버랜드의 정기 방문은 코로나의 등장과 함께 멈추었다.


힘들지만 즐거운 도통이 in 2019



 무성생식으로 자가 복제를 하지 않는 한, 내 새끼들은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들끼리도 서로서로 다르다. 아니, 태초에 다른 인간과 협업해서 자손을 만드는 목적 자체가 유전자를 섞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몇 명을 만든들 전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하니 부모가 아이들에게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쪽같이 밀어붙이자. 그냥 내가 정답이다.




덧붙1.

남쪽의 어느 풀빌라에서  in 2021

 요즘은 물놀이를 가족들만 지낼 수 있는 풀빌라로 다닙니다. 사진만 보시면 믿기지 않겠지만 도통이는 체력이 딸리는 친구입니다. 저는 그런 녀석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편이지요.



역시 남쪽의 어느 풀빌라에서 in 2021

 하여 이 넘치는 에너지를 녀석들이 독립할 때까지는 유지해볼까 합니다.

힘겨우면 빨리 독립해라. 김도통.



도통이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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