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서생님, 여이가 아파요"

by 붉나무

"서새님, 여이가 아파요. 파이요"

라고 말하는 1학년 아이가 있다.

"선생님 여기가 아파요 팔이요, 라고 말해 볼까?"

"부끄어워요"

"그런 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냥 한 번 해보자. 연습에 틀리고 맞는 건 없어."

"부.끄.러.워.요"


한 학기 동안 이 아이의 보건실 방문 횟수는 40회. 보건실 방문 이유의 대부분이 복통이다. 찜질 10분이면 교실로 가곤 하는 아이다. 윗 앞니가 살짝 벌어진, 미소가 예쁜 아이다.

얼마전에는 손가락이 까져 보건실에 왔다가 내가 화분에 물을 주는 주는 걸 보더니 구경해도 되냐고 묻는다.

"서새님, 구겨해도 돼요?"

"그럼"

나는 물을 주면서 식물 이름을 알려줬다.

"이건 마삭인데 벽이 옆에 있으면 타고 올라가, 담쟁이처럼

이건 스킨답서스인데 어디서든 잘 자라고 무엇보다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지, 공기청정기처럼

이건 고무나무인데 얘도 그래.

이건 꽃기린인데 시시때때로 입술처럼 예쁜 꽃을 피운단다, 꽃 핀 거 보이지?

이건 장미허브인데 장미처럼 향기가 나. 맡아볼래?"

"네, 나요."

내가 설명을 마치자 아이가 컵에 담긴 가느다란 식물을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서생님, 저버에부터 이게 구금했어요."

"이건 워터코인, 워터는 물, 코인은 동전. 잎이 동전처럼 보이지 않니?"

"그어케 보여요"


두어 달 전부터 그 아이가 올 때마다, 발음 연습을 시켜보았다. 그때마다 아이가 웃으며 곧잘 따라 했다.

오늘은 방과 후 수업을 하다가 발목이 아프다며 왔다.


"선생님, 방. 송. 댄. 스 하다가 다.쳤.어.요."


아주 천천히 힘을 주어 말한다. 엄지 척을 해줬다.

"희야(가명)가 나날이 발음이 좋아지네. 오늘은 정확해!"

아이가 보건실을 나가다가 뒤돌아서 출입문을 다시 열고 말한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보건실에 오는 아이들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교실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데 타고난 신체적 조건까지 어려운 아이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여기 근무하는 동안 내게 오는 아이들 하나하나에 눈 맞춰주자 생각한다. 보건실에 오는 아이에게 이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도 아이들에겐 무엇이든 보고 배우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무심히 밴드나 붙여주지는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40회 x 5분=200분, 그 아이와 나와 마주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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