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연

아주 보통의 하루가 주는 힘.

by 한 걸음 더

● 주요 키워드 : 청소년, 보통의 삶, 비밀계정, 고요의바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자녀 연령대 : 중학생

● 책 읽기 난이도 : ★★★☆




이 책은 딸과 같이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제가 좋아하는) 초록색 표지가 눈에 띄어

무심코 빌려온 책이었어요.


물론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란 점도

이 책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기도 하구요.

최근에 몇 권 읽어본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이 꽤 많았거든요.

(다른 작품들도 나중에 한권씩 소개하고 싶네요)

<고요한 우연>은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만큼

평범한 여고생이 주인공인 청소년소설입니다.

원래 주인공들은 뭔가 좀 특별함이 숨어있는데..

이 작품 속 주인공인 수현이는 그렇지 않아요.


눈에 띌 정도로 아주 예쁘다거나,

누구나 다 알아줄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거나

또는 전교학생회장이나 임원이거나,

그런 특별한 구석이라곤 정말 하나도 없는...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고생이죠.

그리고 그런 수현의 눈으로 봤을 때

조금, 아니 많이 특별한 반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이름까지도 특별함이 묻어나는 '은고요',

예쁘기도 하고 공부도 잘하지만

까칠하고 친절하지 않은 성격 덕분에

반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고요는

약간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수현이 첫 눈에 반해

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반장 '정후'와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아웃사이더 '우연'까지.


평범한 주인공 수현과

조금 특별해 보이는 친구들의

온/오프라인 버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면서

본의아니게 서로 두 얼굴로 살아가는

10대들의 모습이 참 이색적으로 느껴졌어요.


오프라인 대면으로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을

온라인에서도 역시 같은 존재로

관계를 이어나가는 저희 세대 눈으로 보면

살짝 우려스러운 생각도 들었구요.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친구들 간에는

결코 할 수 없는 자신의 속마음을

인터넷 가상의 공간에서,

익명의 비밀 친구에겐 털어놓을 수 있는

10대 아이들을 보니, 좀 짠한 생각도 들고..

뭔가 양가적인 느낌이랄까.


그 외에도 아폴로 11호 달 착륙 사건도

이 책에선 중요한 요소로 나온답니다.

달의 뒷면, 달의 바다 등 우주와 달 키워드까지

더해져 SNS 비밀 계정이 더 신비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우연의 비밀 계정 '마이클 콜린스의 달' 덕분에,

아폴로 11호의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가

달의 뒷면을 관측 했다는 것도 알게 됐구요.

지구에선 결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은,

마치 다른 사람들에겐 보여주기 싫은

'나의 비밀스러운 속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번 해보게 되었구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생활하면서 살아갈까..

가끔 궁금해지곤 했는데

이 책을 보면, K-고딩들의 삶을

아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요.

SNS 비밀 계정, 은따(은근한 따돌림),

공부와 이성에 대한 고민 등등 말이죠.


약간의 미스테리 요소까지 가미되어서

소설이 술술 읽히긴 하는데,

약간 아쉬운 점은 마지막 부분이에요.

살짝 열린 결말인데,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끌고 온 스토리가

마지막엔 약간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수현의 말처럼

'보통의' 어른으로 자라서

'보통의' 일상을 사는게 쉽지 않은 요즘,

'특별함'과 '평범함'에 대해 생각해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인듯요.



이 구절이 인상에 남습니다


"나는 머리가 좋지도 않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그렇지만 크게 모자란 부분도 없는

아주 보통의 아이다.

나 같은 보통의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하는 걸까.

그냥 이대로 조용히

보통의 어른이 되는 걸까..."

(극 중 수현의 생각 中)


'보통'의 어른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즘이죠..

전 '보통'의 어른들이 많아져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아이들)은 '보통'이나 '평범'한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튀어야만

자신의 존재가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 온몸으로

남들과 다른 점을 내세우지 않아도

한사람 한사람, 너희들 모두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란 걸,

알려주고 싶네요. 물론, 우리 딸한테도요. en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