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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Feb 07. 2022

원망하는 아내, 방어하는 남편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기

여보! 이번 명절에는 우리 집에 가지 말자!


아내에게 "이번 명절은 가말자"라고 말했다. 아내는 본인 마음도 어려우면서 "그래도 가야지. 갔다오자."라고 말한다.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내 분노 게이지는 급격히 증폭된다. 부모님이 아내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다. 엄마는 며느리를 오랜만에 봤어도 부드럽게 인사할 줄 모른다. 육아하기 힘들지 않냐는 위로의 말도 없다. 손주를 봐도 잠시 웃을 뿐 사소한 일에 집중하느라 말을 건네거나 스킨십도 없다. 결혼 후 부모님 집에 다녀 올 때마다 엄마에 대한 내 이상과 기대가 좌절되는 경험을 한다. 


시댁에 다녀오느라 수고한 아내를 위로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따뜻한 유자차를 준비해서 아내에게 대화를 청했다.

“여보. 오늘 진짜 고생했어. 같이 가자고 해줘서 고마워. 여보도 시부모님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인데 정말 미안해~”

아내는 가볍지 않은 표정으로 말없이 들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맞아 나는 충분히 그런 사람이야. 그런데 자꾸만 여보를 원망하게 돼. 여보를 만나서 내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봐. 왜 나는 원망만 하는 걸까?”

“맞아 여보.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잘 말했어!”

 “근데 예전부터 그랬어. 내 부모님도 똑같이 원망했고. 아... 내가 문제인 것 같아.”     


아내는 갑자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5분을 울었을까? 겨우 진정하고 아내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여보가 열등감 때문에 공격으로 받아들여서 모든 말을 긴장하고 했었어. 그래서 내가 충분히 내 마음을 쏟아놓을 수 없었나 봐. 그런데 여보가 잘 말했다고 받아주니까 내 마음을 보게 된 것 같아."

"나는 그동안 부모님 탓, 여보 탓, 상대방을 탓하며 살아왔어. 정작 내 문제라고 생각하면 인정하기 싫어서 나를 보호하려고 누군가를 자꾸 탓하며 살았나봐."


아내는 말하고 나니 마치 묵은 떼를 벗은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아내에게 당시 표현하지 못했지만 너무 기뻤다. 나는 이기적인 '자기애'로 스스로를 먼저 보호하기 익숙한 사람이라 아내를 돌볼 능력이 부족했었는데 내가 아내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아내는 나와 반대로 '의존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자신을 행복하고 불행하게 하는 것이 남편에게 달렸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다툼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기 시작한 순간부터다.


서로를 사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기적인 것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자신 안의 불충분함을 상대방에게 해결 받으려고 한다. 주는 사랑을 할 수 없으면 상대방을 나에게  맞춰 은밀하게 조종하게 된다. 만약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되지 않으면 상대방을 원망한다. 행복과 불행은 배우자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감정의 주인은 언제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모로부터 기본적인 욕구와 사랑을 충족받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도,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도 사랑을 할 줄 모른다. 주는 방법도 모르고 받는 법도 모른다. 어른의 모습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을 돌봐주길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우리 부부가 방어하는 남편, 원망하는 아내로 살았던 이유는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시도였다. 자기 스스로 해결할 줄 몰라서 서로에게 책임을 요구하려고 했었다. 서로에게 잘못은 없었다. 아직 충분히 사랑받고 싶은 갈증이 아이처럼 우리 안에 있을 뿐이었다.  


[생존책방의 셀프 치유 TIP] :

1. 원망하는 아내와 방어하는 남편의 본질적인 문제는 '내면 아이'였다.
2. 배우자의 감정을 수용하고 인정해주자 억압된 감정이 풀어지는 기회가 생겼다.
3. 배우자에게 내 감정을 책임지라고 요청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먼저 책임져야 한다.
4. 서로에게 억압된 감정과 욕구가 무엇인지 나누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과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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