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짓는남자 May 13. 2019

회사에 충성하면 안 되는 이유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 뉴스 난에서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인터뷰를 봤다. 창업한 회사가 쭉쭉 성장하여 규모가 꽤 커졌는데, 갑자기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어떤 직원들은 그만두고, 또 어떤 직원들은 남았다고 한다. 그만둔 직원들은 학력이 높은 직원들이었다고. 남아 있는 직원들과 죽기 살기로 일하여 지금은 회사가 안정되었다고 한다. 회사가 안정된 후 직원을 충원했는데, 고학력자들을 채용했다고.

인터뷰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해서 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대신 댓글들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넷 뉴스 기사에 칭찬만 달리는 경우는 없다. 대개 비판 혹은 비난 일색이다. 그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네티즌이 “어려우면 남은 직원들을 실컷 부려먹고, 안정되면 어려울 때 고생한 직원들을 자르는 게 회사”라고 주장했다. 남은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긴 했지만, 회사를 키우려면 능력 있는 고학력자들이 필요하니 이제 필요 없는 직원들은 자른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100% 옳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지인이 있다.




지인은 능력 있는 직원이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연봉을 높여 갔다. 재직한 회사에서는 매년 연봉이 오를 정도로 능력을 확실히 입증했고, 인정받았다. 최근에 근무한 회사에서도 그랬다.


지인이 입사했을 당시 사장이 둘이었다. 두 회사가 합병한 상태였다. 사업자는 하나였지만, 직원들은 각자 두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사장들의 관계가 삐걱 댔고, 결국 둘은 갈라졌다. 갈라지는 과정에서 지인 쪽 직원들이 반 이상 그만두었다. 지인도 그만두려고 했으나 능력 있는 직원이었기에 사장이 붙잡았고, 지인은 이직하려다 그간의 정으로 마지못해 남았다. 그리고 지인도 가까운 동료들을 붙잡아 함께 남았다.

지인과 동료들이 몇 년간 열심히 일한 덕에 회사는 안정을 찾았다. 사정상 회사는 다시 다른 회사와 합병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지인 쪽 회사 매출 규모가 훨씬 컸기에 다른 쪽 회사 사장이 그 매출을 탐냈다. 지인 쪽 사장은 가능한 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싶어 했다. 자신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분만큼 매달 돈만 받아가길 원했다. 그래서 다른 사장에게 경영을 전부 맡겼다. 다른 사장은 얼씨구나 기회를 잡았다.


눈엣가시 같았던 지인 쪽 직원들을 전부 잘랐다. 지인은 중간 관리자였기에 보다 못해 자신의 사장에게 가서 항변했다. 어려울 때 고생하며 회사를 지킨 직원들을 어떻게 자를 수 있냐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사장은 나 몰라라 했다. 그렇게 지인만 남게 되었다. 다른 사장은 지인도 자르고 싶었지만, 지인 사장이 지인을 꽉 붙들고 있어서 손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사장은 홀로 남은 지인을 계속 괴롭혔고, 결국 지인도 그만두었다. 지인 사장은 지인에게 그저 미안하다고만 할 뿐, 전혀 힘이 되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에 충성하는 게 좋을까? 충성하지 않는 게 좋을까? 이 글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면 당연히 충성하는 게 좋다고 답을 해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답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회사에 충성해 봐야 좋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회사 사정이 좋을 때나 상사 혹은 사장과 관계가 좋을 때에야 충성하는 게 좋다. - 충성까지는 아니라도, 성실하기만 해도 된다. - 충성하면 여러 모로 좋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상사 혹은 사장과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충성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회사에 충성해봐야 남는 게 별로 없다. 경우에 따라 지인처럼 못 볼 꼴을 당할 수도 있다.

언젠가 못 볼 꼴을 당할지 모른다고 가정하고 충성하지 않는 것도 웃기긴 하다. 회사에서의 과정이나 결말이 항상 안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회사에서는 안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어떤 회사에서는 좋게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안 좋게 나오기도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굳이 미리 베드 엔딩을 써놓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는가.

지인이 그런 꼴을 당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지인 자신도 예상 못한 일이다. 한 회사에 천년만년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웃으며 퇴사하고 싶어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다. 더욱이 - 직원에게 잘해주는 회사도 많지만 - 충성한다고 해서 회사가 항상 먼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직원을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하는 회사가 많다. 그런 회사에서는 충성해봐야 등골만 휘고, 진액만 쏟게 된다. 남는 게 없다.

회사에 절대 충성하지 말라고 하며 글을 끝내면 글이 너무 암울해질 것이다. 그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밝게 끝나고 싶다.




회사에 무조건 충성하지는 말자. 그러다 못 볼 꼴을 당하면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든다.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적당히 충성하자. 상황 봐가면서 충성하자. 충성할 때 하더라도 모든 걸 쏟아가며 충성하지는 말자. 뒤통수 맞을 때를 대비해서, 그때 ‘괜히 충성했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충성도를 2%는 남겨두고 98%만 충성하자.

이전 05화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