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여울에서

무위와 유위의 융합적 삶

by 불비

어느 개여울에서


개여울 세상 바닥에는 민물 참게 한 마리가

발발거리며 걷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거친 돌멩이에

단단한 집게발이 부러져 울울대고

질흙 속에 흐적흐적대는 모습이 딱 나다


물속에는 살집 좋은 햇살이 투영하듯 노닐고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는 또 다른 내가 유영하고

작지만 큰 원을 그리며

슬픔을 뒤로 밀치고 앞으로 나가는

물방개가 있고


둑과 둑은 서로를 배려하며

개여울에게 바람의 길을 내어주고

그 바람은 탁 트인 들판을 가로질러

그 끝에서 차오르는 흰 구름떼와 닿는다


제 것을 다 쏟고 무무대거나

제 것을 다 얻고 유유대는


나는 어디에 있나




무위와 유위의 융합적 삶


시인은 참게이고 또 물방개이다. 참게는 자기 세상에서 참 힘들게 발발거리며 살아간다. 너무 집요하게 살려다 보니 온몸이 단단해졌다. 이 세상은 참게가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찮다.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돌멩이에 뻣뻣해진 집게발이 부러진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질흙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간다. 시인은 이런 참게의 삶이 자기 삶이라고 한다.


물방개는 자기 세상에서 유연하게 헤엄치면서 살아간다. 그 세상에서는 꽉 찬 햇발이 비친다. 그의 세상에서 그를 가로막는 슬픔은 부드러운 물이고, 이 물살을 가볍게 밀치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유유히 간다. 시인은 이 물방개의 삶도 자기 삶이라고 한다.


참게의 삶의 방식과 물방개의 삶의 방식! 물방개는 무위(無爲)의 삶을 추구한다. 무위는 ‘애쓰지 않고자 노력하기’이다. 이 삶을 살아가려면 애쓰야 하지만 애쓴다고 안 될 일이 되고 될 일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무위는 행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위는 행하지 않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비우면 더 큰 에너지가 샘솟는다. 마음을 비웠는데 왜 생산적인 일이 벌어질까? 마음은 생각과 논리와 언어의 영역이다. 반면 몸은 생각도 하지 않고 논리도 없고 말도 없는 행동의 영역이다. 그냥 행동해서는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그 행동도 생각은 한다. 몸이 하는 생각은 마음에게서 위탁받은 생각이다. 그래서 ‘몸 생각’(body thinking)이다. 무위의 행동에는 생산성에 필요한 생각과 논리와 언어가 나도 모르게 묻어 있는 것이다. 이런 무위의 삶을 물방개는 추구하고 있다. 물방개는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자기 삶 속에서 유영하고 있고, 그러면서 슬픔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달성한다.


참게의 삶은 유위(有爲)이다. 참게는 행동을 한다. 이런 행동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다. 목적이 확실하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기 삶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많은 노력을 다한다. 물론 헤매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그게 현실이므로 참게는 그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시인은 참게의 삶인 유위와 물방개의 삶인 무위를 각각 별도의 ‘둑’으로 묘사한다. 동양철학자는 무위의 삶을 추천하지만, 사업가는 유위의 삶을 추천할 것이다. 각각은 이상과 현실이다. 둑과 둑이 이어져야 바람이 불어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다. 그 바람은 탁 트인 들판을 가로질러 흰 구름떼와 닿는다. ‘길’이 우리가 밟고 지나가는 현실이라면 ‘구름떼’는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이상이다. 시인은 현실만 살아가지도, 이상만 추구하지도 않는다. 둑과 둑이 이어져야 하듯이, 이상과 현실을 잇고자 한다. 무위와 유위를 잇고자 한다. 자기 것을 다 비우려고 ‘무무대고’ 자기 것을 다 얻고자 ‘유유대고’ 있다. 이 둘 다에 시인은 존재성을 갖고 있다.


어쩌면 시인은 청년 때 노자 《도덕경》을 읽으면서 무위를 삶을 살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을 넘어 직장인이 되고 삶과 투쟁하는 삶을 살면서는 무위만 가지고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참 현명하다. 우리는 두 삶의 방식 중에서 하나를 취한다. 그 방식을 계속 추구하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그 방식을 버리고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의 방식이다. 시인은 두 삶의 방식이 그 자체적 미학을 갖는다는 것을 알기에 둘 다 안고 가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계속 간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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