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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Mar 22. 2024

역사책을 왜 읽을까?

아이들이 역사책을 읽는 방법

홈쇼핑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 전집을 판매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꽤 많은 권수로 구성된 역사책이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더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책의 종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듯 하다.


아이들과 부모님은 고민이 많다. 그 많은 역사책 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분량의 역사책을 읽는 것이 좋은지? 역사책 하나 읽으려고 해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예능 방송으로 유명해진 저자의 책을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초등학생 아이가 어떤 역사책을 읽어야 하는지의 질문을 받으면, 항상 비슷한 답변을 한다.


"다섯 권 정도로 구성된 역사책이면 초등학생에겐 충분합니다."


구체적으로 특정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너무 길지 않고, 가급적 만화는 피하고 줄글로 된 책을 권한다. 이유는 이렇다.


초등학생이라면 역사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사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를 앞서 살아가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살펴보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아주 먼 옛날 살았던 사람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 같지만, 사람 사는 게 옛날과 지금이 전혀 다른 것만은 아니다.


고려 때, 무신들이 난은 일으켜 정권을 잡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군인들은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쟁취했다. 징비록을 읽다 보면 계속 한숨이 나온다. 유성룡 선생의 기록을 보면 임진왜란의 발발을 막지는 못했더라도, 충분히 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 시대를 살았던 지도자들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얼마나 많은 백성이 고초를 겪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끔찍한 전쟁을 겪고 지난 일을 경계하여 후환을 삼가기 위해 책을 써서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300년도 안 돼 임진왜란을 일으킨 나라의 식민 지배를 받는다.


역사가 반복되었다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좋이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니 역사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런데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판적 사고력이 전제되어야 하기도 하지만, 먼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 위에 존재한다. 그래서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국가가 존재했는지도 알아햐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인과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건은 반드시 시간의 흐름 위에 앞의 사건이 원인이 되어 뒤의 결과가 이어진다. 그래서 이 인과 관계를 잘 이해하다 보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법이다.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기억에 남아야 한다. 조선 건국 이후 정도전은 공자가 추구했던 재상 정치를 실현했기 때문에, 정치적 야망이 있었던 이방원을 척을 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왕권을 찬탈한 태종은 자신과는 다른 후계자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한다면, 암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암기의 치명적 단점은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암기에 관한 내용은 시험을 치르기 직전 외웠다가 잊어버려도 무방하다. 하지만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암기도 어렵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 다섯 권 정도의 역사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등학생 대상의 역사책인데 50권 정도로 구성되었다는 건, 그만큼 굳이 그 나이대의 아이가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닌 것까지 자세히 언급해 놓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관직의 이름이나, 제도의 이름 등등.


그러다 보니 너무 이른 나이에 왕성한 호기심으로 긴 역사책을 접한 아이들은 이런 관직의 이름이나 제도의 이름을 외우는 것을 역사 공부라 오해한다.


한때 초등학교 남자아이들 사이에 공룡의 이름을 많이 외우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자랑이었던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역사책을 읽고 현재를 비추어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굳이 너무 어린 나이에 역사책을 읽고 불필요한 명칭을 외우는 것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논리적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에 먼저 흐름을 파악하고, 사건과 사건 간의 인과 관계를 이해하며 역사책을 읽어야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더 궁금한 점이 생기며 조금 더 전문적인 역사책을 읽는 순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


초등학생 그리고 중학생까지도 다섯 권 정도 분량의 역사책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슷한 분량의 역사책들의 내용 또한 비슷하다. 굳이 여러 종류의 비슷한 역사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깊이 있게 거듭 읽고 더 알고자 한다면 전문적인 내용의 역사책을 읽는 것이 좋다. 징비록도 그런 책이다. 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 중 하나가 징비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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