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학생을 포함해 부모나 자신이 외국에서 이주한 학생
"우리는 가정통신문이 기본적으로 3개가 나가요. 한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아는 후배가 근무하는 김해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상황이다. 스무 명 남짓한 학생 중에 '한국 아이'는 6명이라고 한다. 70%가 넘는 학생이 외국, 아니 새로운 명칭으로 '이주배경학생'들이다. 앞으로 입학하게 될 유치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국가 출신이 40%, 베트남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 35% 정도를 차지한다. 오히려 그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쓰는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아이들이 소외받는 걸 걱정하는 처지라고 한다. 지금은 공단지역만의 특수한 상황이지만(경기 안산 원곡초의 경우 신입생의 99%가 이주배경학생), 십 년 이내에 전국에서 맞이할 '예정된 미래'이다. 매년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이주배경가정 학생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일 민족, 한민족'이란 세계관의 퇴장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끼리끼리 어울리니까,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필요를 별로 못 느껴요."
후배가 걱정스레 말을 했다. 이주배경이 비슷한 가정끼리 모인 커뮤니티가 있단다. 각기 다른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니 같은 학교로 모여든다. 어느새 다수가 된 아이들은 소수의 아이들을 피부색이나 언어 등을 이유로 놀리며 예전에 받았던 설움을 되돌려 준다고 한다. 학교 내외에서 외모, 언어별로 뭉쳐져 각각의 섬을 이룬다. 서로 섞이는 게 잘 안된다. 이는 이주배경학생들이 특정 학교로 몰려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만약 인구가 줄며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다면, 이젠 그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존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손흥민에 양쪽 눈 '쫙'… 인종차별 英축구팬, 3년간 직관 금지
유럽축구계에서 아시아 축구선수는 '마이너리티'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스타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은 공존을 지향하는 선수다. 자기가 뛰어든 '세계관'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독일에서는 독일어로, 영국에서는 영어로 소통한다. 시즌 중에는 오로지 소속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다. 작년에는 부상의 고통까지 참아가며 경기를 소화했다. 리그 톱레벨의 축구실력에 더해 이렇게까지 융화되려 노력하는 선수를 팬 입장에서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을까. 그렇기에 차별을 받은 '한국인'을 보호하고, 공격을 한 '영국인'에게 철퇴가 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에서 사람의 마음을 엿보는 송길영 작가는 신간 '시대예보: 핵 개인의 시대'에서 핵개인에 대해 얘기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 거기서 더 나뉜 개개인을 핵개인이라 부른다. 핵개인은 홀로 설 수 있는 인간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누구와도 공존이 가능하다. 손흥민은 핵개인이다. 스스로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것을 겁내지 않고, 새로운 타자를 만났을 때에도 주저함이 없다. 토트넘에 비유럽 출신 선수들이 합류하면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고 팀 내 적응을 돕는다. 올시즌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에 임명된 건 단순히 축구실력이 때문이 아니다. 오랜 기간 공존을 위해 힘써온 이런 노력에 대한 인정이다.
유퀴즈에 나온 JYP와 Mr.Bang(방시혁)을 보는데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건 둘이 합쳐 15조 회사의 대주주여서도, 1000곡이 넘는 히트곡을 만들어서도 아니다. 결코 급조할 수 없는, 오직 시간과 진정성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는 자신들만의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세우면 인정해 주기가 싫고, '멋있음'을 추구하는 순간부터 멋있지가 않은 법이다. 그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게 화면으로 보인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말한다. 그게 참 멋졌다.
그들은 K-팝의 위기를 얘기했다. 열성팬덤이 공고하지만 저변이 넓지 않음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K-팝에서 K를 떼려는 시도를 한다. 전원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K-팝 1세대, 외국인 멤버를 혼합한 2세대를 거쳐, K-팝 시스템으로 육성한 현지 외국인 그룹을 만들려고 시도 중이다. 우리가 성조기나 오성홍기가 범벅인 미국, 중국 영화에 거부감이 드는 것처럼 다른 문화권에서 K-컬처를 바로 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옳다고 여겨진다. 우리도 '오리너구리'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경계와 감각의 벽을 허물어야 '새로움'이 생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섞어 나갈 때',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유성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고유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깔끔하게 가진 것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사회,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살아갈 핵개인의 시대이다. '힙'하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