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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블레이더 Sep 04. 2024

그리스인 조르바

삶은 한바탕 춤이다

작가 카잔차키스가 펜을 들어 그려낸 이 매력적인 야수는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동시에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그는 마치 디오니소스의 현대적 화신처럼, 삶의 쾌락과 고통을 모두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반면 우리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마치 아폴론의 추종자처럼 절제되고 이성적이다. 이 둘의 만남이 어찌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설 속 주인공 조르바는 삶을 '춤'으로 표현한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춤이다. 기쁨도, 슬픔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말이다. 그가 부케팔라스라 이름 붙인 광산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는 어떻게 했던가? 그렇다, 춤을 추었다. 이는 마치 니체가 말한 "신이 죽었다"는 선언 앞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지 않은가? 


반면 우리의 주인공은 어떤가? 그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분석한다. 그는 마치 플라톤의 동굴 속 죄수처럼 삶의 그림자만을 보고 있는 듯하다. 조르바가 그에게 가르치려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동굴에서 나와 실제 세상을 경험하라는 것.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조르바처럼 살 수 있는가?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당신은 조르바처럼 살고 싶은가?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도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는 조금이나마 조르바가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묘미다. 우리는 주인공을 통해 조르바를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마치 동물원에서 사자를 구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진정한 사자의 모습은 사바나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줄거리 요약

이 소설은 한 젊은 지식인인 '나'가 크레타 섬에서 갈탄 광산을 운영하려다 실패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사업 실패담이 아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실화같은 이야기다.


'나'는 크레타로 떠나기 전, 피레아스 항구에서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자신을 광부이자 요리사, 그리고 산투리 연주자라고 소개한다. '나'는 그의 독특한 매력에 이끌려 그를 고용하기로 한다.


크레타에 도착한 둘은 광산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광산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이해하고 경험하기 위한 수단이다. 조르바는 이런 '나'에게 책이 아닌 실제 경험을 통해 삶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이들의 모험은 다양한 사건들로 채워진다. 과부 호르테인스와의 만남, 마담 호르텐스의 죽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광산의 실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조르바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고 받아들인다.


결국 광산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조르바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소설은 조르바가 '나'에게 춤을 가르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방법을 상징한다.


주요 등장인물

• '나' (화자): 지적이고 사색적인 젊은 작가. 조르바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배워나간다.

알렉시스 조르바: 거칠지만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삶을 온전히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

마담 호르텐스: 늙어가는 프랑스 출신의 매춘부. 조르바와 연인 관계가 된다.

과부: 마을의 아름다운 과부. 많은 남성들의 관심을 받지만,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핵심 주제 및 모티프

삶의 즐거움: 조르바를 통해 드러나는 이 주제는 소설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기고,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성과 본능의 대립: '나'와 조르바의 대조를 통해 이성적 사고와 본능적 행동 사이의 균형에 대해 탐구한다.

자유와 속박: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죽음과 삶: 죽음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사회적 및 역사적 배경

이 소설은 20세기 초반의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전히 전통과 근대화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크레타 섬은 이러한 갈등이 집약된 곳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 섬은 근대화의 물결과 충돌하고 있었다. 이는 소설에서 '나'의 광산 프로젝트와 마을 사람들의 삶이 대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로, 유럽 전체가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새로운 사상들이 등장하던 때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나'와 조르바의 대조되는 세계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카잔차키스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조르바라는 인물을 통해 근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간 본연의 자유와 열정에 대한 찬가를 불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시각은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실존주의 철학과도 맥을 같이한다.


결국, '그리스인 조르바'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성과 전통, 이성과 감성, 속박과 자유 사이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춤을 추고 있는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아마도 그 춤이야말로 이 모든 대립을 초월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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