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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블레이더 Aug 30. 2024

장미의 이름

수도원 버전의 셜록 홈즈, 인간을 탐구하다

수도원의 거대한 도서관 미궁에서 펼쳐지는 살인 사건과 지적 탐구의 과정을 그린 '장미의 이름'은 참으로 기묘한 작품이다. 마치 중세 신학자들이 천사가 바늘 끝에 몇 명이나 설 수 있는지 토론하듯, 이 소설은 독자를 복잡한 철학적, 신학적 미로로 안내한다.


하지만 걱정 말라. 이 소설은 단순한 지적 유희에 그치지 않는다. 살인 사건, 음모, 그리고 금기된 사랑까지... 중세 수도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인간의 모든 욕망과 지성이 폭발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윌리엄은 셜록 홈즈를 빙의한 프란체스코회 수사다. 그의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방법론은 마치 중세판 CSI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조수로 18세의 수련사인 아드소는 왓슨보다는 훨씬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청년이다. 이 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중세 필사본에 그려진 괴상한 동물 삽화처럼 기이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에코는 이 작품을 통해 중세라는 시대를 재현하면서도, 현대인의 시선으로 그 시대를 해석한다. 그 결과물은 마치 고딕 성당의 첨탑처럼 높고 웅장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작은 조각상처럼 섬세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라.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당신은 미로 같은 수도원 도서관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라틴어와 그리스어 문장에 눈이 흐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마치 금기된 책을 훔쳐 읽는 수사처럼, 당신은 이 소설을 통해 중세의 지적 모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장미의 이름'은 지식과 권력, 믿음과 의심,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한 권의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시작된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아마도 에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리를 찾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책을 펼쳐라. 하지만 조심하라. 그 안에는 장미의 독이 묻어있을지도 모른다."


줄거리 요약

1327년 11월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영국 바스커빌 출신(아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를 연상시키는 설정)의 프란체스코회 수사 윌리엄과 그의 견습생 아드소가 이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다. 

윌리엄은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수도원의 거대한 도서관과 그 안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도서관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금기된 책들이 보관되어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지식과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연관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을 둘러싼 비밀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한편, 아드소는 마을 소녀와의 금지된 사랑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결국 윌리엄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만, 그 과정에서 수도원은 화재로 소실되고, 귀중한 책들도 모두 불타 없어진다. 범인은 맹목적 신앙에 사로잡힌 노수사 호르헤로 밝혀지지만, 그도 화재 속에서 사라진다.

이 모든 사건은 이제 노인이 된 아드소의 회상으로 그려진다.


주요 등장인물  

윌리엄: 영국 바스커빌 출신의 프란체스코회 수사. 예리한 관찰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을 지녔으며, 과학적 방법론을 신봉한다.

아드소: 윌리엄의 견습생이자 이야기의 화자. 18세의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청년으로, 사건을 통해 성장한다.

호르헤: 노수사이자 도서관의 관리인. 맹목적 신앙으로 지식을 통제하려 한다.

아바스: 수도원장으로, 정치적 수완가이다.

베르나르도 기: 종교재판관으로, 이단 심문에 열성적이다.


핵심 주제 및 모티프  

지식과 권력: 책과 도서관을 둘러싼 투쟁은 지식이 곧 권력임을 보여준다.

신앙과 이성: 맹목적 신앙과 과학적 사고의 대립을 그린다.

진리의 상대성: 절대적 진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미로와 책: 도서관의 미로는 지식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기호학: 모든 것이 해석의 대상이 되며,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 및 역사적 배경

14세기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는 교회의 권위가 절대적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상과 과학의 싹이 트기 시작한 시기였다. 종교 개혁의 전조가 보이는 가운데, 이단 심문과 종교재판이 횡행하던 때였다.

에코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현대의 문제들 - 예를 들어 지식의 통제, 권력의 남용, 광신과 이성의 대립 등 - 을 중세라는 거울에 비춰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는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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