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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Oct 28. 2022

《삼국지》 최후의 승자

― 사마의(司馬懿) | 忍


제갈량의 진정한 라이벌

유비와 조조를 대신해서 천하를 두고 7년 동안 지략 대결을 벌인 제갈량과 사마의는 진정한 라이벌이었다. ⓒ 이미지 출처 - 중화TV <사마의 : 미완의 책사> 캡처


삼국지를 보면 수많은 책사가 신출귀몰한 전략과 모략 대결을 벌인다그중 으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제갈량이다떠돌이 신세였던 유비를 제왕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삼국의 당당한 한 축인 촉을 세웠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삼국지》 최고의 책사 제갈량의 라이벌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주유(周瑜)나 방통(龐統), 순욱을 꼽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주유의 경우 워낙 단명한 탓에 제대로 된 지략 대결을 펼치지 못했고방통은 같은 유비 휘하에 있었으며순욱은 한 세대 위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제갈량의 진정한 라이벌은 사마의(司馬懿흔히 사마중달이라고도 불린다)라고 할 수 있다.

1,800여 년 전, 제갈량과 사마의가 천하를 놓고 벌인 7년의 대결은 매우 흥미로웠다. 두 사람은 유비와 조조를 대신해서 지략 대결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경쟁했다. 하지만 일을 풀어가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먼저, 제갈량이 뛰어난 계책과 넓은 안목으로 난국을 돌파해냈다면, 사마의는 매우 신중하고 타인의 장점을 잘 습득했다. 

또한, 
제갈량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밀어붙인 반면, 사마의는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았다. 제갈량으로부터 여자 옷을 선물 받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군대를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을 정도다. 

끝으로, 
제갈량이 도덕 정치를 이상으로 여기고 군자의 풍모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면, 사마의는 권력의 흐름을 살피며 은인자중하면서 철저히 실리적인 삶을 살고자 했다.
 
이런 사마의의 처세술은 제갈량과의 마지막 일전을 벌인 오장원 전투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제갈량이 갖은 지략과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그를 긴장하게 했지만, 사마의는 수비만 할 뿐 절대 함부로 싸우려고 하지 않았던 것. 

그런 사마의를 제갈량은 무던히도 괴롭혔다. 군사들을 시켜 “겁쟁이 사마의”라며 욕을 퍼붓게 했는가 하면, 여자 옷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그런 치욕을 당하면서도 사마의는 참고, 또 참았다. 심지어 제갈량이 보낸 여자 옷을 입고 사례까지 했다. 당연히 촉한 군의 사기 역시 크게 떨어졌고, 전투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제갈량이 병사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7년에 걸친 지략 싸움은 끝이 났고, 
싸움에서 승리한 사마의는 촉의 북벌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조예(曹叡, 위나라의 2대 황제) 사후 실권을 장악하며 서진 건국의 토대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삼국지》 최후의 승자는 제갈량이 아닌 사마의인 셈이다.




‘가치부전(假痴不癲)’의 승부사

사마의야말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인내심 대가이자 ‘가치부전(假痴不癲)’의 승부사였다. ⓒ 이미지 출처 - 중화TV <사마의 : 미완의 책사> 캡처


가치부전(假痴不癲). 손자병법 삼십육계 중 27계 전략으로 바보처럼 보여 난관을 극복하라라는 뜻이다사마의는 ‘가치부전’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이었다.


실례로사마의는 조조조비(曹丕), 조예(曹睿), 조방으로 이어지는 위 왕조 4대를 섬기는 동안 철저히 몸을 낮추며결정적 기회가 올 때까지 욕망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다성공에 가까웠을 때가 가장 위험하고형세가 좋을 때 잘못을 범하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만큼 몸을 낮추고, 기회를 기다릴 줄 알았다. 생각건대, 중국 역사상 사마의에 필적할 만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실 조조는 그런 사마의의 야망을 단번에 알아챘다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더욱 신중하게 처신했다조조가 벼슬을 내려도 병을 핑계로 출사하지 않았다그러자 조조는 사람을 시켜 그를 몰래 엿보게 했는데자리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마의가 조조에게 출사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조조보다는 원소의 세력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짓 연기를 해야만 했는데연기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집안 하인들조차 속을 정도였다.


사마의가 얼마나 치밀한 성격인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뒤뜰에 책을 펼쳐 놓고 말리던 중 소나기가 내렸다. 

책을 무척 아끼던 그는 버선발로 달려가서 책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만 여종 한 명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결국, 그와 그의 아내는 여종의 입을 막기 위해 그녀를 죽였다.

― 《삼국지》 권1 〈위서〉 ‘무제기’ 중에서


그런데도 조조는 결국 그를 반강제로 곁에 두었다그러면서도 사마의는 절대 신하로만 머물 사람이 아니다라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

수없이 모욕 받으면서도 함부로 나서지 않고 때를 기다려서 승리한 사마의야말로 진정한 승부사였다. ⓒ 이미지 출처 - 중화TV <사마의 : 미완의 책사> 캡처


책사는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그러자면 사람과 사물을 환히 꿰뚫어 보는 능력즉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그것이 전부가 아니다입바른 소리를 통해 최고 권력자가 엇나가지 않게 하고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나가고물러날 때 역시 잘 알고 실천해야 하며함부로 나서지 않고심지 또한 굳어야 한다책사가 말이 많으면 권력자의 권위가 약해지고책사가 흥분하고 설치면 정치꾼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마의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였다그런 사마의를 혹자는 희대의 전략가’, ‘주군을 배신한 역적이라고 하곤 한다하지만 이는 사마의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마오쩌둥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사마의야말로 조조보다 몇 배는 뛰어난 인물이다.


누구나 살면서 수없이 모욕의 순간을 만난다그때마다 참지 못하면 뜻한 바를 쉽게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성공하려면 성급함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모욕받는 상황에서도 부드러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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