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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ger Ly Nov 01. 2020

조지 플로이드 (46)

2020.5.25


"Today is always here, ' said Seth. "Tomorrow, never."

-toni morrison





mama mama.

엄마, 나는 꿈이 있었어요.



0분.

나는 1973년 노스캐롤라이나 Fayetteville에서 태어났다. 내가 두 살 때 부모님은 헤어지셨고 어머니와 남겨진 나와 동생들은 한동안 트레일러에서 살았다. 그러다 어머니는 텍사스 휴스턴 출신 남자를 만났고 우리는 휴스턴으로 터전을 옮겼다.



1분.

텍사스 휴스턴에서 우리는 Cuney Homes라는 공영주택단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곳은 모두가 가난하고 못 살았지만, 우리는 그중에서도 The Bricks라고 불리는 가장 못 사는 3동 Third Ward에 살았다. 그리고 거기서도 우리 집이 가장 가난했다. 먹을 게 없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며칠을 지내는 적도 많았다. 보통 때는 바나나로 허기를 채우거나 빵에 마요네즈를 발라 먹으면서 끼니를 해결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늘 웃음소리가 가득한 집이었다. 모두가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고 아껴서 우리는 우리가 가난한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렇지만 가끔은 우리가 배불리 먹었으면 했다. 장남이고 가장인 나는 우리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꿨다.



2분.

우리가 사는 동네는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총에 맞아 죽어있는 게 보여도, 한 여자아이가 골목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소리가 들려도 아무렇지 않은 동네였다. 그런 일들이 빈번했고,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의 '기준'이 된 지 오래였지만, 우리도 그런 위험과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었다. 난 꼭 성공해서 이 동네를 벗어날 것이다.



3분.

어머니는 우리 5남매를 위해 Guidry's라는 한 식당에서 햄버거 고기를 뒤집으셨다. 가끔 학교 끝나고 어머니를 찾아가 식당 음식을 얻어먹는 것이 나의 낙이었다. 어머니는 늘 우리에게 동네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도처에 마약, 폭력, 총기, 범죄 조직,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이 동네에서 너희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잘 살라고 하셨다.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이곳에서 탈출하면, 어머니를 위해 집을 한 채 지어드리고 싶다. 안전한 동네, 깨끗하고 널찍한 집에서 우리가 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난 성공해야만 한다.



4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농구와 미식축구를 했다. 다른 아이들이 사고를 치면서 우르르 몰려다닐 때 나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고1 때 대표팀에 들어가는 게 내 목표다. 아버지 같던 우리 코치는 내가 근성도 있고 실력도 있다고 했다. 열심히 하면 필드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더 큰 꿈을 가지게 됐다. NBA 선수로 뛰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NBA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보시는 어머니의 흐뭇한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5분.

드디어 고등학교 대표팀에 들어갔다. 이제 내 목표는 대학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더 많이 뛰어서 난 꼭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내 백넘버 88이 맘에 든다. 기운이 좋다.




5분 59초.

어제 선배 형이 죽었다. 형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총에 맞아 죽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난 그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 절대.



5분 58초.

1992년. 5A division II  State Championship. Astrodome에서 템플 와일드캣과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결과는 38-20. 우리 휴스턴 예잇츠가 졌다.



5분 57초.

졸업시험을 망쳤다. 운동만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지. 공부에 손을 뗀 지 오래됐는데도 선생님들은 나는 운동을 하는 녀석이니 출석만 하면 된다고 하셨었다. 그런데 졸업시험을 통과를 못하면 난 친구들과 같이 졸업을 못한다고 한다. 너무 괴롭다. 내가 어머니를 실망시켰다고 생각하니 더 괴롭다.



5분 56초.

난 결국 졸업을 하지 못했다. 졸업시험에 통과한 내 친구들은 졸업식에 가서 졸업장을 받았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친구 두 명이 죽었다. 나는 졸업을 못했고, 친구 두 명은 졸업은 했지만 죽었다. 세상이 원망스럽다.



6분.

나는 졸업 시험을 다시 봤고 다행히 이번엔 통과했다.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바로 South Florida Community College 농구팀 코치가 포워드 센터인 나를 스카우트한다고 했다는 거다. 내가 대학에 간다니, 내가. 내가 드디어 해냈다. 2년제 대학이긴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정말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7분.

1993년. 플로리다에서 새로운 시작. 코치님도 좋고 사모님도 친절하시고 모두가 가족처럼 대해주는 분위기가 환상적이다. 팀도 좋고 멤버들과도 사이가 좋고 시합도 잘 풀리고 연습도 숙소 생활도 신나고 모든 게 다 좋다. NBA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니 흥분된다.



7분 59초.

졸업을 하지 못했다. 나의 공부 실력은 나의 필드 실력에 비해 형편없었다. 고등학교 때 따라가지 못했던 공부가 또 내 발목을 잡았다. 나는 NBA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내 플레이를 눈여겨보는 사람도 없다. 내가 다시 돌아갈 곳은 3동, 어머니 곁인가.



8분.

1995년. 나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4년제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Texas A&M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해볼 거다. 농구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분 59초.

졸업을 또 못했다. 공부는 이렇게 또 내 발목을 잡는다. 농구로 성공하고 싶었던 내 꿈도 이제 완전히 박살이 났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8분.

결국 3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머니는 여전히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신다. 물론 실망하셨겠지만.



8분 59초.

1997년. 불법 약물을 전달했다가 체포됐다. 돈이 필요했다. 구치소에서 6개월을 살았다. 생각이 없었다. 아니, 돈이 없었다.



8분 59초.

DJ Screw형이랑 힙합을 한다. 난 이제 힙합으로 성공할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꿔보겠다.



8분 58초.

1998년. 절도죄로 유치장에 들어간다. 돈이 필요했다. 가난한 게,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게 신경질이 난다.



8분 57초.

1998년. 또 훔쳤다. 또 유치장 신세를 지게 생겼다. 돈은 늘 없고 돈은 늘 필요하다. 대학 졸업장이라도 땄으면 제대로 된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거지?



8분 56초.

2001년. 경찰이 괜히 나를 세워서 신분증을 요구하고 이것저것 피곤하게 물어보길래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나를 체포했다. 15일간 또 유치장 신세다. 화가 난다.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내가 한심하지만 나를 무시하는 경찰들 상대하는 것도 지친다. 앞으로 좀 나가게 해 줘라. 좀.



8분 55초.

2002.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갈수록 내가 싫어진다.



8분 54초.

2003. 범죄성 침해 혐의로 체포됐다. 내가  침해한 건지도 모르겠다.



8분 53초.

2004. 코카인 전달 혐의로 체포됐다.



8분 52초.

2005.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8분 51초.

2007년. 강도죄로 체포됐다. 갈수록 막 나가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 내 인생 이렇게 이대로 꼬이는 걸까.



8분 50초.

2009년. 유죄가 인정되어 5년형을 선고받았다.



8분 51초,

2013년. 가석방됐다.



8분 52초.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는 이제부터  안에 하느님을 모시며  것이다. 나처럼 마약과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우리 어린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



8분 53초.

2014년. 미니애폴리스에 가서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이다. 시큐리티 자리를 구했다. 밤에 트럭 운전도 하기로 했고 클럽 바운서도 하기로 했다. 클럽 사장님도 좋고 시작이 아주 좋다. 이제 모든 게 순조롭게 잘 풀릴 것이다. 기대된다.



8분 52초.

2015.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땅속으로 꺼지는 기분이다. 블랙홀에 빠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몸의  부분이 떨어져 나간  같다. 너무 아프다.



8분 51초,

2020. 바이러스 때문에 도시가 락다운 되었고 난 직장에서 해고됐다. 하루아침에 직장이 없어졌다. 이제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 임시직? 일용직?  알아봐야겠다. 돈은 언제나 없고 나는 늘 궁하다. 그래도 난 긍정의 아이콘. 잘 버텨보자.



8분 50초.

2020. 5 25. 나는 지난 1 동안 내가 자주 드나들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와서  안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와서 총을 들이대며 내가 $20 위조지폐를 썼다면서 신고를 받고 왔다고 했다. 경찰이 들이댄 총을 보자마자 나는 식은땀이 났다. 심장이 바깥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경찰에게 제발 나를 쏘지 말아 달라고, 나를 죽이지 말라고 애원했다. 경찰은 나를 차에게 내리게   수갑으로 채우고 경찰차 뒤에 태우려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유치장에 갇히고 감옥에 갇혀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더 이상 유치장, 감옥, 교도소는 가고 싶지 않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저항했다.  안에 들어가면 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제발 태우지 말라고 애원했다. 경찰은 나에게 그만 말하라고  ,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더니 뒤에서 무릎으로  목을 누르기 시작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제발 나 좀 살려줘.



8분 49초.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들이 나를  죽일 것 같다.



8분 48초.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들이 나를 죽인다.



8분 47초.

사랑한다 내 새끼들. I love you, mom.



8분 46초.

mama mama.

엄마, 나는 꿈을 꾸고 있었나요. 깨어나면 엄마를 볼 수 있는 거지요?





2020 5 25, 조지 플로이드(46)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지폐 $20 사용혐의로 체포되는 도중에 사망했다.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 데렉 쇼빈이  손이 수갑으로 채워져 바닥에 엎어져 있는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8 46 동안 눌러 심폐정지로 사망하게 했다. 현재 쇼빈은 3 살인죄, 2 과실치사, 나머지  명의 경찰관들은 2 살인방조죄로 기소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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