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뇨기과 의사였어."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웃음소리만으로 그 미소가 얼마나 크고 넓게 퍼져갔는지, 그의 몸 여기저기를 얼마나 간지럽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당신이 입고 있었던 셔츠 말이야. 목까지 단추가 채워진 셔츠. 문득 당신 셔츠의 단추들을 풀고 싶었어. 그걸 하나 풀고 나면 숨 쉬기가 수월해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두 개 풀면 바람이 더 많이 들어와서 시원해질 거라고. 처음부터 그랬어."
나는 눈을 감은 채 나에게 비밀을 들려주듯 속삭였다. 나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이미지 하나를 그리듯 말했다.
"셔츠의 단추를 풀고 싶었어. 하나, 둘, 셋, 넷, 다섯……."
"단추가 더 많이 달린 셔츠를 입고 올걸."
그가 웃었다.
꿈속에선 그의 웃음소리가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어둠이 깔렸거나, 햇살이 내려앉은 침대 위에서 우리는 그가 입었던 셔츠의 단추 숫자보다 더 많이 섹스했다. 꿈속의 시간은 배경만 바뀐 채 정지했거나 고장 나 멈추어 선 것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왼쪽 심장의 통증이 느껴졌다. 꿈속에서도 그 통증은 내내 의식의 한구석에서 나를 공격했다.
눈을 떴을 때, 밖은 어두웠다.
그가 내 옆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게 보였다.
옷을 모두 입은 채였다.
나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이마 위에는 바짝 마른 수건이 세 겹으로 접혀 있었다.
이마에서 수건을 내리고,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허기가 밀려왔다. 나는 부엌으로 걸어가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새벽 4시였다. 창가에 서서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동안, 커피 두 잔을 더 마셨다. 두통이 가라앉길 바라면서, 나는 꺼져 있던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열일곱 통의 부재 중 전화.
라이언이었다.
한 통의 부재 중 전화.
성주였다.
나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분리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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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