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에게 '글'과 '책'의 소통 방식을 알려준 책
‘판사 문유석’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법관 게시판과 각종 언론을 통해 써온 글 덕분이다. 그는 현직 판사로 일하며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사람들, 그것을 통해 깨닫는 한국 사회의 단면들을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그렇게 10여 년간 써온 글을 묶어낸 첫 책이 지난 2014년 출간된 <판사유감>(2014, 21세기북스)이다.
이듬해, 사회의 현실적 단면을 들여다보던 그는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 꿈꾸는 사회’로 시선을 돌렸다. 소년시절부터 일상 속에서 보고 겪은 한국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담은 책 <개인주의자 선언>(2015, 문학동네)이다. 개인의 행복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고 말한 문유석 판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개인주의자’로 명명했다.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개인주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그는 책뿐만 아니라 여러 글쓰기를 통해 사회고발, 더불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제안한다. 특히 지난 1월, 한국 사회 속 꼰대들을 위한 충고를 담았던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중앙일보, 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은 현직 부장판사의 ‘사이다’ 발언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이후 그가 택한 방식은 ‘소설’이다. <미스 함무라비>(2016, 문학동네)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을 주인공으로 법정에서 벌어지는 풍경, 재판의 진행과정, 그 속에서 갈등하는 판사들의 속마음을 담아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통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의 판결 과정을 통해 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
판사 문유석은 오늘도 정의국가를 꿈꾼다. 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서, 글 쓰는 작가로서 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올해도 열심히 책을 읽고, 세상을 읽고, 인간을 읽겠다는 문유석 판사가 북DB 독자들을 위한 네 권의 책을 소개했다. 자신에게 ‘글’과 ‘책’이라는 소통 방식을 알려준 의미 깊은 책들이란다. 소설, 에세이, 만화, 인문서까지 다양하다. 사람과 사회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볼 줄 아는 그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 한겨레 출판 / 2006
“<판사유감>을 내기 전, 판사가 책 내는 건 커리어에 아무 득이 안 되고 오해받기 딱 좋다는 생각에 제안들을 사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홍은택은 단지 재미 때문에 직장도 그만두고 미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며 이렇게 썼더라고요. “나는 놀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신은 스스로 연유하며 스스로 완결된다. 노동이 신성한 게 아니라 놀이가 더 신의 속성을 닮았다.” 생각해보니 전 글쓰기라는 놀이를 꽤 좋아하더군요. 그래, what the…”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 웅진지식하우스 / 2014
“고루한 도덕 교과서 같은 제목과 달리 인간의 도덕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심리학 책입니다. 좌파-우파, 보수-진보 등의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 수 있죠.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차적 힘은 직관, 감정이고 합리적 추론은 그 다음이더군요. 합리적 개인주의를 주장하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쓰면서 먼 저 솔직한 토로로 공감을 얻고자 하고, 그 다음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합리적 시각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공중 그네>
오쿠다 히데오 / 은행나무 / 2005
“법정 소설 <미스 함무라비> 연재를 제안받고는 내가 과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망설였어요. 한강, 황정은 같은 소설가들의 작품을 보면 감히 쓸 엄두를 낼 수 없죠. 그런데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이 책이 떠올랐어요. 괴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찾아온 다양한 환자들의 사연을 쉽고 재미있게 옴니버스식으로 들려주죠. 드라마나 만화를 보는 것처럼. 이런 이야기라면 누구나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읽는 이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문턱이 낮은 소설. 그래, 나도 한번.”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
요시다 아키미 / 애니북스 / 2016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먼저 본 후 원작 만화인 이 작품도 찾아 읽었습니다. 영화도 좋았는데 원작이 더 좋더라고요. 낡았지만 정성스레 관리된 목조주택들, 요란하게 간판 내걸지 않은 가게들, 목소리 낮춰 조곤조곤 대화하는 사람들, 힘들어도 절대 힘든 척 하지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들. 가마쿠라에 여행 가고 싶어졌습니다. 아직은 능력이 안 되지만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리스트에 넣었답니다. 미래를 위한 약속으로.”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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