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강연스케치 9강]
글 : 카오스재단 김수현 팀장
당신이 송중기에 빠진 이유
누구는 이상형이 수지고, 누구는 아이오아이의 소미고, 누구는 송중기고, 누구는 에릭이고, 누구는 '음악대장'이다. 왜 그들이 이런 이상형에 빠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개별적인 상황을 모두 진화로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고, 과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을 진화로 설명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가령 송중기 같은.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이젠 드라마 '또오해영'의 에릭에게 살짝 밀린 것 같은 분위기지만 지난달까진 이 남자가 대세였다. 송중기. 부드러운 얼굴이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진 것 같은 그가 송혜교에게 닭살 멘트를 날리는 순간 전 세계에서 족히 1억 명은 될 여성들이 녹아들었다. 왜 여성들은 이 남자에게 빠졌을까.
전중환 경희대 교수의 진화심리학 강연을 듣고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송중기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5백만 년 이상의 진화 과정 속에서 여성들이 무의식 중에 꿈꿔왔던 바로 그 남자가 아닐까 싶다. 강연자에 따르면 여성들은 가임기엔 턱과 어깨가 발달한 남성성 강한 남자를 찾고, 비가임기엔 중성적 외모의 남자를 찾는다고 한다.
비가임기 여성이 좋아할 중성적 외모의 남자는 송중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얼굴 예쁜 송중기가 옷을 벗으니('태양의 후예'에는 샤워신이 있다) 역삼각형 체형에 어깨가 발달해 있다! 게다가 극중 그의 역할은 내 여자를 지켜주는 용감한 군인이니 가임기 여성이든 비가임기 여성이든 모두 열광할 수밖에.
여성들이 가임기에 남성성 강한 외모의 남성을 찾는 이유는, 턱과 어깨가 발달한 남성적 외모를 만들어주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면역력을 약하게 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르몬이 과다하게 흐르는 데도 진화 과정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바꿔 말하면 그는 우수한 유전자의 산물이란 뜻이 된다. 튼튼하단 의미다. 그래서 여성들은 가임기엔 내 자식에게 수많은 역경에도 살아남을 유전자를 줄,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될 것 같은 남성을 찾게 된다.
그러나 턱과 어깨가 발달한 남자를 선택한 여성들이 좋은 유전자를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당신은 어머어마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전중환 교수는 말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성은 성관계 상대자도 많으며, 혼외정사를 할 확률도 높습니다. 이들은 가족에게 별로 투자하지 않으며 자식과의 관계도 소원합니다."
그래서 전중환 교수는 여성들에게 이런 이론이 있다고 알려준다.
"결혼은 좋은 아빠감과 하되, 우수한 유전자를 얻기 위해선 혼외정사를 하는 겁니다."
'혼외정사이론'이라고 하는데, 누가 주창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이론자는 한국 남성들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있다.
반면 남성들은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여성을 찾는다고 한다. 더 여성적인 외모를 만들어주는 에스트로겐 호르몬도 테스토스테론처럼 면역력을 약하게 하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과 마찬가지로 에스트로겐이 많이 흐르는 얼굴을 가진 여성은 유전자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지, 김태희 같은 얼굴이 수년 동안 인기 있는 이유도 진화론적으로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될 것 같다.
머리 큰 인류
강연 후 토론 시간엔 머리 크기와 지능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머리가 크다고 한다. 그럼 머리 크기와 지능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걸까? 하지만 우리보다 머리가 큰 고래나 코끼리가 우리보다 지능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머리 크기가 크면 지능이 좋다는 의견은 과학적 가설은 아니다(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영장류 중에서 인간이 유독 머리가 큰 것은 지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특히 다른 유인원에 비해 사회적 관계가 발달한 것이 지능과 관련이 있고, 이 때문에 머리가 커졌을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이를 '마키아벨리가설'이라고 한다.
지능에 관한 다른 학설 중에 하나는 뇌주름에 관한 것이다. 단위 면적당 뇌주름이 더 많이 잡혀 있으면 머리가 좋을까? 뇌주름이 지능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어 보이나 역시 과학적 검증이 된 가설은 아니다. 일례로 다람쥐의 단위 면적당 뇌주름은 인간보다 더 발달해 있다고 한다. 돌고래도 인간보다 뇌주름이 더 발달해 있다고.
패널로 참여한 한국뇌연구원 구자욱 박사는 신경효율성과 가장 관련이 깊을 거라고 말한다. 시냅스의 연결이 잘 되어 있거나 복잡하게 되어 있는 경우 좀 더 머리가 좋을 것이란 의미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선 머리 큰 사람을 웃음거리 삼고 놀리지만, 중국에선 머리 크기가 곧 복이라고 생각에서 머리 큰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은 과학인가
진화심리학은 과학인가?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학문의 대상으로 너무 긴 시간을 다루다 보니 과학적 검증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은 'why'에 해당하는 궁극원인을 알려주는 학문이다. 뇌과학은 가까운 이유(근접원인), 'how'를 설명해준다. 거기에 대해 진화심리학은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통합하고 일관되게 설명하는 궁극적 원인을 설명한다.
가령 인간이 단 것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뇌과학은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하여 뇌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 흐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뇌보상회로가 왜 달라지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오래전에는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끔 접하는 단맛 섭취 시에 뇌보상회로가 달라져야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고 좀 더 궁극적 원인에 다가가 설명한다.
사람들이 송중기나 에릭, 수지나 김태희를 좋아하는 이유가 수백만 년의 진화과정 때문이라는 설명이 언뜻 얼토당토않은 말 같지만, 한편으론 그들을 보면 내 뇌에서 도파민이 흐르기 때문이란 뇌과학적 설명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어쩌면 당신 곁에 서 있는 애인이나 배우자를 사랑하는 이유도, 당신의 뿌리를 검증하다보면 진화심리학이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굴 : 인터파크도서 뷱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