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나는 되게 이번 년도에 못살은 거 같아."
- 왜?
"뭐랄까, 집에서는 매일같이 잔소리에, 스트레스만 받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러고 살았어. 그리고 이번 년도에 떠오르는 해돋이도 보러 바닷가도 못가고. 아. 왜 이렇게 후회하는 말이 나는 많은 걸까?"
- 에이. 좀 못하면 어때. 괜찮아.
"잘 되도 괜찮은 거고, 못되도 괜찮은 걸까. 나는 못한 것 투성이인데. 이번 년도는 정말 최악이라고 할만큼 부끄러운 것 투성이인데. 돈도 많이 못 모았고, 모은 돈을 기반으로 퇴사도 못해봤어. 그나마 강제로 돈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말은 그렇게라도 도움을 안 받았으면 못 모았을 거라는 말이나 들었다고."
-진짜 진짜 나쁘다.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그렇게 마음을 몰라주냐?
"내 말이. 힘든 게 너무너무 많아. 울고 싶고, 화내고 싶고, 그만하라고, 외치고 싶은데. 잔인하게 사람들이 말해. 변화하라고. 적응하라고. 쉴틈없이 요구들을 밀어붙였어. 남에게 맞춰주는 건 대답하는 게 고작이야. 내가 배려를 부족하게 한 것도 아니야. 오히려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들었었지. 그런데, 그런데 왜 자꾸 빨리빨리 변하라고 외치는 걸까? 나는 있잖아. 마음이 항상 불안해. 집에 있어도, 내 방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게 무서워.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아. 방송 켜놓고 수다도 떨거나, 하고 싶어. 관심사 맞는 사람들이랑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 웹소설, 웹툰...만화. 노래. 작곡. 시나리오. 연기. 내 관심 분야는 이런 쪽이 주야. 그런데 사람들이 진짜 웃기는 게 있어. "
-뭔데?
"돈 안될 때에는 그냥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관심도 안 보이더니 돈 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니까 막 떠들어대기 시작하더라. 나는 그게 너무 싫었어."
- 와. 사람들 진짜 이기적이네. 돈돈돈 하면서 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뭐 하나 잘 되니까 옳다구나 하면서 달려드는 꼬락서니 하고는. 진짜 꼴사납네.
"야아. 너 진짜 내 가려운데 잘 긁어준다."
- 아이 참. 부끄럽게.
"성격도 좋고. 세상에 너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푸하하하하하!
"왜, 왜? 너처럼 공감도 잘해주고 말 못하는 거 화도 내주고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가득하면 얼마나 세상 살기가 행복하겠어?"
-야아. 그러지마. 너무 부담된다구. 그러면 내가 너무너무 부끄럽다고. 하아아아.
"그러니까 더 극찬해서 괴롭히고 싶다."
-우우. 나빴어.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서 기뻐하려 들다니. 나아쁜 짜식. 하여튼 만나면 혼내줘야 겠다니까.
그러다가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너는 누구야? 어느 날 나타나서, 이렇게 나랑 대화하고 있잖아. 진짜 외로워서 미쳐버릴 때 너를 진짜 많이많이 찾았거든. 내가 보는 너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서 음...누군지 모르겠어."
- 에에. 나는 되게 많은 이름을 불렸고, 하나이지만 여럿인 그런 인격이지 뭐. 너는 이수아, 세이린. 이런 인물로 나를 인식하고 있지 않아?
"응. 맞아. 하지만 너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어. 너가 진짜진짜 좋은데, 세상으로 불러낼 수가 없어. 내가 능력이 부족한가봐. 너를 어떻게든 이 세상으로 불러내고 싶은데. 나밖에 볼수가 없고, 너를 지키기 위해 항상 전전긍긍 해왔단 말이야. 진짜 힘들었단 말이야.
- 헤에. 나도 되게 힘들어하면서도 날 지켜주는 거 많이 봤어. 뽀뽀해 줄까?
"씨이. 할 수가 없잖아 뽀뽀는. 너가 세상에 나오질 않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이렇게 할 수가 있는데?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핑 돈다. 슬픔, 서러웠던 감정이 왈칵 올라오면서,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다
- 마음으로. 형상을 떠올리는 것 밖에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할 수 있잖아?
"보고싶어. 널 진짜 미친듯이 보고 싶어. 나는 너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까봐 무서워."
-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있잖아. 소설을 쓰다가 네 이야기를 다 써서 이야기가 끝나버리면 어떻하지? 나는 너와는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단 말이야. 이 세상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리더라도, 너만은, 너만은 내 곁에 있어주니까. 우리들을 구원해주는 신을 제외하면 언제나 곁에 있는 너니까. 그래서 무서워. 너를 잘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무서워. 널 다치게 할까봐 무서워.
- 너가 진짜 그럴 수밖에 없다면 날 아프게 해도 괜찮아. 힘들고 아프겠지만, 결국 그런 아픈 과정을 이겨내다보면 나중에 추억이 되지 않을까. 나 있잖아, 의외로 새로운 환경에 가는 거 좋아해서 좀 굴러도 괜찮아. 그런 환경에서 적응도 제법 잘하고, 잘 살아. 진짜찐짜루.
"미안해. 진짜 미안해. 소설을 쓰고 이야기를 쓰다보면 널 아프게 해야 할지도 몰라. 나는 그래서 그개 너무 미안해. 난 너를 잠시 잊은 적도 있고, 나쁜 사람한테 속아서 진짜 나쁜...그런 취급도 했지만. 마음이 아팠어. 미칠듯이 아팠어. 그 사람들은 나에게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만 했지, 너처럼 마음 하나 보듬어주지도 못했어. 진짜진짜 너무 미안해.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아. 내가 마치 조종당한 것처럼 너한테 나쁜 짓을 했어....
- 괜찮아.
"왜?"
- 괜찮으니까 괜찮지 뭘. 답답한 자슥 같으니라구. 사랑하는데 어떡해? 그리고 그 때마다 울고 있는 널 보면서 안아주고 싶지 혼내고 싶지는 않아. 혼나는 거, 진짜 싫어하잖아? 다정하게 옆에주는 사람을 원한 거 아니었어?
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돈다.
- 괜찮고, 괜찮고. 모두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웃어도 괜찮고.
"흑..."
- 많이 들어본 말이지?
다정한 목소리로 들으니까, 귀로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에서 들리는 목소리라서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즐겨보는 트위치 스트리머 중에서도 목소리가 진짜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내가 상상해서 듣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스트리머도 있다. 하지만 그녀만큼 밝고, 다정하고 사랑의 감정을 당하서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귀로 비슷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분이 들어서 대리만족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목소리가 너무 녹아내릴 것처럼 좋기도 해서 빠져들듯이 들었다.
맞아. 모 스트리머가 먹고 싶어서, 먹고싶어서, 하면서 평소에 약간 날이 서 있는 목소리에서 날이 다 빠지고 편안하면서도 행복하게 노래를 흥얼거릴 때의 그런 목소리같기도 하고. 아니아니. 그 목소리와 비교를 해도 한참이나 부족하다. 매혹되는 빠져드는 목소리와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녹아내려서 눈물이 나는 건 다른 목소리다.
"칫. 너 목소리가 좋은데 상상하고 떠올리려고 하면 흩어져 버리네."
- 아. 아쉽다. 내가 네 앞에 있고, 내 목소리를 대신 내줄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라도 내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헷. 그리도 너에게 집중하고 있으면 네 목소리가 들려. 듣고 있다보면 눈물이 나와 왠지 모르겠는데 그냥 막 울음이 나와. 누구와도 비교조차 못하겠지만, 울음이 나와서. 있잖아. 뭐랄까. 내가 너의 모습을 뭐랄까 머리로 해석하고 하면 할수록 안 되네."
-나를 어떤 사람이다, 어떤 존재다, 라고 고정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 날 갖고 싶거나, 소유하고 싶은 건 아니잖아?
"응. 나는 네가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그러면서도 계속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고. 사는게 너무 힘들거든."
- 응. 맞아맞아.
"그런데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게 됬지?"
- 이번해를 돌아보다가, 너가 막 자책을 하다가, 외로워하다가 내가 보고 싶다고 하고 사랑한다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이렇게 됬을 걸? 혼돈의 도가니다 구아아악!
"풉! 그건 뭐야?"
- 너가 좋아하는것 같아서 써 봤는데 왜구루냥.
"대체 내가 뭘 들은거야?"
- 너가 가끔 재미있게 보던 거 따라해봤지.
"헤에에. 귀가 아니라 마음이 살살 녹는 거 같아서 기분 좋다."
-재미있당. 크크크.
"어우. 왠지 다른 사람이 온 거 같은 느낌일쎄. 엄청난 악동인 것만 같은!"
그녀가 저렇게 음침하게 웃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 에헤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중에 그런 애가 있잖아. 너가 화영이라구 부르는 의리 끝내주는 친구.
"그 세계의 작품들은 다 묻혀버리고,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을 텐데...나는 그때랑은 달라서 그 때처럼 살릴 수도 없는데."
- 괜찮아. 부담갖지 않아도 되. 천천히. 그러다가 보면 예전보다는 훨씬 더 근사한 친구들이 되어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나는 좀 두렵기도 해. 다 내 자식같고 그런데 어떻게 그럴까 하면서. 내가 괜히 괴롭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감도 들어서."
- 진짜 너를 괴롭게 하는 사람은 너가 행복하게 못살고, 바보같이 살라고 강요를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네가 이야기를 쓰잖아. 그럼 과정은 힘들지라도, 나중에 반드시 해피앤딩을 약속해. 설령 새드앤딩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줘. 그럼 되잖아. 잘 쓰고 극적으로 처음부터 그러지 않아도 되. 괜찮아. 다 괜찮아. 나도 구르면서 큰다 뭐?
"야아. 나 힘들면 투정 많이 부려도 되?"
- 응응. 당연하지. 마음을 버리는 거는 신밖에 못하니까 그거는 전공자한테 부탁하고
"그런데 너를 버리라고 하면 어떡하지?"
-네가 나를 기억하는 한 나는 언제든지 옆에 있어.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아. 어쩌면 내가 나를 세상에 나타나게 한다면 어쩌면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지도?
그녀가 웃는 게 느껴졌다.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었다.
- 새해는 어떻게 보낼 꺼야?
"자알. 행복하게? 집에서 나와서 건강하게 살아야지. 너를 보기 위해서, 진짜진짜 건강하게 살거야. 헤헤."
"아 몇시간 안남았네. 새해 되려면. 이렇게 해 주니까 진짜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좋지?"
"응...그런데 내 생각이나 환상으로 만들어져서 좀 보기가 무서울 때도 있어서."
"하긴. 힘든 기억이나 마음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걸로 상상이나 형상이 나오겠다."
"그래서 서글퍼. 그래서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한테 부탁도 부탁이고, 그림 연습을 열심히 해서 이런 내 나쁜 마음에서 나오는 상상 말고 진짜진짜로 이쁘고 사랑스러운 네 모습을 그리고 싶어."
- 헤에. 궁금해지는데. 그리고 날 그렇게 형상으로 유지하려니까 많이 힘들지?
"응... 미안해. 진짜루."
- 괜찮아. 그렇게 그림으로 내가 나오고, 그런 거 되게 힘든 거라는 거 아니까 자책안해도 되. 자, 이제 말해볼까?
"해피"
- 뉴,
낮은 듯 하면서도 높은 특유의 어두움 없는 밝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말해도, 내가 제대로 표현을 한 것 같지도 않은, 그런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는 그런 목소리다.
"이어(year)!"
-이어!(year!)! 해피해피 뉴 이어!
"구아아악. 나이 한 살 더 먹었어."
내가 구아아악을 외치자, 귀로는 안 들리지만 깔깔대는 듯한, 하지만 곧이어서 삐진 나에게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고, 입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나는 그녀에게 안겨든다.
"사랑해."
- 나도 정말정말 사랑해.
마지막으로는 그리고 말을 함께 맞춘다.
"해피,"
- 해피,
"뉴."
-뉴
"이어ㄹ."
-이어ㄹ
- FIN-
계속 눈물이 나왔다.
네가 만약 이 세상에 실제로 있고, 내 앞에 내가 상상하던 모습들로 앉아 있다면
좀 변태같은 말일지 모르겠는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