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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재다능르코 May 08. 2023

[0508] 이야기가 가득한 빵집, 성심당

5월 글쓰기 챌린지

5월 한달간 '새싹챌린지'에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보려 합니다. 매일 달라지는 주제로 글쓰기 리프레시를 해보고자 해요.




빵집이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생각난 건 '성심당'이였다. 나는 대전토박이기도 하고,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우리 지역 곳곳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있다. 이전에 타지에 사시는 분들을 모시고 대전 먹방투어를 기획하면서도 '성심당'을 넣어서 기획했었다. 나는 대전에 성심당밖에 없어서 대전=성심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대전 = 성심당이라고도 할 수 있는지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성심당은 '예수님의 마음'이라는 '성심'이라는 글자를 가진 빵집이다. 이 빵집의 시작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100년이 넘어가는 대흥동성당에서 시작된다. 성심당 창업주분이 성당에서 밀가루 두포대를 받아서 다 소비하지 않고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앞에서 천막을 치고 장사를 시작한 게 시작이다. 그때부터 쓰던 이름이 성심당이다. 도움으로 시작되어 10년뒤엔 가게를 얻었다. 그리고 창업주는 주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시작한다. 2대가 이어져도 그 정신이 이어졌다.


성심당은 가톨릭정신을 모토로 삼은 곳인데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라는 로마 12,17의 성구가 기본 모토다. 그래서인지 성심당 주변 포장마차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물을 편하게 썼으면 해서 건물 밖에 수도를 만든 일이 있었는데 성심당이 야유회를 떠나는 날에는 포장마차에서 협찬을 하시기도 한다. 따뜻한 공존을 만드는 그 거리가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다.


성심당하면 '나눔'은 키워드가 아니라 그냥 그자체다. 성심당의 원칙 중 하나는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모두 소진한다"이다. 그래서 팔다가 남은 빵은 창업주 시절부터 전쟁고아나 노숙인들에게 나누었다. 빵 기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대전의 사회복지관같은 곳에서 성심당 빵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매달 기부하는 빵이 약 3000만원이상이다. 어떤 날은 빵이 다 팔리자 기부를 위해 빵을 더 만들었다, 다른 걸 사서라도 기부했다는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돈을 벌기 위해 착한 일을 하는 건지, 착한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건지 가끔 궁금해지기도 하고 성심당이 대전 사람들에게 자부심이 될 수도 있는 이유가 되기도한다. 그냥 유명한 빵집이 아니니까.


성심당의 본점은 대흥동 성당 근처에 위치해있는데 성당옆에 가게를 지어야한다며 지었는데 당시엔 정말 모든 사람들이 만류했다. 대전역 근처가 전부 허허벌판일 때였으니까. 하나 지금은 랜드마크 그 자체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는 성심당이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였다. 프랜차이즈를 해보려다가 실패하기도 했고, 2005년엔 큰 화재로 가게를 접을 생각까지 했지만 당시 직원들이 직접 같이 수리하고 청소하고 하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갔기에 지금의 성심당이 있다. 사실 내가 어릴때만해도 그냥 '어른들이 먹는 빵을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만 있었다. 다만 나도 빵집을 알고 있던 이유는 성심당 본점엔 늘 모든 종류의 빵에 시식이 있기 때문이다. 늘 배고픈 10대들에겐 배고프면 들릴 수 밖에 없는 방앗간 같은 곳이였다. (코로나때 시식용빵이 사라진 게 아쉽긴했다) 늘 생각했지만 시식용빵만해도 하루 수십개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넉넉하게 자르고 직접 챙겨주기도 하는 곳이다.


대전에서만 알려져있던 성심당이 전국으로 알려진 건 서울 롯데백화점에 팝업스토어에서 대박이나서이다. 전국으로 진출할 기회였지만 오히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사실 성심당은 단순히 지역에서 유명한 빵집이라고 하기엔 직원이 600여명이 되는 로컬 기업이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아침식사로 성심당 빵을 먹은 일화를 가진 곳이고, 창립 60주년엔 60년간 이웃에게 빵을 기부해 온 정신을 인정받아 대 그레고리오 교황기사훈장을 받은 곳이다. 또한 그린가이드로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적이 있고, 전국에서 두번째로 생크림케이크를 만들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포장빙수를 만든 곳이다. 


또한 재미난 건 워낙 역사가 긴 빵집이여서 이곳에서 오랜기간 근무하셨던 분들이 독립하여 빵집을 개업한 사례가 많다. 실제로 대전엔 동네빵집이 많은 편이고 다들 맛이 있는 편이고 게다가 장사도 잘 되는 빵집도 꽤 된다. 그래서 가보면 성심당출신분들이 많다. 동네빵집에서도 튀김소보로를 만나볼 수 있는 게 ... 대전이다. 그래서 대전에서 빵축제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성심당은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서 성장하고 케이크 전문 케익부띠끄, 옛맛솜씨 등 다채로운 브랜드 확장을 하고있다. 대전이외 지역으로 점포확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해 매출이 630억원에 달하며 비프랜차이즈 빵집 중 전체 매출 1위이고 2위와 매출차이가 3배나 난다. (프랜차이즈를 모두 합하면 SPC가 1~5위를 차지하고 이후 6위이다. 프랜차이즈를 합해도 꽤 많은 매출을 내는 곳이다) 많은 돈을 벌면 더 이윤을 남기고자하는 기업이 더 많은 시점에 성심당은 그 이윤을 늘 나눈다. 그리고 스토리를 쌓았고 지역의 자부심이 되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시즌이 되어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며 많은 분들에게 딸기시루케이크가 진짜냐고 연락을 받았었다. 연락을 받고도 성심당은 원래 케이크가 커요도 당연했고, 재료도 안아끼는 편이고해서 대수롭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자연스러운 일이였으니까. 사실 대전사람인 나는 평상시 성심당을 늘 이용한다고 하긴 그렇다. 대전 사람들에겐 여기저기 맛있는 곳이 많기도 하니까. 대수롭지 않아서. 다만 다른 지역에서 지인이 온다면 기꺼이 간다. 단순히 빵이 저렴하고 맛있고를 넘어서 대전이 조용하지만 이런 가치를 가진 곳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읽고 쓴다.

나는 듣고 쓴다.

나는 보고 쓴다.

나는 생각하고 쓴다.

나는 쓰므로 또 읽고, 듣고, 보고, 생각한다. 


다재다능르코, 임지영

tvwk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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