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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pr 24. 2018

가끔은 블랙코미디가 필요할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재미있는, 인상 깊게 본 드라마가 뭐예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말할 수 있다.

"SBS에서 방영했던 '풍문으로 들었소'입니다."

 그 드라마는 30부작으로 전국 시청률로 최고 12% 후반대로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고교생인 두 주인공이 영어캠프에서 만나 알게 되고, 여자 주인공의 숙소에서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그대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여자 주인공은 남자에게 임신의 사실도 알리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재회는 출산 예정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였고, 상당한 서민층에 불과한 여자 주인공과는 다르게, 남자 주인공은 궁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드 넓은 저택에 살고 있는 로열패밀리의 일원이었다.


 즉, 그거다.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상류층에 합류한다는 식의 이야기. 시작은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블랙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으며, 블랙코미디를 사용하는 드라마라는 것처럼 마무리 또한 마냥 신데렐라식으로 끝나진 않는다. (신데렐라 식의 이야기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신데렐라는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과 이 아래의 글은 그것과는 상관이 없음을 미리 알리겠습니다.)



 이 드라마가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제목과 OST로도 쓰이는 이유는 말 그대로 '풍문'. 그것을 주요 소재이자 중심이자 주제로 쓰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세계이지만, 한국에서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법률 사무소의 대표이자, 국무총리의 인선까지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와 그의 아내의 입장에선,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들에게 자신들도 모르는 손자와 아이 엄마가 나타난다는 게 여간 갑작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더군다나 마음을 먹고 소개를 시켜주러 집으로 데려왔더니, 그날 저녁 그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고야 만다.


 로열패밀리의 어른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결혼하지도 않은 미성년자의 아들이 속도위반으로 아이를 가졌다는 말이 세어나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어른들은 그대로 여주인공은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하고, '스캔들'에 귀를 기울인다.


 그게 시작이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목과 같이 스캔들 때문에 움직이고 행동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로열패밀리의 입장으로, 서민 출신의 여주인공의 입장과 그 가족들을 억압하려 하는 것에 비판하고 저항하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블랙코미디로서 풍자하며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부분에서 상을 받기도 했으니 강력 추천하고 싶기도 하다.



 

 블랙코미디는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일까?

 정확하게 뜻을 다시 알고자 여기저기서 자료를 검색해 보았지만, 여전히 정확하게 뜻은 모르겠다. 워낙에 다방면 하게 사용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결코 가볍지는 않은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풍자하는 의미라고만 말하고 싶다. 편하게 말하자면 까내린다고 해야 할까?



 최근에 책으로도 발매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유병재의 블랙코미디'의 책의 내용에서는 이런 글이 있다.



 제목 : 뇌

 너는 뇌가 배에 있을 것 같다.
 똥은 대가리에 있으니까.


 또는


 제목 : 존중

 나는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널 존중해.
 지금도 네가 X 같은 얘기만 하는데도 다 듣고 있잖아.


 이 글은 그 책의 콘셉트인 '농담'으로 짧게 짧게 끊어내어 말의 의미를 전해준다.


 미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심슨 가족' 또한 해학과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블랙코미디가 뭔지 알고 싶으면 오히려 그저, 심슨 가족을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많은 시즌의 에피소드 중에서는 북한의 '김정일'에 대해 다룬 이야기도 있다. 물론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씩 나오곤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비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심슨 가족에서 부모님들이 학교에 불려 와 아들인 바트의 선생님과 면담을 하는데, 그 이야기는 이렇다.


 선생님은 바트의 부모님을 모셔 그 앞에 서류 한 뭉치인 마냥 책들과 종이 뭉치들을 산처럼 쌓아 올린다.

"여기 바트가 한 달 동안 하지 않은 숙제들입니다."

 그리고 문제지, 독후감, 수학 문제, 입체모형, 설명문, 자서전, 동의어, 유의어 숙제이니 하며 하지 않은 것들을 계속 쌓아 올렸다.

"4학년 짜리에게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라고 바트의 엄마는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바트의 아빠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숙제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같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럼요."

"그럼 숙제를 더 내요." 그러면서 바트의 아빠는 숙제를 더 올리면서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숙제를 끝낼 쯤엔 한국인으로 만들어 버리겠어."



 외국인이 등장하는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면, (예를 들자면 '윤식당2','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들이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들의 인식 속에서 한국인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라는 인식이 있고, 학생 때는 '공부를 강제로 시킨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실제로 학교에 오전 7시 반까지 등교해서 저녁 11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만 해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풍자가 불쾌하다기보다는 웃기다.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 건지, 유쾌한 느낌으로 잘 풀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풍자 대상에 대해서, 나도 그들이 말하는 풍자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효자손처럼, 내가 긁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가 대신 긁어 주어 시원하게 해 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해야 할 일,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가 해 준 것 마냥 만족감을 주는 공감성을 주기도 한다.

 그건 어찌 보면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서민의 입장을 보여주면서 로열층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드니깐. 드라마의 주인공에 공감하고 서로 편이 되어주고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게 응원이 되는 것 마냥, 그들이 보여주는 풍자, 블랙코미디는 충분한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나는 그런 드라마를 또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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