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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ug 18. 2018

무슨 말을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나의 외가는 최소 6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2일의 여유가 있지 않는 이상, 일부러 시간 내어 찾아갈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1년에 한두 번 가게 되는데, 그중 한 번은 조카들을 모아놓고 자기 의견을 내놓는 삼촌이 있었다.


 삼촌 본인은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30대 조카들의 의견만 들으려고 했지 20대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냥 말할 시간을 줄 뿐이지 받아들이는 척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 모습을 본 나의 시선에선 그냥, 삼촌은 이미 사회경험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사업은 농촌생활 체험장과 음식점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요리를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인 내가 있는데, 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개인 사업을 하고 그 사업장의 사장이 되어 운영을 하려고 한다면, 따로 월급사장을 둔다고 하더라도 그 일에 대해 알아야 사업장 자체가 잘 돌아갈 수 있다. 구멍 투성이인 상사를 두고 그저 무작정 고개를 숙이고 돈만 받고 일하는 사람만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가볍게 무시당했다.


 그리고 삼촌의 논리는 이러했다.

"재미있으면, 결국엔 어떻게 해서든 (농촌 체험장에 놀러) 오게 되어 있어."


 뭐, 그 말은 맞다고 본다.

 사람이 물놀이든 농촌체험이든 익사이팅 체험이든, 재미있어야 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삼촌, 그래서요? 어떻게 끌어들일 건데요?"

 그 사업을 하려는 곳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골짜기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홍보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했다.

 그건 장소 여부를 떠나서 당연한 거였다.

 도시에만 봐도 일정기간 동안 오픈 기념으로 할인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전통적으로 떡을 돌린다던가, 최소한에 자신의 사업장이 오픈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상식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떻게 홍보를 하고 얼마나 할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물었다.


 하지만 삼촌을 말했다.


"이놈아. 내가 말하잖아. 재미있으면 결국 온다니깐?"

"네?"

 거기에 앉아 있던 조카들은 전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어떤 조카는 헛웃음까지 쳤다.

"삼촌, 그러니까 그 재미를 알리기 위해서 홍보를 해야 하잖아요. 이 만큼 재미있으니 놀러 오라고."


 하지만 삼촌에게 우리들이 말하는 홍보라는 개념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미있으면 결국 온다고."

 말 그대로 막무가내였다.

 개인적으론 막무가내도 그나마 좋게 쳐준 거였다.


 



 삼촌은 착각하고 있다.

"재미있으면 결국엔 (이곳에) 놀러 올 것이다."

 이것이 진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논리 또한 모든 연결고리가 '홍보'가 들어가 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던지, 현장에서 전단지를 나눈다던지를 떠나서 가볍게 소문이 나는 것, 입소문 또한 홍보다.


 결국 손님끼리에 홍보가 왔다 갔다 하기에 찾아올 수 있다.

 재미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어떻게 찾아오겠는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입소문이라도, 그것 자체가 홍보인데,


 마치 소개팅에 나가서 "내가 사람이 좋으니까, 나를 잘 알게 되면 결국 나를 좋아하게 되어 있어."

  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답답했다.

 어떨 땐, 심지어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착각했던 걸까 싶었다.

 남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되려 자신의 이야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삼촌은 그렇게 '어린애들은 역시 아직 말이 통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셨다.

 삼촌을 비난을 하는 것도, 비난을 하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그런 사람을 고집불통이라고 말한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이상 서로 협력관계에서 좋은 사이로 남아있긴 어렵다.




 요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상상 이상으로 고집이 쌘 사람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건 나의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험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했다..

 그건 어떨 때는 정말 쓸데없는 부분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고집을 부릴 때도 있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정말 고급 계열 쪽에는, 훨씬 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호텔 요리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멋지게 요리하는 사람들이 정말 멋있어 보이고 그들만이 진짜 요리사인 것 마냥 멋있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에는 일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체인점에서 요리를 하는 요리사들이 훨씬 더 많다.

 사람들은 늘 먹어야 하다 보니, 식사의 트렌드도 바뀌고 새로운 계열의 요식업도 계속 등장한다. 그렇기에 사라지는 식당도 있고, 업종이 바뀌는 식당도 있다.

 그러면서 요리사들이 여기저기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길게 일하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큼 자신만의 요리의 기준이 잡혀있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자기가 배워오고 요리를 하면서 해 온 것이 있다 보니까, 새로운 요리가 아닌 새로운 방법의 시도를 꺼려하거나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부분의 불화 소통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던 적이 많았다..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든 그 사람을 받은 사람이든,

 "내가 이렇게 해 왔으니까."라고 자신이 맞다는 것을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고집이 있다고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자기의 생각이 맞다고 밀어내다가 다쳐봐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뭐가 틀려서 몰라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뒤늦게라도 소통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과는 반면,


"내가 경력이 있는데 그쪽한테서 배워야겠어요? 다 알아요."

 그런 말을 하면서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 번 그렇게 말한 사람은 자신이 틀려도 '자존심' 때문이라도 굽히지 않기도 한다.


 

 경험상 타인의 시선에선, 그건 방법이 없었다.


"여태까지 이렇게 해왔다"

 라는 말로 방패를 세운 만큼 자기방어를 하기에, 고집을 꺾기가 정말 쉽지 않다.

 



 유튜브에 간간히 올라와 있는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가 출연하는 방송의 일부분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씨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요리하시는 분들만 봐도 또 알 수 있다.

 


 고든 램지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보는 자가 답답하게 만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도 있었고, 국내에서 백종원 씨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도 '발암'을 일으킨다고 할 정도로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하곤 한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고든 램지로는 키친 나이트메어로 유명하고, 백종원 씨로는 골목식당으로 국내에서 유명하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이러하다.

 예전에 사업이 잘되었든, 처음 시작하든, 전문가의 시점에서 자영업자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문제가 있는 식당을 케어해 주려고 왔지만, 정작 요리를 하는 사람은 뭐가 문제인지, 뭐가 맛이 없다는지 이해와 납득을 하지 않는 일부분의 사람들이 출연한다.

 물론 납득을 하고 반영하며 칭찬을 받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방송인만큼 그러지 않는 사람이 더 부각된다.)


 평소의 위생관리나 물품들의 관리에서는 지적받으면 별말을 하진 않지만, 요리사인 만큼 맛에 대한 지적에 있으면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는 되려 세계적인 요리사를 비난하고 본인이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혀가 어떻게 된 것 같다고 하면서.


 그건 결국 맞든 틀리든, 같은 것만 계속해 오고 먹어 온 결과다.

 맛이 없는 것 또한 매일 입에 맞춰 온 만큼, 오히려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정말로 존재한다. 실제로 그래서 손님들이 맛없다고 해도 손님이 이상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상당히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음식을 팔아야겠는데, 손님들은 맛이 없다고 하고, 매출도 줄고 있는데, 손님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손님들을 대상으로 음식은 팔아야겠다고 한다.


 


 그렇게,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음식을 비평하지만, 늘 해오고 늘 먹어온 음식인 만큼, 자기 입에만 맞아진 만큼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며, 알 수가 없고, 납득을 하지 못한다.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 中 에이미 편 -  이 에피소드를 본 분들은 이게 얼마나 혐오스러운 순간인지 알 것이다.


 일부는 그런 것을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좋게 포장하기도 하지만, 그저 남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일 뿐이다. 되려 자신은 완벽주의자라면서 남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집을 부린다는 게 마냥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떨 때는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때도 있을 것이고, 되려 자기 의견을 소극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를 내세우지 못하는 경우

 주변의 사람들은 답답하고 힘들어하며, 협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건 우선적으로 타인이 그 사람을 싫어하기 이전에,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깝지만, 자신의 의견을 넘어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게 자존심이 꺾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고 생각 이상으로 많다.

 그 사이에 자존심이 있는 거라면, 그건 자존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듣는다고 자존심 없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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