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Jul 23. 2018

혼자 밥먹는데 눈치 볼 필요 없는 이유.

실례하는 사람의 눈치를 왜 보나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 즉 '혼밥'은 가끔 사람을 처량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은, 혼자 밥 먹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밥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되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그 시점에서 편견을 가져다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멋대로 생각하며 이상한 눈빛을 받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뜬금없이 집에서도 생각하지도 못한 그런 눈치를 받곤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미 저녁식사를 할 때는 늦었으니, 다시 식탁을 차릴 필요 없이 편의점에서 대충 도시락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신경 쓰이지 않도록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내 방에서 도시락을 먹는데,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좀,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고 그래라."


 나는 그때, 대체 왜 그런 말이 나온 건지. 무슨 타이밍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내 방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 와서 먹고 있는 것이, 내 입장에선 괜히 신경 쓰이지 않게 하는 것이, 되려 엄마의 눈에선 청승맞게 보였던 거였다.


 엄마는 나의 선택지가 이러하길 바란 모양이었다.

 - 집에 와서 밥을 차려 먹기 또는 차려 달라고 하기.

 -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고 오기.


 굳이 처량해 보이게 영양가 없어 보이는 도시락 하나 달랑 사 와서 방에 혼자서 먹는 모습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 나한테 왜 그래…."




 인터넷 사이트에 들여다보면은 정말인 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대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도시락이라던가 김밥을 몰래 먹는 모습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처음 그런 사진이나 글을 보았을 때, 그저 관심을 받기 위한 설정이나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학생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신경 쓰여서."

 나는 그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뭔 실수를 해서 그런 건가 싶었다.



 내가 대학교 생활을 할 땐 학식당이 두 군데가 있었다. 그중에서 돈가스를 먹고 싶어서 친구들과 달리 다른 학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동기가 말했다.

"혼자 청승맞게 뭐 하냐?"

 사실 나도 나였다.

 굳이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면 될 걸 굳이 돈가스를 먹기 위해서, 또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까지 돈가스를 먹었어야 했나 싶었다. 그땐 정말 고집이 어지간히도 부렸었던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러면서 혼자 밥을 먹는 데에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물론 눈치가 보일 때가 많았고 혼자 밥을 먹기에는 어려운 음식들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뭉쳐 다니는 사람들의 편에만 서기만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여럿이나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즐거울 수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행복이 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왁자지껄 식사를 할 수 있는 반면, 음식의 본연의 맛을 즐기면서 식사 자체를 즐기거나 유유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달고 인기몰이하는 '고독한 미식가'나 솔로 라이프를 주제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도 마마무의 화사가 혼자 곱창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뉴스에서 보면은 고기를 굽는 집 같은 경우나 무한리필 같은 식당을 보면 혼자 오는 손님을 싫어하거나 오히려 입장을 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본 적이 있었다. 되려 기본적으로 깔아주는 음식들이 아깝다는 말도 있었고 판매비용 대비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의 내입장에는,

 편의점에 가서 1000원도 안 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뭔가 미안하기도 애매하기도 한 것 같아서, 생각도 하지 않았던 다른 물품도 덤으로 집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편의점 직원분들은 눈치도 주지 않았는데.

 눈치를 주지 않겠냐는 나만의 생각 때문인 걸까.


 사람 사는데 이렇게, 어떠한 눈치나 분위기에 버텨내야 할 자신감이 필요한 것처럼 만드는 건지.


 방송에서 나와서 연예인들이 아무런 눈치 없이 즐기는 건,

 방송 때문인 건지, 그저 사람이 달라서 그런 건지,

 잘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입장이 되어보았다.




 나는 눈치를 보는 것이 싫어서 이겨내는 법이라던가,

 신경 쓰지 않는 방법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반대 입장이 되어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내가 일을 하던 안쪽이 다 들여다 보이는 오픈 주방은, 손님들이 주방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요리하는 사람들도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손님들을 관찰하다 보면 가끔은 혼자서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식사 값도 그리 싼 편도 아니었고 주변은 늘 커플뿐이었고 평균적으로 1인 식사 비용이 15000원이 나오는 식당이었다.

 혼자서 오기엔 상당히 주변 눈치를 의식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늘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그곳의 규칙이었다.

 그런 분들은 식당에서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만 대해줘도 꾸준히 방문해 주고 맛에 만족하면, 그런 분들이 단골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은 결국 돈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나 그 사람의 사정도 모르면서, 타인이 겉모습으로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도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오신 분들은,

 그저 이곳의 음식을 좋아해서 혼자 조용히 즐기려고 오시는 분도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가족과 외식을 하기 위해서 미리 맛을 보러 온 경우도 있었다.

 되려 내 쪽이 더 긴장을 해야 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입장이었다.


 과연 그런 사람들에게

"왜 혼자 와서 청승맞게 그러지?"

 라고 중얼거리기라도 할 수 있을까.


 그런 분들에게 괜히 신경 쓰면 불편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옷을 사러 온 손님에게 따라붙어서 서비스하는 게 불편하다고 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이 타인을 처음 보고 제일 실례되는 것은,

 첫 만남으로 대화 한 번 제대로 하지도 않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멋대로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배워왔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실례를 하는 사람의 눈치를 뭐하러 보고 있었던 건지,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은 어릴 적부터 엄마와 아빠와 함께 밥을 먹으며 자라왔다.

 물론 개인적인 가정사로 그렇지도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계속 태어난 이상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게 본능적으로 익숙해져 있고, 혼자 하는 식사에는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혼자 하는 식사가 어렵기도 하고, 그런 사람을 보면 괜한 눈길이 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만들지 못할 자리라고 해서, 그 밥상에서 눈치를 봐야 할지 늘 신경이 쓰였다.

 혼자 밥을 먹는 게 무슨 죄라도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혼자 밥 좀 먹겠다는데, 죄도 진 것도 아니고, 죄가 되었다면 진즉에 경찰에 잡혀갔어야 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반성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적이라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