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괜찮은 것 같아."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기 시작하는 첫 단계.
그리고 그 사람의 장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 장점에 빠져들수록, 단점은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도 않기도 한다.
사람의 외모에 호감을 느꼈다가. 그 사람과 대화를 해 보고 같이 시간을 즐겨보기도 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간다. 장점이 아무리 좋아도 가려내지 못하는 단점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좋아지다 보면 그 단점조차도 상관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 혼자서 좋아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씁쓸하다.
짝사랑으로 남는다는 건 보는 이도 당사자도 괴롭다.
자신도 모르게 쌓여온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픈 경험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나는 이렇게 당신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데. 당신은 왜 나를 몰라주나요?"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받아줄지 몰라도, 겁부터 든다.
내가 당신을 얼마큼 좋아하는지 알아준다면, 우리는 더 쉽게 사랑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에, 사랑을 하기 정말 어려운 남자가 영화 속에도 있다.
하루에 한 번씩 다른 얼굴과 몽으로 살라는 뜻인 것인지 자고 일어나면, 남자든 여자든, 외국인이든 노인이든 꼬마 아이든 얼굴과 몸이 바뀐다.
그래서 매번 눈을 뜰 때마다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신발과 옷들을 점점 준비해 나가면서 적응해 나아갔다. 하지만 전부 혼자 가능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편이 되어준 어머니가 있었고, 유일하게 이해를 해 준 친구가 있었다.
이 사람은 연애는커녕, 사회생활을 할 수나 있을까? 그건 그나마 친구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여성과 특별한 인연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 그의 앞에, 어떤 모습을 하던 똑같은 대우, 똑같은 미소, 똑같은 목소리로 반겨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과연 자신을 이해하고 납득해 주지 않을까?
결국 그녀 앞에 나설 방법을 멋진 남자의 모습으로 고백하는 방법뿐이었다. 갑자기 내가 어떤 사람이다 어쩌고 저쩌고 설명해 봤자 그 사람만 곤란하고 되지 않는 게임이 될 것이다. 그것보다는 멋진 남성의 모습으로 진심으로 고백하면 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가간다.
“초밥이 좋아요? 스테이크가 좋아요? 사실.. 연습 엄청 많이 했어요. 오늘 꼭 그쪽이랑 밥 먹고 싶어서…”
진심은 통하는 법일까?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점점 연인관계는 발전되지만, 남자는 점점 얼굴이 핼쑥하여지고 있었다.
잠을 자지 않는 것.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그녀와 만나기 위해서 잠을 자지 않는 게, 몸을 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해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남자.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을 떠난다.
애초에 자신을 완전히 밝히고 이해를 시켜 납득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잠을 자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건, 그녀가 그런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생각대로였다.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자신이 그때 그 사람이라고 하며 나타난다면, 정신이상자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면 남자가 여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어, 그녀를 찾아가 내세운 해결방안은 그저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신이 자는 동안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지.
그렇다면 이해는 할 것이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납득은 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의 본심을 알게 되고 그를 받아들인다.
납득을 한 건 아니었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 또한 아니었다.
일정한 모습을 하는 다른 사람과 달리, 매일 만날 때마다 낯선 사람의 모습이 되어있는 그에게 익숙해져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매번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 라는 말소문을 들으면서 까지.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선생님"
"끝내고 싶은 건가요?"
"그 사람은 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그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는 결국 그를 위해서 사랑한 거 아닐까? 자신 또한 그를 사랑했지만, 그를 위한 사랑이 더 크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의 인생은 자신이 없으면 안될거라는 생각 때문에 의무적인 감정 또한 매달린 건 아닐까?
그녀는 불안 투성이었다.
'그 사람이 저를 보면서 웃어요. 그럼 저도 그 사람을 보면서 웃어요.'
그 말은 그 사람과 똑같이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자신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발견할 수 없었다. 먼저 어디선가 그가 먼저 손길을 가져다주어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은 매번 낯선 얼굴이다.
'오늘 만났던 여자를, 내일도 다음 주도 다음 달에도 만날 수 있다는 것, 내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라고 하는 남자는 그녀가 그렇게 괴로울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줄 알았으면,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떠났다.
남자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만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좋게 생각했고, 그녀가 내색하지 않았기에 괜찮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 같았지만, 사랑이 모든 걸 망치기도 한다.'
그게 남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 와의 헤어짐은, 수많은 추억을 남겼지만, 그 추억 속에 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고 익숙해지니 거짓말처럼 예전과 같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 속, 10개월이 지나면서 그녀는 생각한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같은 걸까?'
매일 다른 모습을 하더라도 한결 같이 그녀를 사랑하고 바라보고,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다른 마음으로 계속 흔들렸기 때문에, 어쩌면 매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던 건 자신이 아닐지, 그녀는 그를 떠올린다.
그때 왜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건지, 무엇이 두려웠던 것인지, 후회를 하고 그를 찾아 나선다.
또다시 괴로울지도 모르는 사랑, 그럼에도 그를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매번 변하는 그의 모습을 이해는 했지만,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고 똑같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을 늦게 알아차려, 받아들이지 못한 점이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두 사람. 그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는 납득이 필요했다. 이해와 납득의 차이에는 받아들인다는 점이 있다. 머리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도 마음에 받아 넣을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처럼.
남자는 그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지만, 자신 때문에 괴로울 운명을 보고 그녀의 고통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이별을 선택했다. 다시 그녀가 그리워도 그녀를 다시 아프게 할 것 같아 두렵다.
그녀 또한 자신이 과연 그와 함께 하던 시간 동안 그처럼 한결 같이 똑같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에겐 얼마나 상처를 주게 된 것인지 되짚어 본다.
사랑한다면 모든 것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과, 자신이 변하는 줄은 몰랐기에 두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서로가 짊어지고 있었던 고통이 아닐까?
그렇게 영화 속의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매일 바뀌는 그 사람의 모습과 달리 그 안의 그는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녀 또한 얼마나 성장했는지. 두 사람의 내면이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평범한 사람끼리도 그 속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워 고난이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드러나도 다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연인들도 많다. 다 드러낸다고 전부는 아니라, 그 마음을 온전히 다 받아내는 데에 각자의 과정이 다르다. 그 과정을 이겨내는지 못하는지, 우리가 사랑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데의 필수 조건이 아닐지, 사랑을 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웠다.
* 이 글은 영화의 이야기를 주제로 쓴 글 입니다.
* 눈의 피로가 오지 않도록 밝기 조절을 주의하시길.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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