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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ug 31. 2019

글쓰기는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



 처음 습작을 하기 시작하고, 출판 계약을 하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내 나이로 따지면 거의 6년이 걸렸다.

 그렇다고 6년 내내 꾸준히 계속 글을 써 왔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이러했다.


 20대 초반에는 우울증 초기 증상 같은 것을 계기로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장르는 대부분 판타지 소설처럼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점점 책의 내용과 스토리에 따라 메시지가 담긴 책들을 찾기 시작했고, 교훈이든 감정이든 메시지든 무언가가 읽고 남는 게 있어야 책을 읽는데 만족을 했다. 그건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나에겐 나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 책을 읽는 건 늘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건 대박이야 진짜."라고 말하며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자신하며 글을 쓰기도 했고, 그런 습작들은 한컴 프로그램의 페이지로는 분명 수천 장은 넘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모전에도 투고를 하기도 했지만, 늘 무응답으로 돌아오는 게 전부였고, 나는 남들보다는 조금 늦게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군대에서는 꽤나 여유로운 보직을 맡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었는데, 그때는 재난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군수과에서 A4용지를 빌려서 직접 손으로 쓰곤 했다. 하지만 역시 군대다 보니까 끝맺음은 하지 못했고, 지금 어딘가의 종이 박스에 고이 잠들어 있다.


 그렇게 전역을 한 뒤에는 카페에 들려서 글을 쓰곤 했다.

 장편 소설을 몇 개 써보긴 했었는데, 처음과는 달리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만족감을 채우지 못했었다.

 글을 쓰는 일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최고였지만, 어쩌다 한번 들어오는 기고문 요청이 전부였던 나에게는 본업인 요리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해진 일상이 생겼던 만큼 짬짬이 시간에 약 2~30분가량 글을 쓰기 시작했고, 더 이상 혼자 글을 쓰는 게 싫었던 나는 누군가가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릴 만한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며 읽어주시는 분들을 통해 피드백을 이어 나갔고 단편소설 혹은 에피소드 형식의 글을 계속 쓰면서 출판 계약을 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한 번은 출판사 쪽에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림 그리시는 분들은 미술관을 찾는다던가 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글을 배우거나 하는 거죠?"

 나는 글을 쓰는 게 전문적으로 배웠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았다.

 오히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계속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게 오히려 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좋게 평가하면 그럴 수 있지만 기본기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편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정말 글을 잘 쓰고 있는 건지 잘 알 수도 없었다.

 단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건, 글을 잘 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퇴고'에서 갈린다는 것이었다. 퇴고는 원석을 세공하여 보석을 만드는 역할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그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경우엔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은 글쓰기 강좌에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 외에는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글쓰기 강좌의 경우엔 유명한 사람일수록 비용도 많이 드는 편이에요."

"제가 뭔가 체험할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음... 적어도 글쓰기 강좌를 들으실 필요는 없으실 거예요."

 그렇게 딱히 누군가에게 배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책을 읽는 게 좋을 거라고 추천을 받았다.


 아마 분명 글쓰기를 전공이 아닌 이상 독학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작문서도 여러 가지 많이 읽어 보았지만, 읽으면 읽어 볼수록 작가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다. 그건 결국 글쓰기 강의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대체 글이라는 건,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배워야 하는 걸까?



출처 PNGTREE


 따로 글쓰기 강좌에 참여해 작가분들에게 직접적으로 배우지 않는다면, 역시 제일 좋은 건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 독자든 눈앞에 직접 읽어주는 독자든.


 나로선 이렇게 밖에 말할 수밖에 없었다.

 5년을 혼자서 끄적거리며 글을 쓰던 것과, 1년을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을 되짚어 보면 지난 1년간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것은 확실히 지난 5년의(물론 5년 동안 내내 글을 썼던 건 아니다) 습작을 하면서 스스로 배운 것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 오히려 인터넷의 1년이 더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엔 늘 많지는 안더라도 읽어주시는 독자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관심을 받고, 공감을 해주고, 감명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예상했던 반응보다 훨씬 더 뜨겁게 반응해 줄 수도 있고, 훨씬 더 차갑게 반응해 주실 때도 있다.

 그 부분을 잘 체크하고 반영하는 게 나름의 글 쓰는 방법이었다.

 즉 피드백이다.

 혼자서 글을 쓰고 그대로 PC 안에 저장하며 연습으로 남길 수 있지만, 실전만큼 좋은 연습은 없다.

 그런 말도 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제 글쓰기는 단순히 자기 세계에만 빠져서 쓰는 게 아니라, 독자분들과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고 어떻게 형성시키는지 모르니,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봐야 무엇이 좋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이제는 인터넷에 소설이 올라오고 그게 드라마가 되는 세상이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는 말처럼.

 쓰고 읽어주는 독자만큼 글쓰기 스승은 또 없다.


 글쓴이는 결국 독자를 위해 글을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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