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개인 장사를 하기 위해서 부산에 이곳저곳 시장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 장사를 하면 좋을지, 어떤 고객층을 노리는 게 좋을지, 어떤 음식을 파는 게 좋을지 기준을 하나씩 세우면서 각 지역마다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주변의 음식도 먹어보기도 하고, 몇 시간 동안 카페에 앉아 창가 넘어 얼마나 많은 유동인구가 있는지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확실한 두 가지를 알아낸 것이 있었다.
하나는 이 나라에는, 적어도 부산에서는 자영업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망하는 데에는 역시 이유가 따르는 법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건 아주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기에 간과하기도 한다.
9월 2일 나는 비 오는 날, 부산에 국제시장을 찾았다. 그곳에는 청년몰이라는 곳이 하나가 있었는데, 분명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지 않았다면 그 개념을 몰랐을 것이다.
하나의 푸드코트나 다름없는 그곳은 싼 가격으로 여럿 손님을 받아들이는 곳이라고 정리하면 간단할 것이다. 나는 그곳에 파스타를 먹어보고 싶었다. 8000원의 가격에 양도 많다는데, 맛까지 있으면 과연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나의 시장조사에 하나였다.
하지만 2층인 그곳을 방문하자마자 실망했다.
시간은 월요일 오후 1시였다.
아직 한참 점심시간이었을 때였고, 손님은 딱 한 팀이 피자를 주문하고 있었다.
나는 파스타를 파는 곳을 찾아다녔고, 메뉴만 있을 뿐 어디서 주문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가게의 주인들은 죄다 자신의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손님이 있는대도 말이다.
그것도 한참 1시라는 점심시간대에.
나는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며 찾아낸 파스타 가게 앞에 섰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짝! 짝! 고도리~"라고 울리는 게임 소리뿐이었다.
사실 파스타 가게는 청년몰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앞에 있었고, 주인도 없었고 제대로 된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파스타를 파는 곳'을 인식하지 못한 거였다.
심지어 주문을 하려고 앞에 서 있는대도 게임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분명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온 줄을 몰랐을 것이다.
이건 그를 변호하는 게 아니다.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오후 1시인데도, 한참 바빠야 할 시간 인대도.
"어차피 손님이 없으니까." 하는 마인드로 널브러져 그것에 익숙한 지 올래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분명 이 사람은 내 주문을 받는다고 한들, 손을 씻고 요리도 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그 청년몰에서 나왔다.
분명 그곳에서 나오는 음식은 정말 맛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받아들인 이미지가 더러운 이상 불쾌할 뿐이었다.
나는 그 청년몰을 나오면서 기도했다.
"제발 이딴 곳에 상권 살려주겠다고, 살려달라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찾아와서 방송 찍어주지 않았으면."
망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저런 사람들을 구제해 주면 노력해도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은 사람만 억울해질 뿐이다.
분명 그 파스타가게 사장 또한 폰게임 하려고 거기에 앉아 있으려는 게 아닌 걸 알텐데 말이다.
나는 조금 더 걸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 오는 날인 대도 가게의 유리창문을 닦는 돈가스 가게가 보였고, 나는 그 가게에서 냉모밀과 돈가스 세트를 시켜 먹었다. 그 안에는 손님은 나뿐이었지만, 가만히 있진 않았다. 손님이 없는 순간을 이용해 여기저기 청소를 하고 있었고, 언제든 들어올 손님을 위해서 손질을 하고 있는 주방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송은,
그런 가게를 위해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갓 튀겨진 돈가스를 맞이했다.
(참고로 이 가게는 프랜차이즈점이었는데, 기존에 갔었던 다른 프랜차이즈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다른 곳의 것은 돈가스의 고기가 냉동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질겼었고, 이곳에서 먹었던 것은 오늘 두드렸던 고기처럼 부드러웠다. 식당에서 성실함은 그런 차이를 드러낸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점점 빨라지는 편이고, 그동안 해 왔던 것을 놔두고 다른 것을 시작하기엔 준비시간이 필요한데, 무작정 퇴직금으로 시장으로 뛰어들기 일수다.
나는 현재 부산 여기저기 시장조사를 2개월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어떤 곳에도 장단점은 다 있었고, 답이라는 게 정해져 있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뛰어들겠다는 도전정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는 반드시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쪽에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 순간에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모르기에 손님이 없으니 나태해지고, 발전도 없이 망하는 순간을 기다릴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