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중에서는 미용사가 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미용사의 일을 시작하길 바랐고, 어렵게 들어간 헤어숍에는 회사의 인턴처럼 손님에게 평가를 받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평가라고 할 것 정도로 경쟁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손님들이 그녀의 서비스에 만족했냐 불만족했냐는 답변의 투표일뿐이었고, 결국엔 긴 시간을 지켜보면서 채용하느냐 마냐는 사장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예약 손님에게 지명을 받을수록 추가 수당이 더 들어오는 성과제로 점점 개인 손님이 늘고 있는 선배 헤어디자이너의 모습을 보고, 빨리 이곳에서 정식 미용사가 되어서 많은 손님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월급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었다.
하지만 기술과 경험은 별개였고, 1대 1로 머리를 잘라주면서 개인적인 특유의 서비스로 손님을 편하게 하는 것도 있었기에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기술직이기보단 서비스직에 가깝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또 월급은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일이 끝나고 나면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자취도 시작했기에, 상상 이상으로 돈이 나가는 것에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는데 몸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이 익숙해질수록 조금은 요령도 생기고 여유가 생겨야 했지만, 그런 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내 보려고 하게 된 것은.
"머리 이뻐요. 고마워요."
손님의 머리카락을 마지막 손질을 하면서 받은 그 칭찬은 바로 특효를 드러내는 보충제를 마신 것처럼 기운이 나곤 했다.
그런 보람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운을 느낄 때마다, 나 자신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매번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도 힘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독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 큰 욕심으로 바뀌어있었다. 직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좀 더 전문적인 기술을 원했던 만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메이크업에 대해 배우기로 했다..
오전 10시까지 미용실에 출근을 하고 오후 8시에 퇴근을 하고
9시부터 12시까지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에는 인터넷을 보면서 메이크업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도 했으며,
휴일에는 친구들의 머리를 잘라주면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 화장품들을 사면서 메이크업 연습을 하기도 했다.
매일매일을 미래를 생각하면서 보내고 있었다.
결코 오늘내일을 위해서 살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엔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4~5시간만 수면시간이 이루어졌었고, 소모되는 에너지에 비례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는지 미용실에서 상사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되는 날도 있었다.
"왜 그렇게 억지로 웃으려고 해요? 불편해하실지도 모르잖아요."
그녀는 결코 억지로 웃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지쳐있던 몸에서는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할 미소는커녕 억지로 기분을 맞춰주는 것으로 보이는 미소로 보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손님들이. 왜 그렇게 웃어요?라고 말할 순 없잖아요."
"네..."
"요새 점점 피곤해 보이는 거 알아요? 처음 왔을 때랑 너무 다른데. 그렇다고 막 적응을 다 한 것도 아니었고."
"죄송해요."
결국에 그녀는 일을 하는 도중에 너무 어지러워서 주저앉으며 퇴근 후 응급실로 가서 링거를 맞았다.
한 번 누운 병상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더 어려웠었고 4일이나 미용실을 쉰 결과 복귀 후에는 빠르게 적응하려고 했던 만큼 빠르게 뭔가를 잊어버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수가 많아졌다.
아르바이트는 물론 미용실 또한 갑작스러운 미출근으로 인해 인력을 대체하는 데에 난감해했었고 그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며 반감을 사기도 했다. 물론 이해를 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대로 회복하고 일을 하러 와줘야 하는 미용실의 입장에선 겸직이나 제대로 된 체력관리를 못해주는 것에는 불만을 충분히 품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미용실이 서로가 불편해지는 것을 느낀 만큼 수습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많은 것을 얻으려다가 정작 기존에 가져가고 있던 것들을 잃게 된 것이다.
저는 워크홀릭의 사람들을 정말 존경하는 편입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해버리는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익숙해지는 만큼 나태해지기 때문에 끝도 없이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인 중에서는 그런 유형으로는 국민 MC 유재석 님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서 활약하는 운동선수 중에서는 야구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손아섭이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변 동료들은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혹독한 사람."이라고 말이죠.
본인 스스로는 결국 스스로를 위함이라고 받아들이지만요.
야구는 경기 룰을 이해하는 게 다소 어려운 편입니다. 하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홈런이라는 말은 모르는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손아섭의 경우는 '근성'이라는 이미지를 드러낼 정도로 열정적이고 노력하는 선수인데 제일 아쉬운 단점이라고 한다면 홈런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정확한 건 적다기보다는 실적에 비해 아쉬웠던 것)
결국엔 홈런을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방식을 바꾸어 나갔지만 결과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결국엔 원래대로 돌아와 이전의 모습을 되찾는데 급급했습니다.
분명 그 선수는 홈런을 늘리겠다는 욕심으로 기존에 가질 수 있는 성적과 결과들을 다 놓칠뻔한 거였죠.
많은 걸 이루고 싶은 건 누구나 당연하지만, 그 누구라도 담을 수만큼 자신의 그릇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건 재능이니 재력이니 그런 게 아니라 (물론 관련되어 있겠지만) 인간적인 한계 능력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는 괜히 24시간이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건 결국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