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친구는 화장실 다녀와서 손 안 씻어.

좋아하는 부분만 보지 않기.

by 우연양


가끔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마냥 떨쳐낼 수 없는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거야 당연히 사업이니까 하나 둘 때쯤 당연히 있겠지만, 단순히 사업을 떠나서 하는 고민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특이하게 화장실이다.

레스토랑의 화장실은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의 차이가 아주 컸다. 물론 공간이 충분히 크다면야 걱정은 없지만 임대료에 음식값과 인건비에 시달리는 사장님 입장에선 화장실은 꽤나 고민거리다.

그건 여러 음식점을 가보면 꽤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데이트를 하기 위한 레스토랑이나 양식점. (공동화장실이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남녀 화장실 둘 다 똑같은 넓이지만 남자화장실에는 대변기 한 칸에 소변기 두 개와 세수대 하나가 끝이기에 변기 뒤에 줄을 설 수 있을 정도지만, 여자화장실의 경우에는 문 밖에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구비가 된 게 많다.


굳이 화장실에 뭐가 그리 필요한 게 있기에?

남성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여성에게서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화장을 고치거나 옷맵시를 고치거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데이트 도중이나 소개팅 도중 화장을 고치거나 잠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목표도 있기에 여성의 화장실의 경우엔 화장대가 있고 면봉에 커다란 거울이 있다. 그건 수많은 이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반면에 남자화장실에는 변기와 세숫대가 끝이다. 물론 거울은 있지만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아주 최소한으로도 충분하다.

그건 남성들에게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나. 애초에 남자들은 화장실에서 여자만큼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공들이지 않는다.



우리 사장님에게도 그런 고민이 하나 있었다.

오픈하기 전에 매번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사장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사장님 여기 남자화장실 변기는 수리하지 않는 거예요?"

남자화장실의 대변기는 하나였는데,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고장 나 있었고 1년이 지나도 수리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장실 배수로 자체가 설계가 잘못되어 있어서 수리를 하려면 다 뜯어내야 해. 뚫어내도 결국 한번 사용하면 막히거든." 나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럼 수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맞긴 하지만, 사장님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변기를 수리하지 않았다. 남성 손님들에게는 반감이 들겠지만, 화장실 공사 자체를 크게 해야 하는 만큼 손실이 컸기에, 남성 손님의 화장실 사용 비율이 적다는 생각만을 믿고 감수하기로 했다.

그 부분을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재방문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 입장에선 여기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화장실을 수리하지 않는 게 재방문을 끊게 만드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렇겠지." 나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길게 봐서라도 공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공사하면 일주일 동안 영업도 못하고 공사비만 500만 원이 나온데. 일주일 영업을 쉬는 것 까지 생각하면 손해가 1000만 원이 넘어가니까. 어려운 거지."

아르바이트생은 그 1000만 원이라는 단어 하나에 납득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역시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들이 화장실 가서 소변만 보고 손만 씻고 나오면 그게 화장실인가. 식사 도중에 정말 급하게 용변이 마려울 수도 있는 건데."라고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말했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렇게 이해 못할 수도 있다. 분명 손님을 위해서라면 길게 봐서라도 화장실을 수리하는 게 맞긴 하니까.

하지만 좋은 점, 나쁜 점, 그저 선을 긋는 것 마냥 구분해서 결정하고 행동하는 건 어려우니까.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너 남자 친구 있다고 했지?"

"응."

"남자 친구랑 여기저기 맛집 다니고 그래?"

"그럼."

"이런 레스토랑 같은데도 가고?"

"그럼."

"그러다가 화장실도 가기도 하고?"

"당연하지."

"네 남자 친구가 화장실 다녀오면 손에 물기가 있디?"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의아해하는 얼굴로 아주 잠깐 멈추었다가 말했다. 내 질문 자체에 의도 자체에 의문점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당연하지?"

마치 그런 질문을 왜 하냐는 것 마냥의 얼굴은 스스로도 확신을 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말했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랑 주방의 애들이야 요리를 하는 애들이니까 손을 자주 씻는 게 익숙해서 화장실 다녀오면 손도 씻곤 하는데, 세상의 남자들은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손 안 씻는 사람이 씻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아." 나 또한 직업병으로 인해 손 씻기는 아주 당연스럽고 잦다.


이런 질문은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한 적이 있었다.

'네 남자친구는 화장실 다녀오면 손 씻냐고.'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지 않는 남성들이 꽤나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다만 여자친구의 입장에선 자신의 남자친구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입장에선 손도 씻고 청결하게 해서 남자친구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얼굴도 만져보고, 만져볼 것은 다 만져볼 때의 매너라고 생각할 테니까. 자신도 그런 매너를 당연히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우리 남친이 그럴 리 없어."라고 하는 것 마냥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의 좋은 부분만 상상하고 보고 받아들이는 게 먼저지, 부정적인 것을 먼저 받아들이지 않기에 그런 시선은 뒤로 밀리고 또 밀린다.


나는 다시 말했다.

"가서 한번 물어봐. 대답 못할걸?" 라며 웃음을 지으면서.

그 누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부정적인 부분부터 의심할 생각을 할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부분이 좋아 보이는 색안경을, 아니 콩깍지가 쓰이는 법인데.


나는 확신했다. 분명 그 애의 남자 친구는 데이트 도중 화장실을 다녀와서 손을 잘 안 씻을 거라고.

그래서 다음에 만났을 때 나는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물어봤냐? 내 말 맞지?"

그 말에 그 애는 답답함과 분함에 스스로의 입술을 말아 물었다.

내 말대로 화장실에 다녀와서 물기가 전혀 없는 건조한 손을 보고, 결국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 친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왜 안 씻었냐고 왜 안 씻고 다니냐고 뭐라 했지."

그 애는 그렇게 어이없었다는 얼굴로 남자친구가 여태 자신을 만나는 동안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손을 씻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화장실 다녀와서 씻지 않은 손으로 이것저것 했었을테니.





별개의 이야기지만, 최근 다시 방영하기 시작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을 보면 한 가지 계속 반복되는 장면이 나오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소독제가 보일 때마다 손을 소독하는 의사들의 습관들이었다.


왠지 공감이 갔다. 요리를 하는 것도 식중독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 위생에 철저해야 하는데, 요리를 하다 보면 항상 버릇이 드는 것들 중 하나 손을 자주 씻는다는 점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위생 자체라는 개념이 없는 곳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당연하게 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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