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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08. 2018

#5. 내 남자에게 꼬리 치는 여자가 나타났다.

답답한 인간 같으니!

사랑의 장애물 #5.
 세상에 나만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골키퍼가 있는데도!



 그나마 그 남자와 연애 중이라면 다행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교적으로 하는 이야기, 하지만 연인 사이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여우짓을 한다. 그런데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여우짓을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왜 모르냐면, 어떤 게 여우짓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여자들은 말한다.)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친하다 보니 그런 거야."

 친한데 막 스킨십도 하고 그런다고? 이 답답한! 여자가 아무나 손길을 건네는 줄 알아? 그것도 사심 없이?

 그 여자가 꼬리 치는 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하는 남자의 얼굴도 보기 싫고, 진심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그 여자의 행각도 너무 싫다.

 나를 호구로 보는 걸까. 꼬리 치는 방법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눈치가 없는 건지 사실은 그런 걸 즐기는 건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내 남자가 더 얄밉기도 하다!


 그게 얼마나 헤퍼 보이 던 지,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그 애는 더 그 사람에게 꼬리를 치려 든다.

 보는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나고 미칠 지경인지,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거고. 늘 그저 친하다는 이유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남자 친구도 짜증 나고, 그 여우 같은 애도 짜증 나는 데, 무엇보다 제일 열 받는 건.

 이런 내 마음도 알아주지 하는 그 사람에게 이리저리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나도 자존심이란 게 있단 말이야!"



 두 가지의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사람은 다 다르고 남자 여자는 또 다르고, 여자끼리도 다 다르다. 하지만, 여자의 공통점은 자신이 관심 없는 남자에게 함부로 사심 없이 손길을 주지 않는다.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지만, 여자가 여우짓을 하고 다니지 남자가 여우짓을 하고 다니리?


 어떤 여자가 내 남자에게 여우짓을 할 때, 그중에서 제일 불안한 것은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학생이고, 남자 친구는 연상에 회사를 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데이트하러 회사 앞으로 가 기다린 어느 날, 다정하게 남자 친구를 챙겨주는 직장 상사 여자를 보았다.

 근데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그 직장상사 여성은 나에게 인사했다.

 남자 친구는 나에게 그 사람을 소개하여주었다. 자신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는 분이라고.

 그러곤 그 여성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한 순간에 나를 스캔한 것이다.

 순간 방심했다고 크게 깨달았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다며 후회를 했다.

 나는 괜히 두 손을 뒷짐으로 하여 뒤로 숨기며 괜히 뒤쪽 옷자락을 쥐었다.

"제 여자 친구예요. 오늘 여기서 기다린다고 해서."

"정말, 보기 좋네. 아직 학생 커플 같아 보여서 풋풋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하면서 남자 친구를 보면서 웃어 보이는 여성. 그 여성은 그러면서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여성은 내가 보는 앞에서 남자 친구의 정장 어깨 부분을 툭툭 치며 먼지를 털어내는 시늉을 하더니, 넥타이를 바로 잡아 주는 게 아닌가.

"그럼 내일 봐."

 하면서 쿨한 척 그녀는 뒷모습을 남기며 자리를 떴다.

 한참 후에 남자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왜 화가 난 거야?"

 남자 친구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도 화가 나기도 하고, 괜히 패배감을 든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 그 여자가 실제로 비웃었다고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왠지 비웃음을 산 것 같았다. 우리에겐 뒷모습만 보였지만 앞에서 봤을 땐, "별거 없는 여자애네." 하면서 콧방귀를 뀌고 있을지도 모른다.

 괜히 그녀가 진짜 그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악질녀로 만들고 싶었다.

 무엇보다 제일 화가 나는 건,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말해줘도 남자 친구는 "그저 상사니까 날 챙겨주는 거뿐이야."라고 확신하며 말한다.

 답답함 X 분노는 아주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나는 괜히 회사 안에서, 남자 친구가 결국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기도 해 본다.



 남자는 왜 대체 여자가 꼬리 치는 걸 모르는 거야?!




 남자는 괜찮다고, 의심할 것 없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믿음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 친구의 믿음에 신용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다른 여자가 어떤 술수를 쓰냐에 따라 남자는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고 있기에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기껏 예쁘게 해 놓았던 손톱을 물어뜯어 엉망이 되기도 했다.

 여우짓하는 여자에게 넘어가 헤어지자고 하는 남자도 있을 것이고,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도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그 여자가 나보다 외모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들 불안하고, 나보다 더 더 뛰어나다면 의부증이 걸릴 정도로 남자에게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그렇다면 설령 남자가 그 여자에게 넘어가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사이는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기 쉬웠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여자를. 머리카락을 다 뽑아 버려야 하나?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자 이번엔 반대다.




 졸업을 하고 취직에 성공했다. 입사하자마자 내가 배운 것과 다른 일들을 하기 시작하고 축하식이니 뭐니 갖가지 핑계로 회식자리에 끌려가다 보니, 남자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만날 수 있던 건, 남자 친구가 취한 나를 데리러 왔을 때, 나는 비몽사몽이라서 너를 만난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너도 회사원이었다면 낫겠는데, 아직 학생이다 보니 왠지 뭔지 모를 거리감이 느끼기도 한다.

 그때가 그랬다.



 평소와는 달리 주어진 일명 칼퇴근!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너에게 전화를 했다. 너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교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그 자리에 불러줘도 고마웠다. 나도 칼퇴근이 잦은 게 아니었으니까, 갑자기 연락을 준 거나 다름없었기에 그렇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 친구들 중에 후배랍시고 어떤 여자가 있더라도 말이야.라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들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나는 인사를 했다. 남자 친구의 남자 친구들은 나를 마치 형수님이나 제수씨를 대하듯이 장난스럽게 맞이해 주었다. 그런데 유난히 나를 요물처럼 올려다보는 애가 있더라.

"안녕하세요. 오빠 후배 OOO이에요." 걔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도 인사를 하려 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얘 여자 친-"

"알아요. 들었어요. 회사원이라고 하시던데. 일찍 마치셨나 봐요?"

 ... 나의 말을 한 번에 끊어 버리는 게, 예의의 부분에서가 아닌 여자로서 나를 견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7시를 넘었는데 뭐가 일찍 마쳤다고 하는 거야? 아직 학생이면서 뭘 안다고.

 나는 남자 친구를 데리고 나가고 싶어 졌다. 하지만 이미 즐기고 있던 분위기에서 남자 친구만 쏙 빼내어 간다는 게 미안했다. 솔직히 다른 친구분들이 보내주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물로 목을 축였다.

 하지만 제일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남자 친구가 아무리 신경을 써 주어도, 다른 친구분들이 나를 신경 써 주어도 그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거였다.

 무엇보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주어진 그 공간 안에서, 나의 시선은 남자 친구가 아니라 그 후배년... 여자를 계속 살펴보게 됐는데, 그 애는 너를 참 묘한 눈으로 보더라. 정말 내 남자 친구에게 호감이라도 있는 건지, 자신만만한 마냥 멋대로 날뛰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여자 친구를 앞에 두고 마음껏 꼬리를 치는 게 기고만장해 보여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모습에 좋다고 웃는 네 모습이 더 꼴 보기 싫었다.

 내가 모르는, 내가 없는 공간에서 이럴 수 있겠구나 하면서 처음 느꼈다. 가슴속에선 어떻게 해서든 풀 수 없을 것 같은 선이 마구 꼬여있는 것 같았다. 불안하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고 싶지만, 그거 또한 분위기를 망치고 남자 친구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겠지? 남자 친구가 밉기도 하면서 위한답시고 신경 쓰는 것 또한 짜증이 났다. 내가 무슨 화를 받아내는 여자도 아니고. 하지만 그래도 참고 참아 보았다.

"야, 너 근데 얘한테 너무 붙는 거 아니냐? 바로 옆에 여자 친구분도 계신데."

 정말 보다 못한 건지, 다른 친구분들이 반 장난식으로 그런 말을 하더라. 최소한 그 사람들 눈에도 그랬다는 거지. 물론 그 애도 부정하겠지만.

"에이 선배, 제가 뭐라고 신경을 쓰겠어요? 설마 제가 불편하게 하고 있는 거 아니죠?"

".... 뭐?"

 한순간에 분위기가 냉각될 것처럼 식어갔다.

 완전히 방심한 사이에 정면으로 펀치를 한 방 먹었다.


 나는 더 이상 악화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괜히 남자 친구를 욕하면서 울고불고했다.

 그리고 따라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남자 친구가 나를 따라와 있더라.

"왜, 그냥 걔랑 같이 있지 그랬어? 좋아 죽더구먼."

"내가 걔랑 있어서 왜 좋아 죽어. 다 네가 있으니까 좋아 죽는 거지."

"얄팍한 말 하지 말고 가. 나 집에 갈 거니까."

 남자 친구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애교를 난발하고 미안하다며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남자 친구는 고백했다.

"사실은 너한테 말해주지 못한 게 하나 있는데."

 나는 그 말이 듣기 싫었다. 이 타이밍에 무슨 고백을 한다는 건지. 역시 그 년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건가, 하며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들었다.

"걔가 하도 그러길래, 너를 보여주면서 포기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다른 여자한테 애교를 받아서 왜 좋아하겠어?"

"뭐?"

"미리 말해두면 싸울지도 몰라서, 좀 답답하게 만들어 버렸네, 내가 어떻게 하면 화를 풀어줄까?"

 안심을 하고 마음을 풀어서 그런 걸까. 가슴속에 답답하게 꼬여 있던 게 한 번에 풀려서 그런 건지 눈물샘을 풀어놓은 것처럼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에 괜히 더 눈물이 났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굳건한 남자를 곁에 두고 있다고.




 남자는 정말 여우짓을 구별하지 못할까?

 확실히 눈치라고 할까, 여자가 신경에 더 예민하기 때문에, 그만큼 남자는 여자보다 눈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면 극과 극의 남녀가 만나서, 여우짓의 스킬의 차이라고 할까? 남자가 도저히 여우짓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여자가 다가 올 수도 있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다. 남자와 여자는 성별이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다. 여자가 느끼는 걸 남자가 느낄 수 없을 리가 없다. 뭐든지 절대적인 것은 없다.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것을 남자가 본다면, 그걸 남자가 모를 거라고 생각할까? 여자가 말하는 여우짓이 있는 반면 남자가 하는 짓도 있는 법이다.


 여자가 다 여우가 아닌 반면, 남자도 다 눈치가 나쁘거나 좋기도 하다.

 여자가 말하는 여우짓 기준에서 그 여우짓을 남자가 받았을 때, 마냥 기분 좋기도 하는 반면, 시큰둥하거나 왜 이러냐는 식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여우짓은 절대적인 기술이 아니다. 남자가 자신의 여자가 아닌 사람에게 여우짓을 받는 게 기분 좋으니까 허락하고 있을 뿐이다. 여자 친구에겐 어떤 변명을 대면서도 말이다.



 중요한 건 남자 친구에게 여우짓이 뭔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걸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최소한의 선을 긋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남자가 눈치채지를 못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털어내며 그 여자를 최소한의 경계선을 긋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둔한 눈치를 가진 사람은 누군가가 증거를 가져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도 있다. 연애의 눈치와 평소의 눈치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여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밀어내는 남자도 분명 있다. 모든 남자는 다 똑같지 않다. 모든 여자가 똑같지도 않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곁에 있다고 인지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올 틈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아주 쉬운 일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애인에게 여우짓을 한다면, 그건 여자 친구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남자가 스스로 정리하게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도와주면서라도.


 하지만 바람은 늘 갈대를 흔든다. 늘 안심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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