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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07. 2018

수많은 사랑으로 태어나는 '봉골레 파스타'

사랑도 요리도 '적당히'가 어려워.

 한 가지의 만족스러운 음식을 만든다는 건, 매우 어렵다. 레시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한들 요리하는 사람마다 다른 맛을 내기도 하며, 완전히 똑같다고 하더라도 재료의 상태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입맛은 다 제각각이기에 5성급 호텔 요리사의 요리가 맛이 없고, 동네 프랜차이즈 음식이 더 맛있는 등, 냉동식품이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만큼 요리는 대접할 사람에게 만족시키기 위해선 최소한의 충족치 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맛있어해야 한다. 어떤 맛을 좋아할까? 이 재료를 넣는 걸 더 좋아할까?" 하면서.


 최근에는 어떤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주방이 보이도록 한 곳이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상 테이블에서 주방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의 유흥거리가 될 수 있고 최소한의 신뢰를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주방 안에서는 테이블을 바라볼 수 있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주문을 시킨 것이 언제 나오는 걸지, 요리를 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도중 눈이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왠지 더 책임감을 느껴 맛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그리고 그 대상자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요리는 분명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으로 접시에 담겨질 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있었다. 내가 제일 많이 주문을 받아봤었고, 제일 많이 손님들에게 내놓은 것은 파스타였는데, 그중에서 봉골레(vongole) 파스타는 제일 손길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고, 요리사로서 진심을 다해야 하는 파스타였다. (물론 모든 음식도 진심을 다해야 했다)



크림파스타와 토마토 파스타

 많은 파스타 종류가 있다. 파스타라고 해서 길게 늘여진 면뿐만 아니라 짤막하게 과자 같은 모양의 파스타도 있고 면적이 널찍한 면을 가진 파스타도 있다..  기본적으로 토마토소스가 들어가는 파스타나, 크림소스가 들어가는 파스타, 그것은 온전히 소스로 인한 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산물이나 베이컨으로 추가적인 맛을 더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봉골레 파스타는 조금 다르다.


 봉골레 파스타의 봉골레는 이탈리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온전히 조개 하나로 그 맛을 내야 한다. 물론 더 강한 맛을 내기 위해 바질이나 해산물, 또는 베이컨을 넣어 요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봉골레 파스타에 조개는 모시조개나, 백합, 바지락이 들어가는 편이었다. 이 조개로 맛을 낸다라,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해감이 잘 되어야 한다. 조개들을 열어보면, 그 녀석들이 있던 곳이 흙투성이 었던지라, 검은흙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조개 녀석들이 입을 다 벌리고 해감이 잘 되도록 삶아 주어야 한다. 이 방법은 그나마 간단한 편인데, 주로 대량이나, 빨리 만들어내기 위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자주 이용되는 방법이다. 

 맛을 위한, 대접할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하기 위해 조금만 더 정성을 들인다고 생각하며 조개를 해감해 보자.

 제일 좋은 방법은 차가운 물에 하나하나 다 씻어내야 한다. 흙모래 하나도 남지 않도록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일이 조개의 입을 벌려서 씻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음식을 먹다가 제일 싫은 경우는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잘 먹다가 흙이 씹혀 "와그작!"하는 소리가 입안에 들리면 순식간에 불쾌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를 맞추어 반나절 정도 물에 담가 해감해야 한다. 일반적인 물에 담가 놓으면 조개의 영양분이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조개를 손질하는 데만 최소한 반나절이다. 그러면 조리하면 끝일까? 그것 또한 아니었다. 

 마늘을 볶는 올리브 오일, 마늘향이 솔솔 올라오고 그 위에 야채나 조개를 넣어 볶는다. 그리고 면도 볶아주면서 화이트 와인을 넉넉하게 뿌려주어야 하는데, 이 이유는 조개 안으로 육즙을 더 풍성하게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조개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불에 너무 오래 열 되면 조개가 너무 질겨지기 때문에 정말 '적당히'가 제일 중요시 여기게 되는 파스타다. 

 적당히 잘 씻어내야 하고,

 적당히 비린내도 제거해야 하고,

 적당히 불에 달궈 풍미를 내야 하고,

 적당히 불에 달궈 질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 적당히로 봉골레 파스타는 태어난다.

 그 어떤 것에도 적당히는 가장 어려운 단어다.



 봉골레 파스타에 들어가는 메인 재료는 조개다. 베이컨이 들어가든 해산물이 들어가든, 조개의 본연의 맛을 이루어 내지 못하면 그건 봉골레 파스타가 아니다. 그저 조개가 들어갔을 뿐이지.

 그 조개 하나가 이리저리 손이 엄청 가게 만든다.

 요리를 대접하는 사람에게 만족시키는 걸 어려운 것처럼, 조개는 정말 다루기 어렵다.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게 애정을 다듬는 것 같다.

 요리는 사랑으로 한다는 말도 있는데, 파스타를 특히나 좋아하는 여성에게 또는 남성에게 그런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요리가 봉골레 파스타가 포함되지 않을까?


 이런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다면, 충분히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만들기 전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얼마나 많은 애정이 다듬어 지는 지 모르는 것 처럼. 알아줘 주지 않아도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때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어 준다면, 하는 생각으로 먹어줄 사람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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