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인가 기회인가>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두 가지 기준을 병행 적용해야 한다. 공간 기준 평가(비교 평가)와 시간 기준 평가(본질 평가)다. 공간 기준 평가는 같은 시점에 옆 단지나 다른 종류 물건들의 상대적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 지역 다른 단지들의 시세에 비춰볼 때 이 단지 아파트의 가격은 이 정도가 적정하다'는 식의 가치 평가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 기준 평가는 같은 물건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값이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오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더 떨어지지는 않을 가격인지. 이런 예측은 정말 어렵다. 해당 부동산의 본질가치를 평가해내야 하는 작업인데, 웬만한 분석 능력으로는 턱도 없다. 가깝게는 수요공급 분석, 재무분석, 투자이론과 같은 경제학에서부터 도시공학까지, 멀게는 맬서스의 <인구론>에서부터 마르크스의 ‘농촌해체론’까지 두루 섭렵해야만 가능하다.
웬만한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본질가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어떤 전문가는 ‘역세권 불패’를 이야기한다. 또 어떤 자수성가형 부동산 재벌은 세종시, 위례, 마곡까지 모두 다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부동산 투자의 첫걸음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사람 정말 전문가일까?’, 아니면 ‘그 분석 제대로 한 거 맞아?’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당신도 부동산 투자의 기초 자세는 갖춘 셈이다.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 쉽게 현혹되지 말고 직접 분석하고 발로 뛰어다녀보고 해야 실수를 안 한다. 결국, 내 돈을 걸고 하는 일 아닌가.
‘역세권 불패’는 비교 평가로는 맞는 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절대로 ‘불패’다. 지하철역으로부터 ‘오피스텔 5분, 아파트 10분’의 공식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게다가 상권이 잘 발달한 역세권일수록 더 좋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본질 평가로 들어가면 좀 다르다. 국가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역세권이 아니라 독점지 가격도 하락한다.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제아무리 명동 한복판이라도 부동산의 가치는 제로(0)다. 인구가 5천만에서 3천만으로 줄어들면 그에 상응하게 부동산의 가치도 떨어진다. 다른 곳보다 여전히 비싸기는 하겠지만, 불패는 아니다.
세종시, 위례, 마곡 이런 곳은 어떨까. 세종시는 과천시를 모델로 말하는 것 같으나 도시 형성이 어렵다. 청와대와 국회가 다 내려가면 지금보다는 여건이 조금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자족도시가 되기에는 너무 작다. 위례는 중심상업권역의 연계지구라는 관점에서 잠실역과 삼성역의 배후지구로서 의미가 있기는 하나 지하철 연결성이나 승용차 접근성 측면에서 너무 취약하다. 개선될 방법도 별로 안 보인다. 마곡은 중심상업권역의 연계지구라기보다 독자적인 주변 역세권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 시내와의 연계성 측면에서 너무 멀다. 독자 역세권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기능이 필요한데 마곡은 이것이 부족하다. 자체 일자리는 없고 서울 출퇴근은 너무 멀다. 비교 평가 측면에서 봐도 현재는 부담이 간다. 이들 지역 모두 시세가 너무 올랐다. 최소한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지금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기존 면적의 30~40%를 증축할 수 있으며, 일반 분양도 15%까지 허용된다. 연한도 15년으로 재건축(30년)보다 훨씬 짧다. 공사 기간이나 비용 면에서도 리모델링이 훨씬 유리하다. 입지여건도 최상급이다. 그러나 낡은 건물 때문에 아직도 저평가되어 있다. 리모델링만 끝내면 지역의 강자로서 저평가 상태가 프리미엄으로 새롭게 부상할 것이다. 리모델링은 2016년 8월 초 정부가 내력벽 철거를 3년간 유보하면서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리모델링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리모델링 단지들이 예상을 깨고 좋은 평면 계획의 설계도를 만들고 있고, 강남 개포동, 분당 정자동 등 여러 단지에서 리모델링이 거의 성사 단계까지 접근했다. 필자의 눈에 이들은 당장에라도 손에 넣어야 할 ‘흙 속의 진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