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
‘팔리지 않는 메뉴는 필요 없으니 바로 내리자.’ 이것이 평범한 식당의 사고방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번성하는 식당일수록 잘 팔리지 않는 메뉴를 갖추고 있다.
여러분도 필요는 없는데 마음이 쓰였거나, 차마 버릴 수 없었거나, ‘갖고는 싶은데 필요한 것은 아니라서 사지 않았지만, 왠지 미련이 남아 떨쳐낼 수 없었던’ 물건이 있지 않았는가? 이런 심층심리에는 돈이 되는 재미있는 힌트가 들어 있다.
여러분이 음식점에서 별 관심도 없이 봤던 메뉴에도 ‘장치’가 숨어있다. 실은 주문이 많지 않은(팔리지 않는) 메뉴가 있기에 주문이 많은(팔리는) 메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판매가 저조한데도 꼭 있어야 할 메뉴도 있다. 상품은 하나하나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돈이 되는 메뉴는 따로 있다.
예전이라면 음식 가격이 약간 비싸도 ‘값어치’로 승부할 수 있었지만, 불황이 계속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값어치가 있으면서도 ‘절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은 음식점 경영자가 실감할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모든 메뉴의 가격을 내리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저렴한 이미지를 만들면서도 기존 이익에 타격을 주지 않는 방책이 필요하다. 이때, 일부 메뉴만이라도 가격을 낮게 설정하여 고객을 불러들이면 고객의 ‘어려운 사정’이 ‘상거래상의 기회’로 이어진다.
흔히 근처 가전 판매점의 “전구 1개라도 성실히 갈아드리겠습니다”, “곧 수리하러 가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1개에 100엔짜리 전구만 교환해도 정말로 타산이 맞을까?”, “설마 이익이 날까?” 하고 의문이 들지 않던가? 상점가에 있는 가전 판매점 앞을 오갈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자세히 보면 매장 앞에는 전구와 전지 등 가격이 낮은 일상적인 상품만 진열되어 있다. 역시 “이런 저렴한 상품만 팔아서 임대료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100엔 상품만 팔아서 이익이 나올 리가 없다. 그러면 무엇을 팔아서 이익을 낼까?
바로 ‘가까운 이웃이라는 느낌’을 내세우고 고객의 ‘어려운 사정’을 상거래상의 기회로 삼아 이익을 낸다. ‘저렴한 상품=일상품=가까운 이웃이라는 느낌’을 어필하여 그 뒤에 숨어있는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다. 고객의 집에 전구 1개를 교환하러 갔다고 했을 때, 예를 들어 방 안에서 낡은 텔레비전을 발견했다면 새로운 텔레비전을 권해서 팔 수 있다. 아니면 친하게 지내는 연배의 고객이 손주에게 무엇을 선물할지 상담해와 컴퓨터를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메뉴판에도 존재하는 주연과 조연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어떤 상품 A는 상품 B를 위해 존재한다. 하나의 메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음식점에서는 간판 메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런 트릭을 자주 쓴다.
예를 들어 ‘니가타’를 테마로 한 음식점에서 지역 술은 굉장히 잘 팔리지만 니가타의 대표적인 향토 요리 ‘헤기소바(へぎそば, 메밀국수를 헤기라고 불리는 삼나무로 만든 커다란 네모난 판에 한입에 들어갈 크기로 정갈하게 담아놓은 소바를 가리킨다-역주)’는 주문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도 메뉴판에서 향토요리를 제외해서는 안 된다. 니가타 지방의 느낌을 자아내는 데 헤기소바는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헤기소바가 있어서 매장의 분위기도 니가타다워지고 지역 술도 맛있어 보이는 식당 분위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 필자의 지인은 규슈 요리, 특히 흑돼지와 명란젓을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필자가 프로듀스한 매장을 자주 찾지만, 실제로 자주 주문하는 음식은 꼬치구이라고 한다. 그 식당에는 ‘고로야키(ゴロ焼き, 간까지 넣어서 같이 구운 요리-역주)’라는 명물 닭 요리도 있지만 이것도 주문하지 않는다. 즉, 이 지인은 규슈 요리 자체보다 규슈 요리 음식점의 분위기를 좋아하여 그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실제로 주문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식당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특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메뉴, 메뉴판을 빛내주는 메뉴를 두는 이유는 이런 트릭이 있기 때문이다.
메뉴를 만들 때는 “단독으로 얼마나 팔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얼마나 최대화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유행하는 메뉴, 이미지가 좋아지는 메뉴, 주력 메뉴를 돋보이게 하는 메뉴 등은 판매율이 좋지 않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요리군’, 메뉴판에 꼭 넣어야 할 요리군이다. 요컨대, 음식점에는 토털 코디 네이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