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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1. 2017

32.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다.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라는 책에서 만나는 사랑과 아픔, 위로의 메시지 두 번째 시간입니다.

     

연애하다 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이 생긴다. 바람을 피웠을 때, 옛날 남친은 이렇게 하니까 받아줬는데, 지금 남친은 똑같이 했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집에나 가라고 하는 일이 벌어진다. 연애 상담가인 나도 상담할 때마다 이렇다 할 해답을 쉬이 꺼내 놓을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객관성’을 잃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연애에 내 연애 감정을 대입해서 좋은 해답이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연애 경험도 많지 않은 내가 많은 이들의 연애 상담을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은 이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거르지 않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게 통계 데이터가 생겼다.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는 이렇게 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하는 것들 말이다. 

     

입시 상담도 아니고 왜 그렇게까지 머리 쓰며 상담하느냐고 비웃는다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공부가 중요했고 그것 때문에 연애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내 일보다 연애라는 감정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 감정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들은 내게 온 것이다. 연애를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정말 그것만큼 일생일대의 큰일은 없다. 마음이 몸을 집어삼키고 논리가 하는 선택 따위는 우스운 일이 되니 말이다. 

     

나는 어떤 것도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이 큰 병에 걸린 것보다 내 손이 종이에 베인 것이 훨씬 큰일이다. 아무리 남의 눈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한들 그것이 내 모든 걸 흔들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나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힘들어하지 마라’, ‘울지 마라’ 하는 위로 대신, ‘마음껏 아파해라’, ‘마음껏 울어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람을 잡아야 할까요, 잡지 말아야 할까요?” 하고 묻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온종일 고민할 것 같으면 저지르고 후회해라.”라고 답한다.

     

사랑은 잊는 것이 아니라 흐릿해지는 것이고,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다. 나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한없이 작은 사람이다. 사소한 다툼에 눈물을 쏟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 좁은 땅에서 “널 사랑해. 너도 날 사랑해?” 하며 묻는 그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돈과 몸이 마음을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돈을 쓰고 사랑하니까 내 전부를 주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묻고 싶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후회해라. 그렇지만 한 가지, 표현은 아끼지 않는 게 남는 것이다. 전부를 준 쪽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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