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라는 책에서 만나는 사랑과 아픔, 위로의 메시지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나는 이 문장이 인간이 근본적으로 외로움을 타고나는 동물임을 알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은 태어나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로써 사회성을 학습하며 살아간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 관계가 늘 생각처럼 평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먹어야 할 걸 왜 네가 먹어?”
“내가 갖고 놀아야 할 걸 왜 네가 갖고 놀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하나 양보하지 못해서 그렇게나 치고받고 싸웠나 싶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만큼 큰일이 없었다. 당장 내 입에 들어와야 하고 당장 내 손에 잡혀야 할 것이 남의 손에 가 있는 걸 참을 리가 없다. 어린 시절, 인간관계에서 마찰이 생긴 이유는 ‘이기심’에 있다.
배운 게 조금 더 많고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에 발을 들인 청소년기에는 어땠을까? 이 시기의 마찰은 대부분 편 가르기다. 편이 갈리면 해결될까? 집단 안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집단 안에서의 싸움은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차지하려는 어떻게 보면 참 치졸한 감정싸움이다. 이간질하고 뒷말한 것을 일러바친다. 그렇게 한 집단이 파탄 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청소년기 마찰의 중심은 ‘소유욕’에 있다. 더 우스운 것은 어린 시절의 ‘이기심’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들었다고 자부하는 나를 포함한 지금의 청년들은 어떨까? 우리는 이미 감정싸움에 어느 정도 지쳐 있는 상태다. 정리될 인간관계는 이미 정리된 지 오래고, 이제 포기해야지 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관계 때문에 속을 썩는 일도 이제는 슬슬 해탈할 것만 같다. 인생을 헛살았나? 그런데 그게 잘못 산 게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이 다 그런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적정거리’가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적어도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봐도 좋다. 인간은 이기심과 소유욕이 본능이어서 자기만의 영역이 필요하고 그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다못해 동물도 영역 표시를 하는데 사람이라고 하지 못할 게 없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그 고유 영역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영역 밖에 서서 바라만 보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거기에 들어가고 싶으면 노크라도 하라는 말이다. 존중과 이해가 뒷받침되면 그 관계가 조금 더 단단해질 가능성 또한 높다. 네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존중에서 시작하면 된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