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생>
100세 인생에서 학습과 교육은 중요하다. 대학 교육에 경험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고, 대학원 교육이 유행하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학습 방법에 혁신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과 학습을 향유하며, 더 많은 시간을 대학에서 보낼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교육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후반부에서 진지하게 투자하는 것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변해가는 고용환경에 적응하고 정신적으로 재충전하고 자극을 받기 위해 새로운 전문 분야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교육 기관과 학문적 혹은 전문적 자격증의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는 교육 기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하나의 산업으로서 교육은 비교적 보수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교육은 이전 세대의 생각을 현재 세대에 전수하는 기능을 한다. 더구나 교육에 대외적인 시장 가치를 부여하는 데는 엘리트주의와 선별 과정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엘리트 교육 기관이 지닌 대외적인 평판은 새로운 교육 기관이나 새로운 형태의 인증 제도가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교육 기관도 발전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발전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교육의 결과물이나 교육 공급자의 안정성 측면에서 약간의 변화만 있었을 뿐이다.
기술 혁신과 평균 수명의 증가는 이처럼 전통적인 부문에 심대한 위협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교육 공급자, 새로운 결과물,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나올 것이다. 교육 기관은 100세 인생을 살아갈 운명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다음 네 가지 주요 의제에 직면할 것이다.
1. 학습 분야의 새로운 과학기술과 체험 학습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2. 연령 집단 간의 경계를 어떻게 허물 것인가.
3. 창의성, 혁신 역량, 인성, 공감 능력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 깊이 다룰 것인가.
4. 교육이 과학기술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전문 분야를 어떻게 신속하게 확대할 것인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과학기술은 교육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무르익도록 하며, 이것이 평생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놀랍지가 않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투자는 온라인 교육,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새로운 교육 공급자가 새로운 참여자에게 수여하는 디지털 학위와 자격증의 등장과 함께 교실의 형태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앞으로는 제인(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 여성)은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공부할 것인지에 대하여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텐슨의 주장이 옳다면, 이러한 파괴적 혁신의 힘은 기존의 교육 공급자가 변화에 더디게 반응하다가는 다른 교육 공급자에 의해 대체되도록 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100세 인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데 엄청난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를 제공하는 코세라(Coursera)를 통해 강의를 듣는다고 하자. 5만 명이 넘는 참여자를 조사한 결과, 경력상의 혜택을 얻기 위해 강의를 듣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72%에 달했고, 이들 중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87%에 달했다. 물론 강의를 듣는 사람 중에서 83%는 이미 학사 이상의 학위가 있었고, 이들의 중위 연령은 41세였다(1분위 연령은 31세였고, 3분위 연령은 55세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면, 강좌 자체가 당연히 융통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사내 학습에 대한 요구를 감안하면, 우리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가 일자리가 바뀌어도 적용될 수 있는 공인된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 교육의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대학과 온라인 교육 공급자들이 엘리트 교육 기관의 이름난 특징을 일부 갖춘 수업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대다수의 전통적인 교육 기관들이 3단계의 삶의 관점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금과 퇴직이 인생의 끝자락으로 인식되듯이, 교육은 인생의 출발점으로 인식된다. 공동체, 친구 집단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교육 기관들이 나이에 따라 계층화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각 과정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성인이라는 특정 연령 집단으로 채워져 있다. 결과적으로 각 교실은 비슷한 연령대의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나이에 따른 경계가 분명해지도록 하고, 각 연령 집단의 특수성을 강화하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조장한다. 젊은이들은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멘토 역할을 해줄 나이 든 사람과 교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앞으로는 연령에 따라 사람들을 분리해오던 관행이 서서히 사라지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다단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양한 연령대에서 재교육과 재충전을 원하면서, 교육 기관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는 학습 형태에 변화를 자극할 것이다. 과도기를 맞이하여 2년 정도를 학습의 기간으로 보내려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표준화된 학위 과정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것을 바라지 않고, 여가를 재창조를 위한 시간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사람들이 주중에 그리고 다양한 삶의 단계에서 시간이 더 많이 생기면서, 파트타임 교육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힘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던 관행을 깨뜨리고 세대 간 융합의 시대로 이끌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게 되면, 깊은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우리’와 ‘그들’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다음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세계관을 넓힐 수 있다. 사회과학자 밸러리 브레이스웨이트(Valerie Braithwaite)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학교는 각계각층의 청년, 중년, 노인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인간성의 표준을 다시 세울 만큼 서로 잘 알게 되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데, 어쩌면 교육기관이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줄 수가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교육과 직장 간의 접점도 압박을 받을 것이다. 과거의 3단계의 삶에서는 사람들이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교육을 마치고 곧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고용주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할 전일제 직원을 찾았고, 대학에서 미래의 직원들이 필요한 기술들을 완전히 습득했고 능력을 이미 갖추었음을 보증해주기를 기대했다. 이제는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많은 고용주들이 자신이 뽑은 대졸 신입사원들이 회사가 원하는 기술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창의성, 혁신 역량, 인성, 공감 능력에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들은 대학이 이러한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주기를 원했다. 앞으로 이러한 압박의 효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감지될 것이다. 교육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공감 능력과 창의성을 계발하는 활동을 직접 경험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력과 의사 결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체험 학습이 강조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하기 전에 자신의 학습 경험을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전일제 교육을 받기 전에 혹은 받고 나서 탐색자나 독립적 생산자가 되고,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여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다. 교육 기관들은 지금은 전통적인 3단계의 삶에서 첫 번째 단계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와 경쟁하면서 다단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따라잡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