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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9. 2017

05. 동물 세계에도 동성애가 있을까? (마지막 회)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

스코틀랜드 동물원 직원들은 펭귄 커플인 에릭과 도라가 레즈비언인 것을 알고 쇼크를 받았다. 에릭이 수컷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에리카로 바꿨다.

이 펭귄들은 이런 떠들썩한 소동에 냉담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펭귄들은 자주 동성애관계를 갖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아르티스 동물원의 안경 펭귄들 중 다섯 쌍이 동성애자이며 심지어 양성애 트리오도 한 팀이 있다. 그리고 뉴욕 동물원의 펭귄 수컷들인 로이와 실로는 6년간 행복한 커플로 살았다. 그들은 알을 분양 받아서 부화시키고 정성스레 새끼를 키웠다. 이것만 보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학자들에게는 문제가 된다. 동물 세계에서는 동성애가 생겨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의하면 후손 번식을 하는 생물체만이 생존할 수 있다. 수컷과 수컷이, 그리고 암컷과 암컷이 교미를 하면 자손이 생길 수 없기때문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제프리 밀러는 말한다. “어떤 생물학자도 어떻게 유성 후손 번식류에서 동성애가 생겨날 수 있었는지 설명한 적이 없다. 현대인의 1~2퍼센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나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진화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어쩌면 그 숫자는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약 10퍼센트의 사람이 동성애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약 2~5퍼센트의 사람이 같은 성에게 강하게 끌리는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지밀(Bruce Bagemihl)에 의하면 완벽하게 100퍼센트 이성애 동물류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15년 전에 출간한 그의 책 《생물학적 과잉(Biological Exuberance)》에서 약 470종류의 동물들에게서 동성애적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기린 수컷들은 성애의 전희 과정에서 긴 목을 서로 감고 쓰다듬고, 사자 수컷들은 서로 올라타기도 한다. 오랑우탄 수컷들은 키스를 하고, 바다소는 동성애적 에로틱함에 도취되고, 흡혈박쥐 수컷들은 서로의 몸을 닦아줄 때 발기하기도 하고, 레즈비언 바다갈매기들은 같이 알을 품기도 한다.

고슴도치, 타조, 도마뱀, 송어, 광대파리들도 같은 성의 파트너에 열광하기도 한다. 동성애적 행위는 구애나 공동 육아뿐만이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하드코어 행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배지밀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들의 동성애적 행위는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우리가 동물 세계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이런 광경을 더 자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동성애를 하는 동물들의 리스트는 점점 길어져서 이제는 그 수가 약 1,500가지로 증가했다.

배지밀의 책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여성 생물학자 린다 울프(Linda Wolfe)가 70년대에 마카카원숭이 암컷들이 서로 교미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학계에 발표했을 때 많은 반대에 부딪혔었다. 그들은 원숭이들이 상대를 잘못 오인한 것이라 주장하고, 울프를 학문적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성전환자인 그녀의 사적인 성 취향을 공격했다.

근본적으로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고도 동성애를 설명할 수 있는 길이 가능해졌다. 그 길의 하나를 동성애 유전자의 발견자인 딘 헤이머(Dean Hamer)가 열어 주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동성애 유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동성애의 진화론적 장점이 후손을 얻지 못하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동성애 유전자를 가지고도 동성애를 실현시키지 못한 경우, 그런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이성애자보다 더 많은 후손을 가질 확률이 높다.

이 유전자 보유자들은 다른 보통 이성애자보다 더 감성이 풍부하고 창의적이며 매력적이어서 많은 암컷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아주 강한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번식률도 아주 높기 때문이다. 동성애 유전자는 그런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유전되고 있다고 헤이머는 말한다.

동성애 유전자를 가졌지만 이성애 커플로 사는 암컷들은 이성애 암컷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기여를 한다. 동성애 유전자를 가진 남편과 사는 여자들은 다른 보통 이성애 남편과 사는 여자들보다 자녀수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동성애 유전자가 여성의 성 생활을 촉진시키고 번식을 왕성하게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동성애의 근저를 이루는 유전자들은 이타적인 행동을 촉진시킨다. 즉 직접 자식을 출산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동물도 육아 부분에서는 뛰어난 자질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그 자녀들은 생존율이 높게 나타나고 그러면 동성애 유전자도 역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동성애 부부가 이성애 부부보다 부모 역할을 더 잘한다는 사실은 흑조의 예가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마리의 수컷 흑조들은 암컷을 둥지에서 쫒아내고 둘이 번갈아가며 알을 품는 데 육아 성공률이 이성애 부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둥지를 가장 좋은 곳에 설치하며, 영역도 더 넓게 차지하고, 육아도 공동으로 떠맡는다. 이성애 부모를 둔 흑조 새끼의 생존율이 30퍼센트인데 반해 동성애 부모를 둔 새끼의 생존율은 80퍼센트에 달한다.

성전환자인 여성 생물학자 조앤 러프가든(Joan Roughgarden)은 진화론과 양립할 수 있는 동성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2004년 발간된 책 《진화의 무지개(Evolution’s Rainbow)》에서 그녀는 아주 과감한 이론을 설정한다. 다윈이 틀렸다는 것이다. 동성애 유전자가 꾸준한 비율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그저 오류나 이탈로만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섹스는 후손 번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다윈의 이론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동성애가 자연에 어긋나지 않다는 사실은 동성애자들을 수치심으로부터 해방시켰으며 동시에 일반적으로 동성애를 포용하는 문화를 가져왔다. 수백 종류의 동물들에서 동성애가 존재한다고 밝힌 브루스 배지밀의 책은 2003년 미국 법정의 증거물로 채택되어 미국에서 동성애를 법적으로 처벌하던 형벌을 종식시켰다. 그 전까지는 미국에서 동성애자의 경구와 애널 섹스를 법적으로 금지했었다.

생물학자 조앤 러프가든의 메시지는 명백하다. 인간은 남자와 여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라는 이분법적인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암수가 동시에 있는 동물도 있고, 성을 바꾸는 동물도 있고, 마스터베이션을 하거나, 양성애를 하는 동물도 있고, 마치 다른 성(性)인 것처럼 행동하는 동물도 있다. 섹스는 후손 번식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동물 세계에는 동성애에 대한 증오가 없다. 같은 성끼리 섹스하는 것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뉴욕 동물원의 로이와 실로도–암스테르담에 있는 커플도–펭귄 공동체의 완벽한 일원으로 살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펭귄인 에릭도 동료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고 에리카로 잘 살고 있다. 자연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아마도 그것이 유일하게 부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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