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05. 2017

03. 이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청춘의 질문은 항상 옳다>

아플 때 잘 대처하는 방법이 있어요. 진통제를 먹을 수도 있겠죠.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거나 의존하면 병이 치유되지 않습니다. 마음의 병 역시 ‘나는 아무렇지 않아’라고 단언하고, 친구들에게 위로 받거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떨쳐내려고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동정과 위로 역시 그 병을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열흘 걸려 나을 병은 열흘 앓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의 고통도 어설픈 위안이 아니라 깊이 사랑한 만큼 고통 또한 깊이 치러야 해요. 담대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사진: Freepik.com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 고통의 원인은 자기가 버림받았다는 데 있습니다. 차거나 차이는 주체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인연의 시간이 어긋나면서 성사되지 않은 거예요. 만약 상대가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어도 결국 언젠가는 자신이 헤어지자고 했을 거예요.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했으면 내가 차는 입장이 됐을 테고 마음이 덜 아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 적 있을 거예요. 이별 통보의 말을 먼저 들으면 가슴이 아프지요. 하지만 그건 차인 게 아니라 그저 헤어질 때가 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나 자신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사랑에 대해 인식하는 체계가 권력 구도일 때 이별에 대해서도 아프게 작용합니다.

존 레넌이 죽고 나서 오노 요코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가끔은 그의 죽음이 꼭 꿈만 같아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죠.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냥 내 자신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나에게 다녀간 뒤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죠. 너는 변했어, 네 삶은 모두 변했어, 하고요. 존은 나를 감싸는 커다란 우산이었어요. 나는 아직도 그를 향한 감정이 살아 있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이제 그를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해요. 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연인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이어서 엄청난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 서로의 생명력을 충만하게 하는 사랑은 이렇게 헤어진 뒤에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어쩌면 가슴에 상처와 청소하고픈 감정만 남으면 진짜 사랑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 내가 저 사람을 사랑했지, 저 사람도 나를 사랑했지, 하고 그 사랑을 다른 사람한테 나눠 줄 생각을 하게 될 때, 진짜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 진짜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친밀감과 가족의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