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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4. 2018

04. 갑자기 무너지는 자녀들

<그래도 행복해 그래서 성공해>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다.
  
몇 년 전 지방의 유명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했던 우등생이 자살을 했다. 나는 그때 그 아이가 부모에게 보냈다는 카톡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겨례 신문에 따르면 그 학생은 투신 직전 어머니에게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라고 했다 한다.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다!” 마음과 심장이 뛰지 않는데 더 이상 들어갈 틈이 없는 머리에 계속 밀어 넣어야 하는 이 아이의 고통이 절절히 느껴진다. 기존의 성과를 유지할 수 없다는 두려움, 멀지 않은 미래에 들이닥칠 부모의 실망감이 더욱 그 아이의 마음을 짓눌렀을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실망스러운 점수 때문에 머리를 감싸며 돌아왔을 때, 부모가 시험 결과에 반응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내적 동기를 불어 넣어 주면서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었으면 어떠했을까? 마음의 근력 없이, 일방적으로 머리에 주입하는 공부는 그 한계가 분명히 있다. 시간문제일 뿐, 한계점에 다다르면 자녀들은 급격히 무너진다.
  
  
갑자기 무너지는 자녀들
  
열심히 잘 버텨내다가 한순간에 무너져 공부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들을 강남과 목동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은행식 교육의 경쟁에서 승리한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무너지기도 한다. 은행식 교육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유형의 학생들은 주로 경쟁심을 자극하면 좋은 성과를 낸다. 그런 학생들 가운데 대학에 입학한 후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한국 부모는 자녀를 미국 아이비리그 학교에 보내는 환상을 가지고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초등학생 때부터 한국에서 준비를 시킨다.
  
그런데 보스턴에서 13년을 머무는 동안 나는 조기 유학을 와서 아이비리그에 들어간 학생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또한 힘들게 들어갔어도 졸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컬럼비아대학교 김승기 박사의 2008년 논문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7년까지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학생 1,400명 중에 784명 즉 56% 정도만 졸업을 하고, 거의 절반인 44%(616명)는 중도에 탈락했다. 반면에 유태인들의 중도 탈락 비율은 12.5%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보스턴에서 청년을 위한 콘퍼런스를 준비하던 중 하버드대 교육학 교수인 조세핀 교수와 그 이유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한국 학생들 중에서 자살을 하거나, 학교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성적 때문에 중퇴하는 아이들이 거의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이를 심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요청으로 조세핀 교수가 그 학생들을 심층 면담했다. 잘 버텨내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차이를 분석해 본 조세핀 교수는 ‘부모의 역할’이 90% 이상 압도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정서적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자녀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그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밀도 있는 격려와 공감의 정서적 지원을 받은 학생들과 성장 과정 속에 아버지가 이러한 긍정적 역할을 감당했던 학생들에게는 하버드 대학이란 살벌한 경쟁의 장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는 마음의 근력과 자존감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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