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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13. 2018

02. 고객 만족도 목표를 매년 낮춰라.

<장정빈의 서비스 그레잇>




서비스 패러독스의 함정
  
“왜 고객 만족도(CSI, customer Satisfaction Index)가 작년보다 2점 떨어졌습니까? 이건 문제가 아주 심각해 보입니다.”
  
함께 서비스 품질 인증 심사를 했던 동료 교수가 기업체 담당자에게 던진 말이다. CS 담당자도 “죄송합니다. 올해 목표는 3점을 더 올려서 다시 95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고객 만족도 점수를 90점대로 끌어 올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어차피 고객 만족도 조사도 조사인 만큼 통계적인 오차가 있게 마련이다. 내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은 고객 만족도가 기업의 생산성이나 매출액처럼 매년 몇 퍼센트씩 올라갈 수 있느냐다.
  
‘서비스 패러독스(Service Paradox)’란 말이 있다.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예전보다 편리해졌는데도 오히려 소비자 불만이 더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서비스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서비스의 우수한 통화 품질은 더 이상 차별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요소로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고객만족경영의 전문가인 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는 이를 두고 “사슴처럼 앞서가는 고객의 기대를 달팽이의 속도로 쫓아가는 추격전”이라고 표현했다.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엘리스가 여전히 헐떡이며 말했다.
“음, 우리 세상에서는 지금처럼 오랫동안 빨리 뛰면 보통은 어디엔가 도착하게 돼요.” 붉은 여왕이 말했다.
“느릿느릿한 세상이군. 그렇지만 보다시피 이곳에서는 네가 힘껏 달려도 결국에는 같은 곳에 머물게 돼. 어딘가에 가고 싶다면 적어도 그 2배 속도로 뛰어야 한단다.”
  
붉은 여왕이 사는 세계에서는 열심히 달려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주변의 경치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속도가 떨어지면 뒤처지고 만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멈추면 넘어지듯 말이다.
  
기업의 서비스 경영도 다르지 않다. 계속해서 달려야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으며, 이를 넘어 고객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려면 2배 이상의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은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고객은 ‘그만하면 되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서비스 패러독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면 서비스 패러독스 현상을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고객의 니즈는 다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 도쿄대의 카노 노리아키(狩野紀昭)교수가 만든 ‘카노 모델(Kano Model)’ 이 잘 설명하고 있다. 고객 니즈의 진화와 기대 수준을 체계화한 모델로, 고객의 니즈를 기본 요인(must-be), 만족 요인(Satisfiers), 감동 요인(exciters, 흥분 요인이라고도 함)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기본 요인은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기대하는 최소한의 요구 조건으로, 특별한 고객 만족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충족시키지 않으면 큰 불만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통화 품질이 좋으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연결이 안 되면 큰 불만을 갖게 된다.
  
만족 요인은 더 신속하고 더 저렴하며 더 잘 갖춰질수록 상승한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커질수록, 은행의 대기시간이 짧아질수록 자동차의 연비가 높아질수록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족 요인에는 한계효용의 법칙이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무조건 성능이 개선된다고 고객 가치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자동차 최고 속도가 50km에서 100km로 높아졌을 때 고객 만족도는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250km에서 300km로 높아졌다고 해서 운전자의 만족도가 같은 비율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고객 니즈의 변화 단계를 설명한 카노 모델의 세 가지 속성

감동 요인은 고객이 크게 만족하는 것으로서, 그렇다고 그간 큰 불만족을 야기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자동차 키나 집 열쇠 등으로 쓸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한다면 고객은 대단히 감동스러워 할 것이다. ‘빅스비’처럼 사용자의 음성인식을 통한 서비스에 고객은 감탄한다.
  
고객은 감동 요인과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으며, 명시적으로 요구하거나 불평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충족시켜 주면 만족감이 급격히 상승하여 감동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그럼 사슴의 속도를 따라잡는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감동 요인이다.
  
카노 모델을 구성하는 요인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어느 시점에서는 감동 요인이 되었던 고객의 요구 사항이 점차 만족 요인으로 변하고, 다시 기본 요인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백화점의 환불 서비스는 분명 고객에게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든지 가능해야 하는 기본 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고객의 니즈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여 더 새롭고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고객 만족 효과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더 편리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고객의 기대보다 떨어진다면 고객 만족도가 후퇴할 수도 있다.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서비스 성과 그 자체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첫 번째는 고객의 기대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고객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Value)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기업의 관점에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이런 서비스에 특별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이 많다. 고객들의 정서적 만족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우리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경쟁사에 비해 돋보이는 세 번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당신이 자사 제품을 경쟁사 제품과 같은 판매대에 전시하느냐 따로 전시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로 가정해 보자. 우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확실히 우수하다면 같은 판매대에 전시 판매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상대평가(대조 효과)를 통해 우리 제품의 우수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사 제품이 우리 제품보다 우수하다면 다른 판매장에서 팔아야 한다. 그래야 상호 비교를 통해 단점이 드러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비교(상대평가)하여 노출 시킬 것인가, 우리 상품과 서비스만 절대평가가 되도록 노출시킬 것인가는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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