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생각을 제대로 말하는 법>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상황을 똑바로 분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을 분석해야 정확한 말하기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이때 가장 뚜렷한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권력관계다. 권력관계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의 현실적 관계와 여러 상황에 맞는 말하기의 기본 원칙을 결정한다. 말하기 전에는 마음속으로 먼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서는 말 속에 담긴 권력을 알아보자.
미사일 하나를 만들려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든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폭약의 원가가 아니라 목표물에 얼마나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아파트 한 채의 가격 또한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제각각이다. 이때도 역시 건축비와 인건비는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위치이다.
말하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언어환경이다. 우리는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치파숴>의 제1회 우승자 마웨이웨이는 적어도 ‘가장 간단하고도 강력한 상’ 부문의 우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웨이웨이가 했던 “그럼 개나 키우시지!”라는 말은 겨우 세 마디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말이 어떻게 그해의 명언으로까지 등극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렇게 간단한 말로 순식간에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폭발 직전 상태에 있는 화약통을 절묘한 타이밍에 살짝 쳐서 터뜨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토론 주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이혼해야 하는가’였다. 사랑하지 않아도 변함없이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사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마치 친구처럼) 함께 지낼 수 있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뭔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 몰라서 반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방의 태도가 읍소에 가까울 정도였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답답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마웨이웨이가 일어섰다. 마웨이웨이는 처음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는 듯한 말투로 부드럽게 말했다. “더는 사랑하진 않지만 여러분은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였군요.” 그리고 갑자기 돌변하더니 특유의 쏘아붙이는 듯한 말투로 비아냥거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럼 개나 키우시지!”
바로 그 순간 관중석에서 웃음이 빵 터졌다. 마웨이웨이는 새가 지저귀듯 부드럽게 말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댔던 것도 아니다. 마웨이웨이의 말 속에 별다른 유머 코드가 담겨 있지는 않았지만, 이 세 마디를 짧지만 강력한 방식으로 관중이 불만을 쏟아내고 싶었던 바로 그 순간에 말했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언어환경의 힘이다. 말할 때는 그 당시의 언어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언제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의 관건은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의 언어환경이다. 그렇다면 언어 환경은 어떻게 해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사례를 공부하는 것 외에도 두루 통용되는 방법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방법에서의 핵심 이론은 바로 모든 발언은 권력 게임이라는 것이다. 권력을 실마리로 말 속에 담긴 권력관계를 이해해야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치파숴> 현장에서는 관중이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지 않아도 변함없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견에 관중이 의구심을 품고 어딘가 이상한 듯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떠올리지 못해 답답함을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갑자기 지적해야 효과가 있다. 괜히 준비해온 농담부터 늘어놓다가는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권력은 암투를 벌이려는 자들의 음모나 상사로부터의 숨 막힐 듯한 압력 같은 것이 아니라 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다. 둘째, 말하기는 권력 게임이다. 하지만 이것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게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말은 권력을 얻을 수도 있지만 줄 수도 있으므로 상대방이 역량을 기르고 신임과 격려를 받게 할 수도 있다.
<치파숴>의 제3회 우승자이자 구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황즈중은 구두 커뮤니케이션이란 대중매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과 달리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발언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으로 발언권을 획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말하기의 연구 대상이다. 1인 미디어가 전통 매체를 대체하는 시대에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특히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을 나타내고 싶을 때 더는 신문과 텔레비전에만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도 전통 매체의 강제적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만약 누군가의 발언에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인터넷상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 게임이라는 것은 진부한 처세술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결국 말이라는 것은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항상 모종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주동과 피동의 관계가 존재하고, 상대방의 문제점을 찾아내려 애쓰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이것이 어떤 말을 하기에 앞서 권력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오로지 이론적으로만 따지자면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말로 언어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누군가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야 하고, 누군가는 이 언어 게임에서 생살여탈권을 장악하게 된다.
예를 들면, 힐러리와 트럼프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투표자의 호감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투표권을 가진 진정한 권력자들을 상상하면서 발언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발표회에서 말할 때 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여러 매체의 관심을 받는 것이었다. 비록 그가 현장에서 신적인 존재였다고는 해도 매체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기자들이 대신 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분석 방법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저지르는 말실수의 대부분은 권력의 귀속을 정확히 따지지 않고 상황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잘못된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말을 시작할 때는 먼저 화술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보자.
다섯 가지 영역의 말하기 상황에서 권력의 대략적인 관계는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말하기는 권력 게임이다.
연설: 끌어당기고 모으고 유도한다.
소통: 충돌을 피하고 융통성 있게 입장을 조율한다.
설득: 권력이 없는 쪽이 권력이 있는 쪽에 변화를 요구한다.
협상: 양쪽이 협력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토론: 양쪽 모두 승부를 결정할 권리가 없고 보통 중립적인 제3자가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