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돈에 대한 명상? 웃기고 있네!

<이제는 나와 화해하고 싶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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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부정한 것, 탐욕의 덫이요 영혼의 독약이다. 돈은 노력을 통해서만 얻어야 하고 불로소득은 범죄다. 돈보다 영성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고상하다. 돈이 많으면 거만해진다. 돈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 청빈은 수도인의 꽃이다. 근검절약은 아름다운 덕목이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사람들을 잃어버린다. 부자로 사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죄악이다. 물질에 얽매이면 인생 종친다.’

돈에 대한 명상은 처음이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처음 한 것은 그게 다였다. 명상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로도 무척 편안해진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존재 자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명상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최고의 명상이었다. 그럴 때 음악이 무척 중요한데 너무 잔잔하면 잠이 오거나 지루하고, 시끄러우면 정신이 날아간다. 긴장을 풀 수 있으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기에 좋은 음악이 적당하다. 자연의 소리가 많이 들어 있는 음악이면 더 좋다.

나는 내가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일종의 화두였다. 진정한 화두는 자신의 삶과 가장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가장 깊게 고민해온 것이나 자신을 괴롭혀온 문제가 화두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이라야 화두를 깨쳤을 때 삶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나는 돈 때문에 괴로웠고 돈 때문에 사기꾼 소리까지 들었다. 돈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고 돈 때문에 열을 받았다. 또 돈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고, 돈 때문에 상처받았다. 돈 때문에 사람을 잃었고 그놈의 돈 때문에 내 인생의 커튼을 내리고 싶었다. 나는 그 지긋지긋한 돈 때문에 한이 맺힌 사람이었다.

그러니 돈이 내 인생 최고의 화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돈은 내 삶의 숙제였고, 내가 치르고 있는 운명 같은 전쟁의 적군이었다. 가만히 앉아 평화롭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나를 내어 맡기자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화두가 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돈에 대한 나의 생각과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떠오르는 대로 하나씩 종이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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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돈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동안 돈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이 돈을 철저히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돈을 당장 쳐들어가서 짓밟아 뭉개버려야 할 원수처럼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은 내 잠재의식 속에서 커다란 송곳니로 내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피를 쪽쪽 빨아먹는 흡혈 마귀였고 얼굴을 할퀴는 사나운 고양이였으며 내 발바닥에 박힌 가시였다.

나는 그런 돈하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잠재의식은 물론이고 수많은 현재의 생각들조차 서로 부딪히고 얽혀서 차마 눈뜨고는 못 볼 백병전에 휘말려 있었다. 돈에 대해 까칠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은 내 속에 어두운 감정을 만들어냈고 그 느낌이 나를 서서히 wl배해오더니 결국 나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나는 내가 느끼고 있던 그대로를 현실에서도 경험하고 있었다. 돈에 대한 명상을 하면서 처음 발견한 것은 그렇게나 당황스러운, 너무나도 단단한 생각과 감정의 바윗덩어리였다.

그 암석들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척후병이 몰래 매복하고 있는 적군을 발견했는데도 그냥 멍하니 서 있는 격이었다. 당시에는 명상을 한답시고 음악을 틀어놓고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가 누가 봐도 이상했을 것이다. 또 가끔씩 혼자 “어떡하지?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고 중얼거리기까지 했으니 어쩌면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너 미쳤냐? 돈 명상? 웃기고 있네.”

드디어 염라대왕 사촌 같은 어머니의 한 방이 날아왔다. 매일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는 처지에 어떻게든 상황을 돌파할 생각은 내팽개치고 명상이나 한다고 앉아 있으니 어머니가 보기에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것도 다른 것도 아니고 돈에 대한 명상이라니. 귀신에게홀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돈이 정말 절박한 화두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명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명상을 통해 깨닫게 된 진실들은 돈 문제를 해결한 것보다 더 값진 소득이었다. 명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얻었으니까. 나는 내 수준에서는 되지도 않는 마음을 텅 비우는 명상을 빨리 포기하고 곧바로 돈에 대한 명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고 명상의 유익은 최대한 즐길 수 있었다.

명상으로 얻게 되는 가장 큰 이익은 진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고 두 번째 이점은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 번째 수익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고 네 번째 효과는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오호라! 이렇게 하면 되겠군.’ 아니,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 돈에 대해 너무도 부정적인 생각과 어두운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던 나에게 찾아온 메시지였다. 나는 그 네 가지를 내가 하는 명상의 원칙과 방향으로 잡았다. 어떤 명상이든 모든 명상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길을 걷다 보면 추하고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못난 나를 만나면 그 뒤에 위대하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나의 진짜 모습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명상의 가장 본질적인 힘은 바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을 용기를 준다. 명상을 아무리 해도 자신을 받아들이거나 안아줄 수 없다면 명상을 한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키운 것이다. 그것은 모래를 반죽해서 피자를 만들려는 사람처럼 허망하다.

나는 용을 쓰고 버티다가 결국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보잘 것 없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연탄가스를 잔뜩 들이마시고도 병원 갈 돈 몇 푼이 없어서 동치미 국물로 정신을 차려야 했던 경험들, 학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을 만큼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그 모든 것들이 돈에 대한 부정적인 그림자를 만들었고 그것이 나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그런 과거의 편린과 뒤틀린 상념들 하나하나를 찾아내어 마주했다. 물론 처음에는 부끄럽고 당황스럽고 창피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니 그럴 일만은 아니었다. 그 모든 것들에 내 잘못은 없었다. 다만 돈에 짓눌려 살았던 가난한 어린 시절이었을 뿐이다. 결코 부끄러울 일도 창피해 할 일도 아니었다.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랬던 것뿐이니까.

처음에는 내 모습과 잠재의식 속의 기억들을 더듬으면서 빨리 처리해버리고 싶었다. 하루빨리 그런 기억들을 지우고 부정적인 생각을 교정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내 삶을 부정하는 또 다른 아픔이어서 새로운 상처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생각의 찌꺼기를 모두 들춰내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안 그러면 어쩔 건가, 그것이 내 삶이었는걸.

그런데 묘했다. 돈을 명상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이 마음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질을 관조하며 서서히 영성으로 다가서면서 나의 모든 생각과 관념과 감정과 경험을 받아들이고 안아주면서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가 돈에 대해 명상을 한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경험을 관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돈 명상의 첫 흐름이었다. 명상을 하면 할수록 마음과 물질은 원래 하나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너무나 이상했다. 돈에 치이고 산 세월이 징글징글해서 시작한 명상이었는데 느닷없이 마음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다니. 이게 무슨 메뚜기 줄넘기하는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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