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학교 시절부터 그랬지만, 미츠오는 차림새가 늘 별나다. 오늘은 사냥모를 쓰고 있었다. 긴 줄무늬 목도리는 보나마나 사토미가 떠줬을 것이다.
늦은 밤, 오해를 풀러 간다는 미츠오를 현관에서 배웅한 이쿠코는 자신을 오래된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창부 같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찾아오고, 그리고 돌아간다.
컵을 씻고, 목욕을 하고, 일기를 쓴다. 돌이켜보면 옛날부터 그랬다, 하고 이쿠코는 생각한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자신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창부 같은 짓을 하게된다.
흐트러진 침대, 차가운 시트에 몸을 웅크리고 이쿠코는 두 손을 허벅지 사이에 낀다. 그 자세로 서랍장 위에 놓인 목각 당나귀와 요셉과 구유를 바라보았다.
“이쿠코가 필요한 건 확실해.”
미츠오는 그렇게 말했다. 웃기는 소리다. 다들 어쩌면 그렇게 어릴까.
이쿠코는 이불 밖으로 한 손을 내밀고 형광등 끈 — 누워서 잡아당길 수 있게, 빨간 털실을 세 가닥으로 꼬아 만든 것을 묶었다 — 을 잡아당긴다.
괜한 생각할 거 없이, 지금은 자자.
어두운 방 안에서 이쿠코는 눈을 감는다. 내일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느긋한 셋째 딸’ 행세를 해야 한다.
아침, 늘 그렇지만 오늘도 거실에는 술 냄새가 차 있다. 간장이 남아 있는 작은 접시는 어젯밤 구마키가,
“열빙어는 언 채로 구울 수 있어서 편리하다니까”
하면서 구운 열빙어 접시다. 눈을 뜨자마자 난방을 켜두어, 방 안은 따뜻하다. 하루코는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대충 닦으면서 창문을 열고는 찬바람에 어깨를 움츠린다.
“그래도 가는 편이 좋지 않겠어.”
어젯밤 구마키는 그렇게 말했다. 아빠를 만나러 가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갈 수 있으면 갈게.”
이쿠코에게는 그렇게만 대답해두었다.
목욕 가운 위에 나일론 코트를 걸친 요상한 꼴로 나가 하루코는 맨션 입구에서 신문을 가져온다. 아침 여섯 시. 공기는 아직 맑고, 물에 젖은 것처럼 차갑다. 안에 양털 같은 하얀 모직 털이 붙어 있는 감색 나일론 후드 코트는 구마키와 세트로 산 것이다. 스포츠 관전을 좋아하는 구마키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이걸 입고 축구와 자동차 경주와 경마와 경륜을 보러 다녔다. 요즘은 잘 안 가지만, 그래도 허리를 완전히 덮는 데다 가볍고 따뜻해서 애지중지하고 있다. 평소 딱딱한 정장을 많이 입는 하루코에게는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옷이다.
복작복작 너저분한 부엌 한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다.
“뭐 하면 나도 같이 갈까?”
구마키는 그런 말도 했다.
“당신만 괜찮다고 하면, 당신 아버지를 한번 뵙고도 싶고 말이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알은 없는 대신 기름기가 자르르한 열빙어 수놈 — 구마키 말이 맛을 아는 사람들 취향이란다 — 을 뜨거운 채로 오물오물 먹으면서 하루코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왜? 당신은 관계없잖아.”
구마키의 친절을 너무 매정하게 거절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코는 한숨을 내쉰다.
“아사코 언니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안 된대.”
이쿠코는 전화에서 그렇게 말했다.
“뭔지 모르지만, 바쁜 것 같아.”
그런 말도.
바쁘다고? 하루코는 웃음이 나왔다. 종일 집에 있는 사람이, 아이도 하는 일도 취미도 없고 뭘 배우러 나가는 일도 없는 아사코가 어떻게 하면 바쁠 수 있을까.
아사코 언니는 완전히 사람이 달라졌다고 하루코는 생각한다. 하루코와 아사코는 나이 차가 적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사립학교를 다녔다. 둘의 공통 취미인 승마도, 아사코는 결혼한 후로 그만두었다.
“낮이면 좋을 텐데.”
하루코가 술과 식사, 영화나 연극이나 공연, 아무튼 전에는 아사코와 함께 즐겼던 것들을 같이하자고 할 때마다 아사코는 그런 말로 거절했다.
“낮? 낮에는 일을 해야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누야마 집안의 인간답게 술도 잘 마시던 사람이 이제는 술도 안 마신다. 아니, 안 마시는 거면 괜찮다. 아사코는 못 마시겠다고 했다.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이제 못 마시겠어, 라고. 하루코로서는 분개할 일이었다.
“형부도 같이 가면 되잖아.”
그런 일로 아사코에게 연락할 때마다, 하루코는 그렇게도 말해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 사람은 그런 거 싫어해. 너도 알잖아.”
아사코는 소리 없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루코는 이제 아사코에게 어딜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다. 아사코는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쿠코가 말했던 것처럼,
“아사코 언니가 좋다면, 그럼 된 거잖아.”
그렇게 하루코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신문을 접고 머그잔을 싱크대에 넣는다. 출근 준비를 하고, 전철에서 읽을 라틴어 교본이 가방에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하루코는 어학 공부를 좋아한다. 영어는 거의 완벽하게 말할 수 있고,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도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는 할 수 있다. 프랑스어는 아직 여행자 수준으로 더듬거리지만, 언젠가는 습득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는 사용되지 않지만 그 언어들의 근간을 이루는 라틴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다녀올게.”
얼굴까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고 있는 구마키의, 검고 딱딱한 머리칼에 입을 맞춘다. 지금은 친근하리만큼 익숙한 구마키의 머리 냄새가 났다.
하루코의 직장은 오테마치에 있다. 요요기 공원이 보이는 맨션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단번에 갈 수 있다.
오늘 하루코가 우울한 이유는, 아빠를 만나러 가는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월례 런치 미팅이 있는 날. 널찍하고 아직은 새로운 사무실을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하루코는 생각한다. 가와노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가신 일이다.
보라색이 감도는 회색 카펫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여덟 종류의 무료 음료수 기계. 로비를 장식한 트리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손님이 들지 않는 옆 부스는 유치원 버금가게 꾸며놓았다.
세계 44개 나라에 거점이 있는 자산 총액 190조 엔의 대기업 동쪽 끝에서 하루코는 부스럭부스럭 자기 일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