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휴정기를 맞아 오늘까지 휴가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친한 변호사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여자친구가 개업을 한다고, 개업식을 알리는 톡이었다. 모바일 청첩장이 아니라 모바일 개업식초대장이었다. 참 세상이 잘 되어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좋겠다- 나도 얼른 사무실 차리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는 한편,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 그래도 요새 뭘 잘못 눌렀는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자극하여 인스타에 허구헌 날 변호사 사무실 광고만 잔뜩 표출되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다들 이런저런 점들을 강조하면서 고객을 유혹한다. 대형로펌 출신이니, 서울대 출신이니, 사법고시 출신이니, 경찰대 출신이니... 내가 저 분들의 고객이 될리는 전혀 없으니 전지전능하신 알고리즘의 신님도 실패하기도 하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사무실만 차려 놓으면 알아서 손님이 찾아오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요새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조금 심각해 보여, 개업을 꿈꾸는 나로서는 그런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변호사는 한 해에 1700명씩 배출되고, 법조시장은 확장은 커녕 축소 일로이다. 범람하는 변호사 광고들은 그러한 점을 잘 알려주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서울대 광고하는 거 본적 있냐? 수학의정석 광고 안 하지? 진짜 잘 나가는 놈들은 광고 안해. 라고. 지당하신 말씀이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다면, 비싼 광고비를 들여서 내 마진율을 깎아먹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인스타에 변호사님들의 광고가 보일 때마다 진입을 고민하는 나 같은 잠재 개업변들은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내가 꿈꾸는 사무실은, 비용을 최소한도로 맞춘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변호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초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변호사의 머리와 몸으로 때우는(...변호사가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라는 점은 또 따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정 개수 이상의 소송이 있기 전에는 사무직원조차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많은 변호사 사무실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하고, 많은 광고비용을 집행한다. 이것이 사업자들의 '비용 떨구기'인지, 내 사무실을 꾸미려는 욕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비용을 최소화하고, 무리한 소송을 권하고 패소가 뻔한 소송을 염가에 수임하지 않는 것이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아무리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고, 시장이 어려워도 이런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변호사가 된다면 걱정할 것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