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변호사' VS '된 변호사'

변호사개론

by 황변

중학교 도덕 시간이었나. '난 사람'과 '된 사람' 에 대해서 배운 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요지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번 사람을 '난 사람', 그렇지 않더라도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된 사람'으로 분류하고, 가급적 난 사람 보다는 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는 것이었다. 발칙할 정도로 조숙한 편이었던 나는 '나지도 되지도 않은 사람이 절대 대다수일텐데 무슨 뚱딴지 배부른 소리냐' 라는 의문을 애써 접어 넣었다. 된 사람과 난 사람으로 명확하게 이분법적으로 갈라 놓고 굳이 된 사람이 되라고 하는 그런 핑크빛 선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다. 기왕 한 번 사는 거 나기도 하고 되기도 하고 둘 다 해야지!


난사람된사람.jpg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이런 추억 돋는 사이버-칠판이.ㅋㅋ


변호사도 '난 변호사'와 '된 변호사'가 있을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변호사라는 직업은 '난된이론'이 굉장히 유효한 것 같다. 즉 '난 변호사'이면서 '된 변호사'가 되기는 정말 정말 어려울 듯 하다. (가정법을 남발하는 것은 글쓰기에서 칠거지악 중 하나이지만 내가 되어 보지 않았으니 불가피하게 가정법을 써야만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버는 직업이다. 아무리 바쁘게 잠을 줄여가며 일해도, 결국 하루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중요한 사건, 복잡한 사건을 맡아서 승리로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난 변호사'가 된다고 쳐 보자. 그에게 '된 변호사'가 될 기회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난 변호사'에게는 새로운 의뢰인들과 미지의 사건들이 돈다발을 들고 몰려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사건들을 베어 넘기면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에서 정의를 바로세워 우리 사회의 공리를 증가시키는 것은 오직 변호사에게만 허락된 숭고한 일이다.


그러나 이건 해석론에 불과하고, 내가 중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된 사람'의 정의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이해하기로, 아니 내 욕심으로는 '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직접적으로, 그러니까 '대놓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된 변호사'를 지향하다가는 굶어 죽기 딱 좋다. 변호사를 찾아 오는 고객들은 방금 막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일을 당했다. 그들이 원하는 변호사는 차라리 잔혹한 늑대인간이라면 모를까, 성인 군자는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나기도 하고 되기도 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가 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의식이다. 한 번뿐인 인생, '나기'와 '되기' 중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못 먹어도 고' 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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