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하시겠어요?

by 황변

'나'라도 항상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 선고된 사건에서는 상대방의 주장이 사실상 거의 다 받아들여져서, 패배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마음을 다스렸다.


변호사에게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패소 소식을 전할 때를 꼽을 게다. 스타일은 다 다르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판사가 법을 모른다. 내가 질 것 같다고 하지 않았냐. 등등...


오늘 패소한 사건은 가죽 수선 업체로부터 교육을 받고 나서 수선점을 내려는 분이었다. 그런데 업체가 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고, 따라서 가죽 수선을 할 수 없어서 그에 대해서 손해를 물어내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증명하는 일은, 반대의 일보다 10배는 더 어렵다. 판사님은 결국 어느 정도의 교육이 있었으므로 우리의 주장처럼 교육이 부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의 손을 들어 주었던 것이다.


억울한 면도 있었으므로, 항소하실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드렸다. 내 생각에는 항소하셔더 될 것 같고, 항소하는 경우에 판단이 바뀔 확률은 3대7 정도 일 것 같다. 그리고 항소하시는 경우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셔야 할 수도 있다. 의뢰인이 고려해야 할 모든 정보를 알려드렸다.


의뢰인은 고민 끝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다시 전화를 주셨다. 삽시간에 또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내가 좀 더 공격적으로 항소하자고 했으면 분명히 의뢰인은 항소했을 거다.


내가 좀 더 열심히 했다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내가 판사도 아닌데 보수적으로 이야기했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지, 어려운 소송을 권유하는 것만큼 나쁜 변호사는 없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동안, 의뢰인의 쓸쓸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통화는 끊어졌다.


그럼 변호사님... 고생하셨고, 상대방 쪽에서 소송비용 연락 오면 말씀주세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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