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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25. 2024

날 좀 내버려 둬.. #2-15

말리지 마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며칠 집중해서 공부해 보니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첫 번째. 비규제 지역 매수 후 취득세를 1.1%만 낸다.

두 번째. 명의 깨끗한 동생 명의로 규제지역을 매수한다. 



나는 내 명의로 된 집을 갖고 싶다. 



[김북꿈] 이름 석 자가 찍힌 등기권리증을 갖고 싶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동생 명의로 집을 사는 것은 부담이다. 한평생 재테크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동생이 허락해 줄 리도 없고. 



'그래. 규제지역인 청주는 잠시 접어두고 비규제 지역을 다시 찾아보자. 그리고 당당하게 내 명의로 된 등기권리증을 갖는 거야.'



부동산 단톡방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살펴본다. 사람들은 지금 비규제 지역 중 어느 지역에 투자하고 있을까.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니 비규제 지역 리스트가 대충 추려진다.



[아산, 서산, 당신, 포항 북구, 진주, 원주, 제천, 익산]



참.. 사람들 돈이라면 저 먼 시골까지 가서도 투자를 하는구나. 지역 이름들도 모두 낯설다. 대부분 가본 적도 없는 곳들.



그나마 그중 포항이라는 곳은 익숙하다. 제철소도 있고 호미곶 손바닥도 있는 곳 아닌가. 



이제 또다시 포항으로 눈을 돌려봐야겠다. 

나란 남자 왔다리 갔다리 줏대 없는 남자.






털썩. 



회사 쉬는 시간에 대기실로 들어와 소파에 몸을 던진다. 대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은 내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늘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나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 있다. 



에어팟을 끼고 온몸에 힘을 뺀 상태로 소파에 기댄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여본다. 



zZ.. zZ..


.

.

.


시끌시끌. 웅성웅성.



대기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에어팟을 뚫고 들어온다. 사람이 소파에서 좀 쉬고 있으면 조용히 해줄 법도 한데 매너들이 없군.



아니다. 여기가 원래 잠자는 곳은 아니니까. 

내가 너무 예민했네. 



"어쩌고저쩌고.. 오송.. 거기는.. 철도망이.. 이천.. 공인중개사.."



에어팟 너머의 소리가 점점 명확하게 들린다. 이 사람들 지금 부동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끼고 있던 에어팟을 빼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본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배 한 명이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 지역을 알아보고 있는듯하다. 청주 오송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그 선배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는 사람은 나와 동기인 형. 얼마 전 전입을 와서 아직 이곳에 적응을 하고 있는 형이다. 



이름은 정기연.

동기긴 해도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다.

딱히 친해질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었고. 



그런데 그런 형이 선배에게 부동산 조언을 해주고 있다. 오송은 철도망이 어떻고, 이천은 또 어떻고. 그리고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취득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오호. 이 형. 생각보다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하겠는데? 쓸모가 있겠어.'



최대한 밝은 미소를 띠고,

친절한 목소리로, 

동기 정기연 형에게 말을 건네본다. 



"기연이 형! 안녕하세요! 이번에 전입 오셨죠? 저랑 동기셔요ㅎㅎㅎ 앞으로 잘 지내봐요. 그나저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 많은가 봐요? 저도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볼게요. 번호 좀 주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번호를 따본다.

아 물론, 여자 번호도 따본 적은 없다. 



기연이형은 '갑자기 뭐지 이 병x은' 하는 눈치지만 그래도 흔쾌히 나에게 번호를 넘겨준다. 



[정기연 멘토님]

저장-





특별히 멘토라는 칭호도 붙여서 저장해둔다. 

'옛스! 이제는 이 형한테 많이 물어봐야지.'





이틀 정도 더 고민했나, 



포항 북구에 괜찮은 매물이 다수 보인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아주 딱 붙어 있어서 투자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그런 단지들. 아주 널리고 널렸다. 



내 기필코 이번 주 내로 포항에 깃발 하나 꽂으리라. 



며칠 전 멘토로 저장해둔 동기 기연이형에게 관심 매물 하나를 보내본다.



[ 기연이형! 저 저번에 인사드렸던 북꿈이입니다. 부동산에 관심 많다고 했던! 제가 이번에 투자용으로 아파트 하나 매매할까 하는데 이 단지는 어때 보여요? ]



그리고 잠시 후 문자가 하나 도착한다. 



[ 어디세요? ] 


[ 저 지금 구로역 쪽에 있는데 왜요? ]


[ 그럼 지금 구로역 앞 스타벅스에서 만나요. 얼마 안 걸리니 좀만 기다려줘요 ] 



갑자기 이곳까지 왜 오겠다는 건지. 막상 둘이 만나면 어색할 것 같은데.. 뭐 부동산 이야기하면 되니까 어색함 따위는 감수해 보지 뭐.


.

.

.


"주문번호 A-33 번 음료 두 잔 나왔습니다~!"



밝고 경쾌한 스타벅스 직원의 목소리가 구로역 스타벅스에 울려 퍼진다. 스타벅스라는 장소는 참 신기하다. 앉아 있기만 해도 바쁜 현대인이 된 듯한 느낌.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살펴본다. 



'저 사람의 자산은 얼마일까.. 저 부부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월세일까 전세일까 자가일까..'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동기 기연이형이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온다. 



덥수룩한 머리의 두꺼비 상. 거기에 검은색 남방에 브라운색 하프 재킷을 입고 있다. 나름 꾸민다고 꾸몄지만 옷을 잘 입는 스타일은 아닌듯하다. 그냥 단정한 30대 중후반 젊저씨 느낌.



"어 형! 여기요!"



기연이형과 눈이 마주친다. 

기연이형이 내 쪽으로 걸어온다. 



성큼성큼.

급한 일 있나 왜 이렇게 다급해 보이지.



"하앍 하앍. 아니 아까 갑자기 카톡으로 포항에 집 산다고 하길래. 얘기나 해보려고 이렇게 급하게 만나자 했어요. 그리고 우리 동기이기도 하고 나이도 내가 훨씬 많으니 이제 말 편하게 해도 되죠?"



끄덕 끄덕.



기연이형이 말을 이어간다.

"지금 태세로는 오늘 내로 포항에 계약금 쏠 것 같아서 헐레벌떡 온 거야. 거기는 왜 사려고? 쉬운 것만 해. 거기는 사면 못 빠져나올 수도 있어."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조금 당황스럽다. 지금 여기까지 찾아온 게 나를 말리러 온 것이라고? 남들은 일주일에 한 채씩 사고 있는데 나만 또 뒤처지라는 건가.



"지금 북꿈이 너를 보면 너무 급해 보여. 급할 필요 없어. 뭐가 그리 급해. 더 모으고 더 공부하고 그때 투자 시작해도 늦지 않아. 조급함을 버려. 너처럼 하다 사고 나는 거야."



전입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기연이형을 위해 슈퍼 인싸인 내가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줬는데 이렇게 잔소리만 한다고? 어이가 없군.



"아.. 알겠어요..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동기 기연이형과의 커피 한 잔을 급하게 마무리한다. 괜찮은 형인 줄 알았는데 별 영양가 없군.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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