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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30. 2024

정이 가는 동네 #2-16

청주시 오짬읍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나뭇가지가 제법 앙상해졌다.

KTX 창밖의 풍경이 무채색으로 변해간다. 

겨울이 오고 있다.



'그때 동기 기연이형이 말리지만 않았어도 나는 이미 2주택자가 되어 있을 텐데..'



구로역 스타벅스. 그곳에서 기연이형과의 만남 이후 또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은 늘 KTX 마냥 빠르게 앞만 보고 달린다. 



계절은 변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집값이 올라도, 내려도 상관없는 실거주 1주택자. 



지난번 기연이형에게 보여줬던 포항 북구의 구축 아파트는 한 달 새 호가가 1000만 원이 더 올라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믿었던 포항 방어선마저 무너졌다.



이제는 아무에게도 조언을 구하지 않고 나 혼자 투자해 볼 것이다. 기연이형도 필요 없다.



끼이이익.

"이번 역은 오송, 오송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KTX 승무원의 단아한 목소리가 적막을 깬다.

'가만 보자. 나 아직 오송은 한 번도 안 가봤잖아?'



급하게 가방을 챙겨 오송역에서 내린다. 청주시의 유일한 KTX 정차역인 오송역 근처가 궁금하다. 



나 아직 청주에 미련이 있나 보다. 







뚜벅뚜벅.



오송역 인근을 걷는데 도시가 아직 삭막하다. 오송역을 기점으로 서쪽은 아직 한창 개발 중인 곳이고 동쪽은 이미 아파트 단지와 호수 공원이 형성되어 있다. 호갱노노를 열어 오송역 인근의 아파트 시세를 살펴본다. 



생각보다 비싸다. 

게다가 갭도 크다.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딱히 큰 수확을 얻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집에 갈까.. 아니면 청주 다른 곳 좀 더 봐볼까..'



호갱노노 앱을 열어 청주시 지도를 펼쳐본다. 



그러던 중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청주시 외곽의 한 산업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이곳, 최근에 이슈 좀 있던 곳이잖아?'



눈앞에 있는 택시를 급하게 잡아 그곳으로 향한다. 







청주시 청원구 오짬읍.



청주 외곽에 자리 잡고 있지만 최근 방사광 가속기 이슈도 있었고 인근 산업단지에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굵직한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는 동네. 



유튜브나 책에서 보면 부동산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와 학군이라는데, 이곳 오짬읍은 양질의 일자리로는 어디 가서도 기죽지 않을 곳이다. 



매의 눈으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다. 



2000년대에 지은 아파트들. 단지 모두가 판상형에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성냥갑을 도미노처럼 나열해놓은 듯한 모습들. 



잠깐 봤지만 이 동네..

왠지 정이 간다. 



대전에서 멀지도 않고 IC도 가깝고..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도 풍부하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단지 내에 있는 부동산으로 향한다. 





짤랑-



"안녕하세요! 개ㅂ.. 투.. ㅈ"

아니 아니. 정신 차리자.



"매매 알아보러 왔습니다!!"



하마터면 예전처럼 갭투자하러 왔다고 멘트를 날릴 뻔했다. 이번에는 '있는 척', '투자자인척'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젊은 나이에 집을 사려고 하는 나의 모습에 더욱 적극적으로, 아들 대하듯 도와주기 시작한다. 



"총각, 나이도 어린데 벌써 집을 살 생각을 다하고 기특하네요. 우리 아들도 총각만 같았으면 좋겠다.. 결혼하세요? 신혼부부?"



결혼하냐고 물어보는 게 내가 실제로 집을 살 사람인지 물어보는 것 같다. 



"네! 저 이번에 결혼해요! 그런데 제 직장은 대전이고 와이프 직장은 청주여서 당장 같이 살지는 못하고요, 일단 전세 끼고 매매한 다음 나중에 들어와서 살 거 같아요. 말이 뭔가 복잡해졌는데.. 이렇게 매매하는 사람도 있나요..?"



나의 나이와 외모를 최대한 활용해 실수요자 느낌을 팍팍 풍겨본다. 누가 봐도 내 외모는 결혼 적령기의 어리버리 예비남편이기 때문에. 



그리고 갭투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전세를 끼고 매매를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뽀나스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뉘앙스까지. 



부동산 아주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한다. 



"전세 끼고 매매할 물건도 당연히 있지요. 총각 참 깨어있네요. 보통 그런 걸 투자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금은 얼마나 있으세요?"



이렇게 부동산 아주머니와 티키타카를 할 만큼 성장한 내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



투자금을 묻는 부동산 아주머니의 말에 예전처럼 1억이라 할 내가 아니다. 이럴 줄 알고 아까 호갱노노로 대충 시세 파악은 끝내놨다. 부동산 아주머니의 질문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해온 내 모습이 자랑스러워 미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한쪽 보조개가 깊게 파인다. 입가에 새어 나오는 이 미소를 숨길 수 없다.



그러고는 적당히 매매 최저가와 전세 최고가 갭만큼의 금액을 이야기해 준다. 




"3000만 원이요!"



살인 미소는 덤이다. 

씨익-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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