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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an 30. 2024

이모, 언니는 아빠가 없어?


지방에서 조카들이 올라왔다. 올해 5학년이 되는 남매 쌍둥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어릴 때 매주 주말이면 나와 함께 한글을 깨우쳤던 아이들이다. 공부를 하기 전 내가 불러 주었던 노래가 통통통 털보 영감님 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를 “통통통 이모”라고 부르는 귀여운 아이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작은 애가 나에게 물었다.

“이모, oo언니는 아빠가 없어?”

매번 만날 때마다 궁금 했었던 모양이다.

“돌아가셨어, 죽었어.”

나도 모르게 나왔던 말이다. 이혼했다고 하면 이혼이 뭐야? 부터 다양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나는 진작에 깨닫고 있었기에 한 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그걸로 질문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된 듯 하다. 호기심이 많았던 아이들이 벌써 고학년이 되었다.


“언니는 아빠가 없어?” 질문에만 내가 당황하는 것은 아니다.

난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을 기피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적인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한동안  켈리그라피에 빠져 지냈 을 때의 일이다.

집앞 공방을 다녔다. 부딪치는 회원들이 없어 좋았다.

어느 날은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과 점심을 먹고  애들 저녁 대용으로 포장을 했다.

남편 것은 사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지만 못들은 척 웃고 지나쳤다.

여름 휴가를 다녀온 후 누구와 다녀왔냐는 질문에 친구와 다녀왔다고 말했더니

“남편과 여행 안 갔어요?”

그때도 웃음으로 질문을 외면했다.

그 뒤로도 남편에 대한 부재를 확인 하고 싶어하는 의도적인 질문은 계속 되었다.

끝내는 “죽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아직도 이혼했다는 말을 못 하겠어. 그래서 죽었다고 말해버려”

“난 엄마 아빠가 이혼했다고 말하는데? “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당황해 하지 않아?”

“친구들 중에도 이혼한 가정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대수럽지 않게 말하면

상대방도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 엄마가 너무나 사람들을 인식하는거 아냐?”


나만 결손가정의 가장이 아니었다.

이혼으로 인해 딸들도 나와 같은 질문을 받았거나 아빠의 부재에 대한 궁금증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을 간과했었다. 죄스로운 마음이 들었다.

“내 친구 엄마도 사별 했어. 엄마 나이대에 사별한 사람들도 있어. 이혼했다는 말이 싫으면 사별이라고 얘기해.”

아이들이 나를 위로했다.




결혼 중일때나 이혼 후나 남편 자리의 부재는 똑같은 나에겐 지금의 생활은 만족하고 행복하다. 결혼 중 이었을 땐 나를 사랑하지 못했는데 이혼 후 내가 달라진 건 뚜렷한 가치관이 생겼고 독립적이 되어가고 있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당하게 이혼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사별과 이혼 분명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 상실감으로 힘든 세월을 견뎌 내야하는 사별은 자의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이혼은 어떤 이들은 조금만 참아내면 되는 일로 치부한다. 여자가 드세서 그래, 엄마와 딸들이 끼가 많아 보이네. 혼자 있으니 행실을 똑바로 해 야지. 혼자 있다는 거 알면 거리를 두려는 사람이나 간혹 남자들은 접근하기 쉬운 상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저들이 갖는 편견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우리나라의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편견에서 오는 건 아닐까?

인생의 정답같은 사회적인 구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규격에 맞춰진 가정의 틀 속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가 된 기분을 들게 한다.


“이혼한 가정의 딸과는 결혼을 시키면 안 된다”

꼭 지켜야 하는 법인 마냥 상대방에게 내뱉는 택시기사의 말에도 난 딸들에게 죄인이 되 버린다.






낯선 전화벨이 울리고 조카가 대답을 한다.

“아빠? 웅 이모 집이야 언니랑 외출하려고 씻고 있었어. 웅~~ 사랑해”

재부의 목소리가 핸드폰너머로 들린다.

“사랑해”

영특한 조카는 언니랑 외출하고 싶은 마음에 사랑한다는 말로 빨리 전화를 끊고 싶은 모양이다. 이젠 언니는 왜 아빠가 없냐고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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